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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맛 좋아

수박 맛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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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98g | 135*195*13mm
ISBN13 9791197722400
ISBN10 119772240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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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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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수입의 70프로 이상을 이자를 갚는 데 지출하는 ‘좀비 가구’였다. 축구를 가르치느라 진 빚도 있었지만, 집값의 60프로를 대출받아서 분양받은 109㎡의 아파트가 화근이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던 날 아침, 오빠가 메시의 유니폼을 선물이라며 줬다.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어렵게 구한 정품 유니폼이었다. 그 시절은 돈이 없어도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고는 했다. 카드 할부를 자주 이용했는데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다. 집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로, 자동차는 할부나 리스로, 등록금은 학자금대출로, 세금은 카드로 납부했다. 정치인들은 그것을 복지라고 불렀다.
--- p.13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나는 수박바를, 세휘는 돼지바를 집었다.
“수박바 맛있어?”
“응.”
“무슨 맛이야?”
세휘는 실실 웃었다.
“수박 맛.”
“이거 먹고 수박 보러 갈까?”
우리는 회원권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프리미엄 과일 가게에 갔다. 냉장실 쇼윈도에 값비싼 과일이 진열되어 있었다. 커다란 은쟁반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수박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가격표를 보니 수박바 반만 한 크기의 수박 한 조각이 5만 원이었다.
--- p.19

세휘와 나는 4기 신도시 부실시공 아파트 폭동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기로 했다.
“은찬아, 걱정하지 마. 보강하고 리모델링해서 안전 점검 통과한 건물이라잖아.”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안 무너져. 그리고 안 죽어. 우리 말고도 몇 가구 더 있대.”
--- p.66

욕실 배관공사가 잘못됐는지 씻고 나면 오수관으로 빠져야 하는 물의 일부가 방으로 들어왔다. 욕실 문 앞에 수건을 겹겹이 쌓아놓았다. 여름도 아닌데 옷장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 붙박이 가구는 뒤틀림이 심했다. 이 아파트는 아무래도 사람이 살 목적보다는 인형의 집처럼 소유할 목적으로 지어졌나 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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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희가 소설 속에서 그리는 근미래는 우울한 지표들로 가득하다. 부동산은 폭락했고, 물가는 폭등했으며, 서민들은 신선한 과일 한 쪽 맛보기가 어렵다. 한때는 전도유망했으며, 부푼 꿈을 안고 살았던 청년들은 이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밥 한 끼와 당장 지낼 곳을 걱정하기 급급한 흙수저 청년들의 눈물 나는 생존 투쟁은 ‘지옥도’ 그 자체이다. 날렵한 문체로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서경희표 디스토피아를 목도하면서 독자들은 진저리를 치는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묻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수박 맛 좋아』에 나타난 ‘폭망’한 세계보다 과연 얼마나 더 나으냐고, 우리 주변의 여름과 은찬, 세휘가 무사하기를, 그들의 안녕을 빈다.
- 김유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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