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다자이 오사무 선집

다자이 오사무 선집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72
정가
23,000
판매가
20,7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96쪽 | 620g | 128*190*29mm
ISBN13 9791187295624
ISBN10 11872956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줌마! 내일은 날씨가 좋겠네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드높고, 환성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아줌마는 비질을 멈추고서, 얼굴을 들고,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리면서,
“내일 무슨 일이 있으세요?”
그 소리를 듣자, 나는 난처해졌다.
“아무것도요.”
아주머니는 웃기 시작했다.
“쓸쓸해지신 거로군요. 산에라도 올라가지 그러세요.”
“산은, 올라가보았자, 금방 또 내려와야 하지 않아요? 시시하게. 어느 산에 올라가보아도 후지산이 보일 뿐,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거든요.”
내 말이 이상했던지, 아줌마는 그저 애매하게 끄덕거리고 나서, 다시 낙엽을 쓸었다.

요는 게으른 것이다. 노상 이런 꼬락서니인지라, 나는 도저히 가망이 없는 인간이다. 이렇게 단정해버리기는, 나로서도 쓰라린 일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괴롭다느니, 고매하다느니, 순결하다느니, 순진하다느니, 그따위 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다. 써라. 만담이든, 촌평이든 말이다. 쓰지 않는 것은 예외 없이 게으름 때문이다. 어리석은, 어리석은 맹신이다. 사람은 자기 이상의 일도 할 수 없고, 자기 이하의 일도 할 수 없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권리가 없다. 인간 실격. 당연한 일 아닌가.

오늘 아침, 전차에서 본, 짙은 화장을 한 아주머니를 떠올린다. 아아, 더럽다, 더러워. 여자는 싫다. 내가 여자인 만큼, 여자의 불결함을 잘 안다. 이가 갈릴 정도로 싫다. 금붕어를 만진 다음의, 저 참을 수 없는 비린내가, 내 몸 하나 가득 배어 있는 것만 같아서,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것 같고, 이처럼, 하루하루, 자신도 암컷의 체취를 발산시켜나가는 것일까 생각하면, 또 생각나는 것도 있으므로, 이대로 소녀인 채로 죽고 싶다. 문득, 병이 들었으면 생각한다. 엄청 무거운 병이 들어, 땀을 폭포같이 흘려서 말라빠지게 되면, 나도, 말끔히 청정해질지도 모르지 않나. 살아 있는 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착실한 종교의 의미도 조금 알아가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나는, 맛있는 요리 같은 것은 만들 줄 모르니까, 차라리 모양만이라도 아름답게 꾸며서, 손님을 현혹시켜, 우물쩍 넘기는 것이다. 요리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대개는 그것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지. 하지만, 이 로코코 요리에는, 어지간히 미술 감각이 필요하다. 색채의 배합에 대해 뛰어나게 민감하지 않고서는 실패한다. 적어도 나 정도의 섬세함이 없어가지고는 말이다. 로코코라는 말은, 얼마 전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화려할 뿐 내용이 텅 빈 장식 양식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서 웃었다. 명답 아닌가. 아름다움에 내용 따위가 있을 필요가 있는가. 수수한 미美란, 언제나 무의미하고 무도덕하다. 당연하지. 그래서 나는 로코코가 좋다.

장녀는 26세.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철도성에 근무하고 있다. 프랑스어를 곧잘 했다. 키는 160센티미터에 살짝 모자랐다. 매우 말랐다. 형제들에게 “말(馬)”이라고 불리는 일이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로이드안경을 끼고 있다. 마음이 화려하고 누구하고나 금방 친구가 되고, 열심히 봉사하고는, 버려진다. 그것이 취미다. 우수, 적요(寂廖)의 느낌을 은근히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같은 과에 근무하는 젊은 관리에게 열중했다가, 그러고는 역시 버림받았을 때에는, 그때만큼은 그야말로 진심으로 낙심했고, 멋쩍기도 해서 폐가 나빠졌다고 거짓말을 해서 일주일이나 누워 있었고, 그런 다음 목에다 붕대를 둘둘 감고서, 공연히 기침을 자꾸만 해 가면서 의사에게 갔더니, 엑스레이로 정밀하게 조사받은 끝에, 드물게 보는 강건한 폐라며 의사에게 칭찬을 받았다. 문학 감상은 본격적이었다. 실로 많이 읽는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힘이 넘쳐서, 스스로도 뭔가를 몰래 쓰고 있다. 그것은 책장 오른쪽 서랍 속에 감추어 놓았다. 서거 2년 후에 발표할 것, 이렇게 써 놓은 종이쪽지가, 그 축적된 작품 위에 반듯하게 놓여 있는 것이다. 2년 후가 10년 후로 고쳐져 있기도 하고, 2개월 후로 고쳐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100년 후가 되어 있기도 하는 것이다.

개의 곁을 지나갈 때에는, 아무리 무섭더라도, 절대로 뛰어서는 안 된다. 싱글싱글 비루한 눈치 보기 웃음을 웃어가면서, 무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면서, 천천히, 천천히, 속으로는, 등덜미에 송충이가 10여 마리 기어 다니는 듯한 숨 막히는 오한을 느껴가면서도 서서히, 서서히 지나가는 거다. 참으로, 나 자신의 비굴함에 대해 정이 떨어진다. 울고 싶을 정도의 자기혐오를 느끼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다가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지라, 나는 모든 개들에게 볼썽사나운 인사를 시도해본다. 머리카락을 너무 길게 기르고 있다가는, 어쩌면 수상한 자라며 짖어댈지도 모르므로, 그처럼 싫어하는 이발소에도 열심히 다니기로 했다.

좀 더 온화한, 환하게 밝은, 멋들어진 것. 무엇인지 모르겠네. 예를 들면, 봄 같은 것. 아니 틀렸어, 푸른 잎. 5월. 보리밭은 흐르는 맑은 물. 역시, 아니다. 아아, 하지만 나는 기다립니다. 가슴을 울렁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눈앞을, 줄줄이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나는 쇼핑백을 그러안고, 조그맣게 떨면서 간절히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매일, 매일 역으로 마중 나가서, 허전하게 집에 돌아오는 스무 살 아가씨를 웃지 마시고, 제발 기억해주세요. 그 조그마한 역의 이름은 일부러 가르쳐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르쳐드리지 않더라도, 당신은, 언젠가 나를 볼 것입니다.

나는 일본 취객의 유머 감각 결여에 새삼스럽게 넌더리가 나서, 아무리 그 신사와 주인이 웃어대도, 이쪽에서는 알은체도 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가게 옆을 지나는 연말 가까운 인파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신사는 문득 내 시선을 따라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가게 밖 인파의 흐름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헬로,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외쳤다. 미국 병사가 걷고 있었던 것이다.
뭐랄 것도 없이, 나는 신사의 그 해학에만큼은 폭소가 터졌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20,7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