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또는 재일교포로 흔히 불리는 ‘재일(在日)한인’ 이 글에서 ‘재일한인’은 한국 국적을 비롯하여 북한 국적, 일본 국적 등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조선인)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재일조선인’은 주로 북한이나 북한의 해외공민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는 ‘조총련’계 한인들이, 그리고 ‘재일교포, 재일동포, 재일 한국인’ 등은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주 사용되는 ‘재일한국/조선인’ 또는 ‘재일조선/한국인’은 ‘민단계’와 ‘조총련’계의 대립을 초월하여 전체를 하나의 민족으로 보려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고, ‘재일 코리안’ 역시 비슷한 의도로 만들어진 호칭이다. ‘뉴 카머’는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 정착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1965년 한일협정 이후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 정착한 이들은 ‘올드 카머(old comer)’라고 부른다. ‘카머’란 호칭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온 이들 및 그 후손들과는 다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편, ‘자이니치(ざいにち)’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재일한인 2, 3세대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모색해보는 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 현재는 재일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기호로까지 인지되고 있는데, 사용하는 이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현재 일본에 살고 있을 뿐 일본인도 한국인(조선인)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재일한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제3국인’은 일본인들이 재일한인을 지칭하는 말인데, 순수한 일본인도 아니며 한국인도 아닌 제3유형에 속하는 사람들, 즉 경계인(marginal man)이라는 의미의 호칭이다.
은 재일조선인, 자이니치(在日, ざいにち), 재일 한국인, 뉴 카머(new comer) 등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그들의 이주 역사는 러시아나 중국으로의 이주에 비해 뒤늦은, 19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시작된다.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 수많은 농민이 급격히 몰락해가는 농촌의 빈궁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도항(渡航)하게 되는데, 그 수는 해가 지날수록 점점 늘어난다. 특히, 1939년 이후에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 탄광 노동자 등으로 강제 징용당하여 일본 각지로 송출되는 조선인 노동자와 농민 수가 급증한다. 이에 따라 1945년 광복 직전에 이르면, 재일한인은 유학생을 포함하여 210만여 명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일부 유학생을 제외한 이들 재일한인 대부분은 일본의 노동시장으로 흘러들어 토목·광산·부두의 하층 노동자로 전락, 가혹한 탄압과 차별 속에서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게 된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배국에서 그들과 직면하게 된 재일한인들은 피지배 민족으로서 온갖 민족적인 차별과 폭력적 핍박을 감내하며 목숨을 부지해온 것이다.
광복 후 대부분의 재일한인은 그리던 조국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선에 오른다. 그러나 고향에 생활의 근거가 없어서, 또는 남북 분단과 뒤이은 한국전쟁 등 한반도 조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돌아갈 곳을 잃게 되어 거주하던 일본 현지에 어쩔 수 없이 잔류한 재일한인도 적지 않다. 이들은 민족적 차별과 핍박이 여전한 일본사회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이들과 그 후손이 오늘의 재일한인사회를 이루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의 자료에 의하면, 2021년 1월 현재 82만여 명에 이르는 재일한인들이 한국이나 북한(조선) 국적을 지니고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자료와는 달리, 불법체류자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거주자를 포함하면 150만여 명이라는 설도 있는데, 이는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재일한인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 강점과 이후의 남북 분단이라는 한민족의 특수한 역사·사회적 배경은 근대 이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일본에 거주하게 된 재일한인의 삶과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왔다. 일제강점기라는 식민지 상황, 광복 직후의 사회적 혼란과 분열, 남북 분단 고착화, 일본의 남북 등거리 외교에 따라 ‘민단’과 ‘조총련’ 재일한인사회는 이른바 북송사업(1959.12?1984) 이후 ‘재일본조선인거류민단’(이하 ‘민단’) 계열의 ‘재일한국인’과 ‘재일본조선인조총련합회’(이하 ‘조총련’) 계열의 ‘재일조선인’으로 구분되는데, 이 책에서는 ‘재일한인’으로 통칭한다. 다만 ‘조총련’ 계열을 따로 가리키는 경우 ‘재일조선인’이라 지칭한다.
계열로 갈라진 재일한인사회, 그리고 극심한 민족적 차별 등, 재일한인의 삶은 한반도의 정치적·역사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한국과 북한·일본사회에서 모두 배척받는 일종의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강요받는다. 따라서 재일한인문학에 대한 논의는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문화적 환경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일한인사회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형성된 특수 집단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지역의 이주 한인들과는 달리, 재일한인, 특히 1세대 재일한인은 일본의 폐쇄적인 외국인 정책과 국적 차별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열악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이주 한인들이 거주국 국적을 취득하여 거주국 국민의 자격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 출생한 재일한인 2세조차도 모국의 국적을 고수하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해온 것이다. 광복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 정부는 특별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재일한인의 입장을 배려하기보다는 일본사회로부터 ‘배제’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등록법이나 출입국관리령 같은 엄격한 규정으로 ‘관리’해 옴으로써 정치·사회적으로 숱한 문제들을 야기(惹起)시킨다. 물론, 최근 들어 재일한인의 지문 날인을 없애는 등 일본 정부의 정책도 약간의 변화를 보이지만, 기본 정책은 여전히 완고하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3세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재일한인사회 내부에서도 일본사회에서의 적응 방식은 물론 스스로의 정체성 문제로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재일한인사회와 그들이 축적해온 문화를 온당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일한인이 일본 정부의 동화 압력과 차별에 대응하며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가는, 혹은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밀한 고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재일한인문학에 대한 논의 또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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