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푸른 안경 위 이마 전체가 흰 붕대에 의해 덮여 있었고, 다른 것이 그의 귀를 덮고 있었는데, 단지 핑크빛 뾰족한 코를 제외하곤 그의 얼굴 한 부분도 드러난 곳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밝은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높고 검은 리넨 깃이 그의 목까지 접혀 올려진 어두운 갈색 벨벳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 두꺼운 검은 머리칼은, 마치 가로지른 붕대 사이와 아래로 빠져나온, 이상한 꼬리와 뿔의 이미지를 가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이한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억눌린 목소리와 붕대가 감긴 머리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서, 잠깐 그녀는 몸이 굳어버렸다. --- p.17
그녀가 그러고 있는 사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불이 스스로 한데 뭉치더니, 갑자기 일종의 봉우리처럼 솟구쳐 올랐다가는, 침대 가로대 너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연이어, 이방인의 모자가 침대 기둥에서 떠오르더니, 원의 더 나은 부분을 통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나는 모습을 해 보이더니, 홀 부인의 얼굴을 향해 곧바로 달려들었다. 그다음엔 세면대로부터 스펀지가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고는 의자가, 이방인의 외투와 바지를 아무렇게나 한쪽으로 내팽개쳤고, 이방인의 것 같은 특이한 목소리가 건조하게 웃는 중에, 그것의 네발이 홀 부인에게로 돌아서서, 잠시 그녀를 노리는가 싶더니, 달려들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고, 그러고 나서 의자 다리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등을 찔러댔고 그녀와 홀을 그 방 밖으로 내몰았다. 문이 쾅 하고 격렬하게 닫히고는 잠겼다. 의자와 침대가 잠시 승리의 춤을 추는 듯했고, 그러고는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 p.63
그는 구겨진 시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실제 목소리였나? 그는 다시 주위를 살폈지만, 흩어진 이불과 피 묻은 침대 말고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그는 방을 가로질러 세면대 가까이 가는 움직임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모든 사람이, 높은 교육을 받았다 해도 어떤 미신적 관념은 가지게 된다. ‘으스스하다’로 불리는 바로 그 느낌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방문을 닫았고, 화장대 앞으로 가서는 그의 짐을 내려놓았다. 불현듯 그는 깜짝 놀라며, 자신과 세면대 사이에서, 공중에 매달려 감겨 있는 피 묻은 리넨 붕대 조각을 인지했다.
그는 놀란 상태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비워진 붕대였고, 제대로 묶여 있었지만, 완전히 비어있었다. 그는 그것을 잡으려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어떤 감촉이 그를 방해했고, 목소리 하나가 꽤 가까이서 들려왔다. --- p.153
『…가루가 된 유리와 물은 거의 똑같은 굴절률을 가지오. 그건 빛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통과할 때 굴절이나 반사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거요.
거의 똑같은 굴절률을 가진 액체 속에 그것을 넣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요. 투명한 물질을 만약 거의 똑같은 굴절률을 가진 어느 매개체에 넣으면 안 보이게 되는 거죠. 그리고 단 몇 초만 숙고해봐도, 만약 유릿가루의 굴절률을 공기와 같이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공기 중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걸, 또한 알 수 있을 거요. 그때는 빛이 유리에서 공기를 통과할 때 굴절이나 반사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오,』
『그래, 그래.』 켐프가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유릿가루가 아니잖나!』
『아니.』 그리핀이 말했다. 『사람은 더 투명하오!』 --- p.177
고통은 지나갔소. 자살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소. 나는 그 새벽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요. 내 손이 흐린 유리처럼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맑고 옅어져 마침내 투명해진 눈꺼풀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통해 엉망으로 어지럽혀진 내 방을 볼 수 있는 그 이상한 전율을. 내 팔다리가 유리처럼 되었고, 뼈와 동맥이 흐릿해지다 사라졌고, 작고 하얀 신경이 마지막으로 사라졌소. 나는 이를 앙다물고 끝까지 남아 있었소. 마침내 죽은 손톱 끝이 창백하고 하얗게 남았고, 내 손가락에 묻은 약간의 산이 갈색 반점처럼 남아 있었소.
---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