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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교차하는 시간 1

사랑이 교차하는 시간 1

제로노블(Zero Novel)이동
하노HANO | 동아 | 2022년 02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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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466g | 128*188*23mm
ISBN13 9791163025672
ISBN10 1163025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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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셨어요?”
꽃집 주인인 이슬라가 엘레노어를 알아보고 방긋 웃었다. 엘레노어는 일주일에 꼭 한 번씩 꽃집에 들러 꽃을 사 가곤 했으므로, 이슬라에게 있어서 엘레노어는 귀한 단골손님이었다.
“흰색 크로커스로 드리면 될까요?”
이슬라가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물었다.
“아뇨, 오늘은 다른 꽃으로 사 가려고요.”
엘레노어의 대답에 이슬라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이맘때면 엘레노어는 늘 흰 크로커스를 찾았다. 어디에 두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침실 머리맡을 장식할 꽃이라고 했다.
“어쩐 일로요?”
이슬라가 놀란 듯 되묻자 엘레노어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마음을 바꿀 때가 됐거든요.”
영문 모를 대답에 이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평소처럼 웃는 얼굴을 했다. 그저 엘레노어의 취향이 변했겠거니 생각했다. 어차피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니 뭐가 됐든 그녀에겐 좋은 일이었다.
“그럼 오늘은 무슨 꽃으로 드릴까요?”
“수선화로 주세요.”
엘레노어의 대답에 이슬라가 기세 좋게 “네!” 대답하고는 급히 몸을 틀었다. 엘레노어가 잠시 입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슬라는 매대에서 깔끔하게 다듬은 수선화 다발을 종이로 감쌌다.
“바로 저택으로 돌아가시나요?”
“그래야겠죠. 곧 비가 올 것 같아요.”
“눈뜨자마자 무릎이 아픈 게 그럴 것 같더라고요.”
이슬라가 무릎이 쑤신다며 우는소리를 했다. 엘레노어는 이슬라가 건네는 수선화 다발을 안아 들며, 꽃을 구매한 금액을 지불했다.
“한데 항상 데리고 다니던 하녀는 어디 두고 혼자 나오셨어요? 공작님께서 경을 치실 텐데.”
엘레노어를 향한 클래번 공작, 로건 클래번의 과보호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클래번 공작저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락 귀족인 엘레노어 허드슨을 엘레노어 클래번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제일 먼저 엘레노어를 제 약혼녀로 만들고, 그 주변을 제 사람으로 온통 감싸 누구도 그녀에게 허튼짓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계모인 신디 클래번이 엘레노어를 구박하다가, 공작에게 된통 깨진 사실은 근방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기까지 했다.
“그런 사람 아니에요.”
엘레노어가 말간 얼굴로 웃었다. 이슬라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예비 공작 부인인 엘레노어뿐이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클래번 공작이 원하는 것이 엘레노어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괜히 입을 열었다 화를 당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 볼게요, 이슬라.”
엘레노어는 처음 마주쳤을 때는 인상이 흐릿하고 평범해 보이는 외형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청초한 매력이 있었다. 희고 투명한 피부, 잿빛 눈동자에 긴 금발 머리. 유일하게 혈색이 짙은 입술은 클래번 공작가의 재력과 합쳐지자 완벽한 아름다움이 되었다. 최근에는 엘레노어를 따라 하려는 여자들까지 생겨난 판국이었다.
그리하면 남자들에게 꿈결처럼 사랑받을 수 있다나 뭐라나. 저 얼굴과 분위기가 아니고서야 가능한 얘기인가 싶었지만 믿는 이들도 제법 많은 모양이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엘레노어.”
이슬라는 완벽한 장사치처럼 웃는 낯으로 엘레노어를 배웅하고 돌아섰다. 봄의 빗방울 하나가 엘레노어의 발자국이 남은 흙바닥 위로 똑 떨어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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