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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배수아 | 이룸 | 2000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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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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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905136
ISBN10 898790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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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에로틱하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것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 약속, 우정, 건강한 미소, 너만을 사랑하리라는 맹세, 그런 것들에 대한 배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로틱한 것은 충격 효과를 가진다. 그것은 대상이나 방법에서 비일상적인 의외성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회적이고 찰나적이다.
--- p.54
지금 당신이 명백한 친구에게 성욕을 느낀다면 죄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관계의 정체성에 의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에로티시즘은 그 대상의 부정성으로 인해 더 빛난다. 그리고 에로티시즘은 사회적 관계에 구속받지도 않는다.
--- p.94
육체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하거나 자유분방한 관계를 옹호하거나 노출이나 선정성에 대해서 아침 식탁의 시리얼처럼 간단히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취급하는 가치관이 지배하게 되면서부터 소외감을 느끼거나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내 친구의 경우가 그랬다. 오랫동안 억눌려 왔기 때문인지, 젊고 자신감 있고 첨단의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지금 경쟁하듯 육체에 대해서 개방적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지, 심지어 언더 문화라 할지라도 독점적인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위험해지는 점은 같다.
--- p.77
우리나라에는 누드 해변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가 사회전통으로 계승되고 교육되는 것인지 아니면 핏줄로 유전되는 것인지 잘 알수는 없지만, 그 장벽은 상당히 높아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도 누드 해변이나 스위 혹은 스와핑이나 동성애 같이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생의 선택 사항이 살인이나 강간처럼 파렴치한 행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 p.43
'몸'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의식중에 죄의식을 갖는 문화를 우리는 물려받았다. 나무꾼에게 누드를 보인 선녀는 그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해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현재에 와서도 은밀하게 보기를 원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몸은 이제 상품화의 극단으로 갈 데까지 가서 여자의 가슴이나 엉덩이 따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볼 수가 있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자극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의외의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연출되지 않은 표정을 보내면 흔들리는 것이 인간의 감수성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흔들림을 겪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단지 허용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용도 변경된 시각으로 은밀히 보는 것. 그것은 단순한 성적 자극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감동일지도 모른다.

진정 에로틱하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것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 약속, 우정, 건강한 미소, 너만을 사랑하리라는 맹세, 그런 것들에 대한 배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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