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의 유럽인은 필란트로피 활동이 부(富)에 대한 세금처럼 일종의 개인적 의무라고 보는 도덕적 규범을 물려받았다. 이런 규범이 반드시 종교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돈이 있으면 그것으로 선행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과 같이 필란트로피 활동과 관련된 믿음을 제공하는 것이 종교다. 필란트로피 활동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역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유럽에 필란트로피 활동이 존재했다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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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활동의 변화 증거는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주시한 트렌드와 완전히 일치한다. 기부에서 투자로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변한 것은 아니어서 예전 스타일의 필란트로피 활동도 여전히 네덜란드 필란트로피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투자로 전환되려는 움직임이 매우 뚜렷하다.” 기성 조직과 새로운 조직이 민간 지원금을 조달하려고 하면서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역동성”이 나타나고 있고 “새로운 필란트로피스트와 기업들은 재단을 설립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움직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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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필란트로피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 중 하나는 ‘벤처 필란트로피스트’의 등장이다. 이 모델은 1990년대 후반에 하버드대학(Letts, Ryan, Grossman, 1997)에서 만들어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재단에서 실용화되었다. 벤처 필란트로피의 경우 필란트로피스트들은 벤처 캐피털 투자와 관련된 많은 기술을 필란트로피에 적용한다. 그들의 목표는 보조금, 부채, 자본 같은 맞춤형 재원을 이용하여 측정 가능한 사회적·환경적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사회적 목적이 있는 조직을 강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재무 외적인 조직 후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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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이고 창의적이며 비판적이고 활동적인 부자라고 할 수 있는 벤처 필란트로피스트는 유럽의 전통적인 필란트로피를 변화시키는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변화를 일으키는 유일한 세력은 아니지만 중요한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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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의 각국 정부는 필란트로피를 장려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개인 기부를 장려하는 세금 및 재정 변화와 비영리단체의 설립이나 관리를 자유롭게 하는 법적 변화를 통해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필란트로피가 남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투명성에 관한 법률을 이용하여 필란트로피 활동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명성은 이 책의 핵심이다. 투명성이 높아지면 결국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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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럽 정부들이 필란트로피 사업을 장려하는지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사고방식을 발전시키고, 국가와 비영리단체의 관계를 현대화하며, 국가와 시민사회의 이해관계를 융합하고, 국가와 영리 부문이 제공하지 못하는 물자와 파급 이익을 제공하며, 비영리 부문이나 시민사회의 민주주의 구축 잠재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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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역할 모델이 있다. 기꺼이 일어서서 [자신의 필란트로피 활동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마음 맞는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마르코 데마리에의 말에 따르면 이탈리아에는 “변화해야 한다는 압력이 존재한다”고 한다. 재단들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필란트로피 활동에 대해 더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언론도 관심을 보인다. 이제 공론화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네덜란드재단협회 FIN의 이사 소피 보세나르는 “최근 10년에서 15년 동안 투명성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관심 중 일부는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의 자금줄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된 정부 쪽에서 보이고 있다. 또 기금을 모으던 자선단체들 사이에서 추문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명성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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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비영리단체들은 기본적인 가시성이나 ‘추론성’ 모두 투명하지 못했지만 이제 이 부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부와 조직적인 필란트로피 사업을 운영하는 새로운 전문 직원들이 대중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보여주기 위해 문을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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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라는 말은 ‘사회 또는 환경의 측정 가능한 변화’를 의미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보통은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 책을 위해 인터뷰한 몇몇 필란트로피스트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나타내기 위해 이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이 ‘투자’라는 단어와 연결되면 ‘재정적 변화와 사회적 또는 환경적 변화를 모두 가져오는 투자’를 의미하며 여기서 기대하는 변화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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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스트와 모금담당자가 지금처럼 활동하기 좋은 때도 없었다. 단순 기부부터 복잡하게 구조화된 사회적 임팩트 투자에 이르기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 범위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더 중요한 것은 재단, 은행, 비영리단체, 조언자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상품을 조정하거나 포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에 비해 이용하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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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럽 필란트로피 분야의 네 영역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첫째, 인구통계학적 영역이다. 여기서는 새로운 부의 등장과 증가하는 빈곤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을 볼 수 있다. 둘째, 인터넷 출현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확장된, 앎의 영역이다. 셋째, 우리가 하는 일의 틀을 정하려는 정부다. 넷째, 실용적인 영역, 즉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이를 실현하는 기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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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상황을 묘사하기에 완벽한 시기는 없다. 경제 침체, 이민, 불안정한 러시아 상황, 기후 변화에 유럽연합 토대까지 흔들리는 지금도 필란트로피 이야기를 하기에 적당한 때다. 하드 데이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이런 다른 요인들에 비하면 사소한 장애다. 그래도 나는 불평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요소 덕분에 필란트로피가 흥미로워지고 고액 필란트로피(너그러운 금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 분야의 도전의식을 북돋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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