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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마음의 푸른 상흔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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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랑스소설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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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38g | 135*195*15mm
ISBN13 9791160272840
ISBN10 116027284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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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당신의 귀감이었습니까, 아니면 악몽이었습니까? 인생이 당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당신은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당신의 눈 색깔이, 당신의 머리 색깔이 어떻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까? 밤이 두렵습니까? 잠꼬대를 합니까? 당신이 남자라면, 성질 고약한 여자들을, 여자란 자고로 따뜻한 날갯죽지에 남자를 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들을―최악은 그럴 줄 안다고 착각하는 여자들이죠―떨어져 나가게 할 가슴 시린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의 상관부터 아파트 관리인까지, 마주치기도 싫은 주차단속 요원부터 한민족 전체를 책임지는 불쌍한 마오쩌둥까지, 모든 사람들이―당신을 포함해서요―외로움을 느낀다는 걸, 죽음만큼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는 걸 아십니까? 이런 진부한 생각이 두려운 것은 이른바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그것을 늘 잊고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기거나 적어도 살아남기만 바라니까요. --- p.70

남매를 재워주고 있고 먹여 살리기로 약속한 로베르 베시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점심 초대뿐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점심은 아주 즐거웠다. 엘레오노르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로베르가 데려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엘레오노르는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로베르도 그 사실을 눈치챘다. 두 남매가 어떻게 사는지 십오 년 전에 소문을 들었던 그는 세바스티앵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하긴 했어도 그가 일하는 척할 수 있도록 돈을 쓸 날도 어쩌면 많지 않으리라 희망하며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벌써 머릿속으로는 약속을 피하기 위한 저녁 식사도 몇 번 계획했다. 동시에 향수에 젖어 십 년 전에는 세바스티앵과 함께 일한다면 미친 듯이 좋아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가 시늉하는 것만 봤어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예측 못할 일이 세바스티앵의 삶을 지배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십 년 전, 로베르가 아직 서른이었을 때, 그는 모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동경하는 누군가와 그 위험을 함께할 준비가 말이다. 그러나 그 뒤로 그는 성공을 거두었고, 여러 가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폐쇄적이고 가혹하기로 소문난 파리에서 그는 출세, 그러니까 시쳇말로 ‘자기 참호 파기’에 성공했다. 그는 바닷가재를 깨물어 먹으며 그 표현이 지독히도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럽게 판 그 ‘참호’가 혹시 무덤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로베르는 서글퍼졌다. --- p.98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피할 수 있다고, 적어도 그 병에서 회복될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면 왜 글을 쓰겠는가? 모든 텍스트의 절대적인, 고유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논문이든, 이처럼 늘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 p.13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자기 파괴, 형식 파괴, 프랑수아즈 사강의 에세이소설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가 되다.


스포츠 중계방송처럼 소설도 우리가 읽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실시간으로 해설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해설자가 작가 본인이라면?
열아홉, 첫 작품 『슬픔이여, 안녕』으로 문학비평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랑스 문단에 데뷔한 사강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71년, 서른일곱의 나이에 ‘에세이소설’이라는 다소 낯선 형식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1년여에 걸쳐 완성한 그 도전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이다. 사강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무일푼으로 프랑스에 온 스웨덴 출신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남매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그들의 ‘파리 생존기’를 써나가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집필하는 작가 자신의 ‘생존기’―집필 과정부터 ‘직업 작가’로서의 고뇌, 독자에 대한 진심, 페미니즘을 비롯해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까지―를 써나간다. 말하자면 일종의 ‘액자식 구성’인 셈인데, 내화인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의 이야기가 ‘소설’이라면 외화인 사강 자신의 이야기는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묘미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마치 SNS나 메신저를 통해 사강과 대화하는 것처럼, 나아가 우리 자신이 작가가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혹 작가의 목소리가 우리의 상상력이나 흥미를 반감시킬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시종일관 냉정하고 담담한 문체의 ‘소설’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열정적이고 다소 격렬하기까지 한 어조의 ‘에세이’를 통해 두 얼굴의 사강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사강과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한집에 모이는 순간의 전율은 덤이다.

TIP. 주인공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는 사강이 1960년 발표한 첫 번째 희곡 「스웨덴의 성Chateau en Suede」에 나왔던 인물들이다. 이 작품은 발표된 해에 초연되었고, 1972년에 지금은 저명한 연극상이 된 브리가디에 상(prix du Brigadier)을 수상했다.

“모든 텍스트의 절대적인, 고유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논문이든,
이처럼 늘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마음에 들어가는 푸른 멍을 외면하는 모두에게


사강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으리라. 스피드, 알코올, 마약, 도박, 사랑…… 이 모든 것에 중독된 사강은 속칭 ‘스캔들 메이커’였다. 저 유명한 발언 역시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선 그녀가 했던 자기 변론이다. 자기 자신을 이토록 파괴시킬 수 있을까 싶은 그녀가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영혼을 잘 돌보고 있느냐고.
이것이 모순처럼 느껴진다면 한때 세간을 휩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떠올려보자. 철도 노조 파업, 밀양 송전탑 등의 사회문제를 거론하며 ‘침묵하고 무관심하기’를 강요당해온 이들에게 목소리를 내라던 그 단순하고도 명료한 글을 보았을 때, 당신의 마음에 일었던 파도를. 수십여 년 전, 프랑스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던 사강의 메시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하다. 그녀는 말한다. ‘꿈을 꾸고 일탈하’라고. ‘늙어서 죽는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주식을 사는 대신 밤새도록 낭만적인 우정 속에서 ‘인간성을 발견’하라고.
사강에게 나를 파괴할 권리란 결국 마음의 멍을 치유할 의무와 동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의무에 동참하라고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를 위해 그녀는 이 작품에서 ‘마지막’으로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 정직하게, 정면으로 주인공들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인물과 문학, 사회에 대한 그녀의 올곧은 시선이 당신에게 닿는다면 알게 될 것이다. 삶에 대한 사강의 뜨거운 본능이 지닌 가치를. 사강은 스캔들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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