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상호다. 20년 전, 개업을 앞두고 나도 가게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고민했다. 이런저런 후보가 있었지만, 부르기에 좋고 기억하기에도 좋은 ‘개성손만두’로 결정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똑같은 이름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 와서 가게 이름을 바꾸려니,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소요될 것 같아 그냥 포기했다. 이런 곤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특정 지명이나 ‘원조’라는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를 권한다. 많은 사람이 가게 대표의 출신지나 가게가 위치한 곳, 팔고자 하는 음식의 본고장 등의 지명을 무심코 상호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지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상표 등록이 어렵다. 또한 ‘원조’라는 말도 아무나 사용할 수 있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 간혹 어려운 외국어나 본인만 아는 표현을 상호에 넣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무엇을 파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곳에 과연 손님이 찾아올까? 장사가 잘되기를 바란다면, 손님이 쉽게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상호를 내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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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식당하면서 직원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원래 다들 그렇게 해요”였다. 음식 장사 경험이 적었을 때에는 이런 말에 별다른 반론을 못했다. 심지어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러면 되겠구나’ 하고 안일한 마음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장사를 할수록 자기만의 소신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주위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처음부터 만둣국에 만두 여덟 개를 넣었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다른 데는 이렇게 많이 안 준다며 6개로 줄이자고 했다. 만두 전골을 시키면 국수와 떡 사리, 볶음밥을 함께 주는 것에 대해서도, 손님들이 배가 불러서 추가 주문을 안 하니까 돈을 받고 사리와 볶음밥을 팔자고 했다. 한동안 손님이 적어서 그 말에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가게를 연 지 얼마 안 되었고 음식 맛에 대한 검증이 안 되었기에, 겸손한 자세로 손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지금 돌아보면 역시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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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하다 보면 잘될 때도 있지만, 갑자기 매출이 확 떨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갖가지 핑곗거리로 위안을 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수십 년 동안 자영업을 하면서 솔직히 매년 불경기였지, 경기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1월은 첫 달이라서, 2월은 명절이 있어서, 3월은 신학기라, 4월은 환절기라, 5월은 가정 행사가 많아서, 6월은 여행 철이라, 7월은 더워서, 8월은 휴가철이라, 9월은 명절이 있어서, 10월은 또 환절기라, 11월은 김장철이라, 12월은 연말이라 장사가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곤 한다. 하지만 자꾸 핑곗거리를 찾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가게는 성장하지 못하고 손님들에게 점점 잊히게 된다. 그러므로 장사가 안 될 때에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만히 감나무 아래에 누워서 저절로 감이 입속으로 떨어지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감을 딸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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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초창기에 단골이었다가 이사 등의 이유로 한동안 못 왔던 손님들이 오랜만에 혹시나 하고 찾아오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런 손님들은 지금까지 장사를 하는 우리 부부를 보고 몹시 반가워한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 이런 얘기를 건네는 손님도 있었다. “그때 사장님과 아내분이 젊고 서툴러 보여서, 어느 정도 하다가 그만두실 줄 알았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장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의 진심 어린 인사에 뿌듯함을 느꼈다. 새삼 개업 초기에 허둥지둥 실수 연발이었던 우리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때는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장사할 줄은 몰랐다. 옛 추억에 빠져 있다가 문득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손님은 왜 감사하다고 했을까? 내 장사를 내가 오래 하고 있을 뿐인데.’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가,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 손님은 아마도 오랜만에 찾아온 우리 가게에서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옛 추억 한 그릇을 먹고 간 거라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줬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한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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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우리에게 단골들은 종종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돈 많이 벌어서 건물은 사셨어요?” 우리의 대답은 “아니요”다. 주위에 다른 자영업자들을 살펴봐도, 오로지 장사만으로 크게 돈 번 사람은 많지 않다. 대를 이어서 운영하는 오래된 맛집 사장님들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무슨 돈을 많이 벌었겠어. 그저 자식들 대학까지 보내고 결혼시켰으니까 그걸로 된 거지.” 하고 답한다. 힘들게 장사해 자식들 잘 키운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장사해서는 큰돈을 벌기 힘들까?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노동보다는 투자로 돈을 버는 시대다. 투자를 현명하게 해서 돈을 벌려면 무엇보다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온종일 가게에서 일만 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보를 습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새는 모바일 시대가 되어 형편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모든 것을 일일이 방문해서 처리해야 했기에 정보를 알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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