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노래_1

수풀 속 헤집던 바람
바위를 치고
휘몰아쳐 솟아올라

바람처럼 달리고 싶던 풀잎
바람을 만나
바람의 춤을 추다

바람 불고 풀잎 눕다


풀잎의 노래_5

입에서 풀잎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풀잎 따서 입에 물고
산을 오르면
어느새 나의 말도 풀잎 소리를 낼까


그림자 놀이_1

아가 아가,
그림자 놀이 하자꾸나

그림자란 아예 없으면 안 되나요?
나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내가 아닌 것도 아닌 것이
검게 드리워져
이따금
다른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할 뿐이잖아요

시원하게 싸아악
없애주시면 안 될까요

아빠께만 고백하건대
그림자가 없어지면
내가 훨씬 멋질 텐데요
그리고 사실
당신께도 별 도움이 안 되잖아요

아가, 여기
작은 옷핀 한 개 있구나
이 작은 것에도 그림자는 있지
때로 아주 기특한 놈이지만
쓰기 위해 열었다
손가락 쿡 찔려 빨간 피나게도 하지

그러니 끝을 뭉툭하게 해줄까?

아뇨 아빠,
그러면 핀으로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 그렇구나
그게 바로 그림자란다

아프고 흉하고 걸리적거리고 자신을 낮게 만들어도
떼어내면
자신일 수 없는 그 진득한 것

그러니 나랑
그림자 놀이 하자꾸나

햇살 아래 서면
넌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그림자가 짧아진단다

지는 햇살 아래
그림자 길어지면
배포 좋은 너럭바위 위에
그림자 걸쳐두고
우리 함께 앉아
지는 때가 더 찬란한
태양 가슴에 품어보자꾸나

나의 아가야


한 아기 안에

한 아기 안에
하늘과 땅이 만났습니다
여기서
신이 인간을
빛이 어둠을 삼키는 일 없이
하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