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_ 현대 세계 경제질서라고 하는 게임의 초청자host가 미국이고, 중국은 손님guest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게임의 호스트는 게스트를 바꿀 수 있지만, 게스트는 호스트를 바꿀 수 없는 것이 ‘게임의 법칙’입니다. 미국은 게스트를 독일과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또 다시 중국으로 바꾸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중국을 인도나 아세안으로 바꾸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역할을 바꿀 대안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입니다.
또 한 가지,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은 ‘질quality’과 ‘양quantity’의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은 14억 명 인구라는 엄청나게 큰 덩치 때문에 아직 질적으로는 멀었지만, 양적으로는 엄청난 국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국력은 독일과 일본, 또는 한국과 대만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이것을 기반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은 첫째 호스트 미국과 게스트 중국의 싸움이고, 둘째 질적으로 우수한 미국과 양적으로 큰 중국 체제의 싸움이다. -김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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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_ 과학 문화, 과학적인 사고, 혹은 과학과 철학이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난 것인데요. 우리 헌법 127조에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과학기술은 경제 발전의 도구일 뿐이지요. 1961년 케네디가 ‘스푸트니크 쇼크’ 후에 추진한 과학기술 진흥 프로젝트 “Man on the Moon”,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입니까. 이것은 더 잘 살아보자는 말이 아닙니다. 소련을 제압하자, 소련의 기술경쟁에서 앞서자는 것이 실제 목표였지만, 그러나 제안한 “Man on the Moon”에는 인간으로서의 꿈이 들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과학과 철학이 합쳐져야 나올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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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문제에 국가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어떻게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 ‘시대의 급소’이고, 이런 일을 하게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다.
- 최진석
최진석_ 저는 그 시대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시대의 급소’라고 표현합니다. 일본은 시대의 급소를 잡아서 근대를 이루었고, 조선은 시대의 급소를 잡지 못해 패망했습니다. 리더십은 그 시대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시대의 급소’에 국가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 ‘시대의 급소’입니다. 이것은 선도국가로 올라서느냐, 올라서지 못하느냐 하는 중차대한 일입니다. 선도국가로 올라서는 일은 4차 산업혁명에 잘 올라타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잘 올라타는 일과 선도국가로 상승하는 일이 ‘시대의 급소’입니다. 이런 일을 하게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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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세계 경제 변화와 대응 방향_ 최낙균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으나, 조만간 이겨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라 지구 생태계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으며, 홍수와 가뭄 피해도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경제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세계 경제 침체와 신보호주의의 심화를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언택트 경제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 및 규제 완화를 통해 디지털 및 그린 뉴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코로나 위기를 국내 산업 및 무역구조 고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세계 각국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바, 우리나라도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고, 리쇼어링과 해외공장의 재배치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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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스는 정의 이론을 아주 간략하게 압축해서 쓴 자신의 책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 공정은 사회적 제도와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의 삶을 어떻게 기대하고 전망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좋은 가정 출신이라서 여러 가지 특권과 특혜를 누리면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교육을 받고 나면 좋은 직장에서 많은 소득을 얻게 됩니다. 그러면 소득불평등이 자산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예컨대,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라는 개념이 말해주는 것처럼, 부모로부터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균등이라는 것은 사실 가짜 공정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수의 제한된 기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 한국 사회에서 그러한 적나라하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라는 개념이 말해 주는 것처럼, 부모로부터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균등이라는 것은 사실 가짜 공정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수의 제한된 기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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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문제를 둘러싼 시선과 해석, 그리고 대안_ 전영수
‘외로운 혼자 vs. 귀찮은 가족’의 승자가 전자라면 인구 정책은 수정 검토가 요구된다. 결혼 포기가 금전 한계를 넘어 가치전환까지 반영된 결과라면 출산장려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인 분석이 오판인데 대응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인과성을 알면 정책 자체의 발본 개혁이 시급하다. 힘들어진 출산 장려를 통한 인구증가는 잠시 내려놓고, 청년 선택을 응원하는 게 먼저다. 이를 통해 인식 재전환을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결혼의 정합성이 자연스레 확대·공감되도록 주변 환경을 꾸리는 정책이 권유된다.‘외로운 혼자’를 이겨낼 대안은 ‘즐거운 가족’이 유력하다. 결혼이 리스크 risk에 가까운 부담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가성비, 가심비까지 안겨주는 카드일 때 변화는 시작된다. 물론 쉽지 않다. 누구보다 똑똑해진 청년의 선택을 바꾸자면, 확고한 정책 의지와 실행능력이 전제된다. 무엇보다 청년 생활 전반에 걸친 장기간의 꾸준하고 묵직한 개혁 작업이 간절하다. 그럼에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혼 포기는 정해진 미래가 보내온 날 선 경고장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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