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지구인문학(地球人文學)’이 떠오르고 있다. 관심과 더불어 유행하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지구인문학연구회’의 결성과 활발한 연구, 그리고 ‘경계를 넘는 지구학의 모색’이라는 부제를 가지고서 개최된 <지구화 시대의 인문학> 학술대회가 일단의 증거가 된다고 하겠다. 영어로는 ‘Globalogy: The Humanities in the Age of Globalization’으로 표기하고 있다. 지구인문학과 더불어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 역시 출현하고 있다.
새로운 사유는 새로운 말들(용어)을 필요로 하므로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핵심을 이루는 단어는 역시 (‘지구’와) ‘Globe’라 해야 할 것이다. 형태상으로 보자면 globe에서 global, globality, globalism, globalization, globalogy 등이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단어의 생성 과정을 넘어서 있다. 논자에 따라서 같은 용어를 쓰고 있더라도 거기에 담기는 내용과 함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점차로 일종의 ‘개념’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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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개념에 대해서 근본적인 전환을 담아 내는 새로운 정치학, 지구정치학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정치학에서는 인간을 ‘Zoon Politikon(정치적 동물, Political Animal)’로 간주해 왔다. 인간은 폴리스(Polis)를, 정치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 말 자체가 인간을 가리켰으며, 또한 인간이 아닌 존재와 구별해 주는 특징으로 여겨졌다. 그렇다, 지금도 인간은 여전히 정치적 동물이다. 변함없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또 ‘Terra Zoon(Terrestrial Animal)’이기도 하다는 것을 덧붙여야 할 듯하다. ‘지구(땅) 위에서 살아가는 동물’이기도 하다는 것, 조금 더 부연하면 ‘지구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가야 하는 동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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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정치신학이란 공생공산의 신학을 지구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정치신학을 가리킨다. 지구 위에 살아가는 존재를 단지 인간이나 생물의 관점에서만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적 존재들과의 얽힘 속에 조망할 수 있는 정치신학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구정치신학은 인권을 넘어 모든 존재 특별히 물질적 존재의 존재-권리 혹은 존재-역량을 궁리하는 정치신학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적 실패들의 근원에는 인간중심적 세계관이 놓여있다면, 그 세계관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인간 이외의 존재들 혹은 비유기체적 존재들을 함께 얽혀 활동하는 존재로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정치신학적 핵심과제는 비인간 생명/생태 존재들 뿐만 아니라 물질 존재들에게 어떻게 그들의 정치적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정치신학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켈러의 지구정치신학은 이제 시론적 제안이다. 그 시론에 응답하여 어떻게 정치적 행동주의를 엮어낼 수 있을 것인가는 비단 기독교 신학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종교 간 대화와 협력 및 여러 학문분야들과 ‘함께-만들기’(sympoiesis)의 역량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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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인문학의 관점으로 볼 때 전 지구적 존재는 한울이자 한 기운으로 얽힌 한 가족이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더하여 원불교의 은(恩)사상은 만물이 주고받는 은혜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이 시사점을 실천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은(恩)사상은 삶의 현장에서 천지와 부모, 동포와 법률의 은혜를 자각하고, 이것을 현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실사구시의 실천 원리이자 실학적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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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한기의 효사상은 신기가 활동운화하는 작용이 우주와 지구가 만물 그리고 인간을 이르게 하고, 자기뿐만 아니라 부모도 자손도 그것을 받아서 산다는 사실을 바탕에 두고 있다. 사람과 만물은 그것에 대한 자각이 있든 없든 간에 그것을 받들어 따르고 있는 것이지만 그 은혜를 자각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효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최한기의 효는 부모를 섬기는 효도를 기초로 하면서 그것을 미루어서 자기와 부모, 그리고 자손을 살게 해 주는 사회와 지구환경, 그리고 그것을 통틀어서 일체로 삼는 신기의 활동운화에 대한 은혜의 자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자각을 토대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윤리도덕을 실천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부모를 모실 뿐만 아니라 자기와 타자가 모두 함께 ‘지구 내 존재’로서 지구상에서 더불어 사는 ‘억조생령’에게 기가 운화하는 은덕을 뭇사람들이 알고 깨닫도록 하고, 또 모두가 그 은혜를 입도록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한기의 ‘천인운화의 효’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효사상은 가정도덕·사회윤리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서 생태윤리까지도 포함하는 새로운 지구윤리로 재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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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시민교육이 ‘교육계의 주요 담론’으로서 부각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2012년 9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세계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선언과 함께 이루어졌다. ‘교육이 우선’이라는 세계교육우선구상은 ‘모든 어린이의 취학, 교육의 질 제고’와 더불어 ‘세계시민성 함양’을 3대 목표로 하였다. 더불어 세계교육우선구상은 ‘세계시민성 함양’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동체 의식과 적극적인 소속감을 기르는 것’이자 ‘남녀 불평등, 따돌림, 폭력, 외국인 혐오, 착취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이 학교에서 사라지도록 하는 것’으로서 규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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