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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4g | 146*210*16mm
ISBN13 9791130819013
ISBN10 1130819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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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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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백여 번 총을 쏘았다.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가 도축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맨 먼저 맞닥뜨리는 킬러, 말하자면 나는 저승사자였다. 어떤 소는 체념한 듯 철문을 통과하기 전부터 그렁그렁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소가 옴나위조차 불가능한 좁은 통로에 들어서면 그것은 막다른 길을 의미했다. 뒤로 물러서거나 도망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는 듯, 소는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킬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최대한 빨리, 긴 호스에 연결된 압축 공기총을 소의 이마에 발사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소들은 꾸역꾸역 도축장 안으로 밀려 들어와 얼굴을 내밀었고, 나는 표적지가 나타나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잘 훈련된 특수부대원처럼 총을 쏘았다. 벌써 십오 년이 흘렀다.
--- p.10 「아침의 동행」 중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뒤 두 번 응모했던 소설은 두 번 다 떨어졌다. 사설우체국에는 네 번 들렀다. 두 번은 원고를 부치기 위해서, 나머지 두 번 중 한 번은 통장을 개설하려고. 또 세 번째는 집에서 부쳐준 생활비를 찾기 위해서였다. 시중은행은 연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까운 우체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계절이 바뀌면서 나는 외로움을 탔다. 한 번씩 수진이 보고 싶어 진저리를 쳤다. 선택한 길이라 해도 혼자 있는 사내의 외로움에 봄꽃들은 잔인했다. 밤마다 야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 p.113 「사설우체국」 중에서

“오늘은 운이 좋구나! 목포수도 없이 멧돼지를 사냥할 수 있겠네!”
배철수가 사냥개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목포수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사냥감이 다가오면 총을 쏘는 사냥꾼을 말함이었다.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개들은 자신감이 충만해 더 맹렬히 짖고 멧돼지를 향해 더 거칠게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개 무리 속에 라산이 보였다. 라산은 목표물을 향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 입질이 사냥을 처음 해보는 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용맹해 보였다. 배철수가 엽총에 탄환을 장전했다. 윤진수가 덤불을 피해 아래로 내려갔다. 계곡에 발을 디디자 3미터가량 떨어진 덤불 속에서 짙은 회색의 기다란 주둥이를 개들을 향해 들이민 괴물이 버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둥이 양옆으로 날카로운 어금니가 하얗게 튀어나와 있었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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