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들은 붕어빵을 ‘망각의 빵’이라고 부르지.
- 망각의 빵? 그건 너무 슬픈 이름인데.
- 그렇지 않아. 따뜻하고, 부드럽고, 작고, 다정한 망각이야.
내가 구운 붕어빵은, 겉은 타고, 속은 덜 익고, 팥앙금은 거칠고, 반죽은 고르지 않고, 너무 짰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진 않았다. 내일이면 조금 더 훌륭한 붕어빵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따뜻하고, 부드럽고, 작은 붕어빵이 완성되면, 그 속에 다정한 망각을 넣어, 당신에게 보내야지, 하고 결심하는 순간,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당신도 사는 게 힘들었구나. 나처럼 당신도 따뜻하고, 부드럽고, 작고, 다정한 망각이 필요했구나.......
---p. 202 「붕어빵 편지」중에서
“무섭니?” 사과나무가 물었다.
“아니.” 내가 대답했다.
“좋아.” 그는 가지를 흔들어 잎을 떨어뜨려 내 몸을 덮어주었다. “이제 곧 끝날 거야.”하고 그가 말했다. 정신은 아주 맑았지만, 이상하게 잠이 몰려왔다.
“......그러니까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과나무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이렇게 평화로운 거구나.......”
그것이 이 세상에서의, 나의 마지막 말이었다. 사과나무는 나를 꼭 끌어안았고, 우리 둘은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그의 가지에 매달린 남은 사과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164p, <세상의 종말을 맞은 사과나무> 중에서)
---p. 164 「세상의 종말을 맞은 사과나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