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에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메타’와 ‘폰트’, ‘문자’와 ‘생명’, ‘전시’와 ‘기록’, ‘한글’과 ‘토론토’, 그리고 ‘아름다움’과 ‘책’ 등에 관해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다양한 개념과 정보가, 많은 사람의 생각과 결심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주곤 한다. 그러나 그 접합이 온전히 유지되는 시간은 마치 우리의 덧없는 생명처럼 찰나와도 같아 마치 다른 사람에게 미처 전달되기도 전에 벌써 와해되는 것 같은 불안감도 들게 한다. 우리가 논증하고 전시하고 토론하고 기록하여 기어이 또 한 권의 책을 엮어내는 이유는 혹시 이 찰나성에 대항하기 위함일까?
--- 「민본, 《글짜씨 21》」 중에서
스템폰트에서는 기존 외곽선 폰트 형식으로 제작된 글리프의 제어점에 새로운 속성을 추가하고, 추가된 속성을 폰트에 반영하는 매개 변수 관계식을 만든다. 관계식의 매겨 변수 값을 조정하여 획을 바꾸고 다양한 폰트를 생성할 수 있다. 스템폰트는 웹서비스 상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아닌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쉽게 다양한 폰트 파생이 가능하고, 폰트 디자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최재영, 이현수, 정근호, 《스템폰트: 한글 가변 폰트 시스템》」 중에서
즐거웠던 순간이 두 번 정도 있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전시장을 둘러볼 때에 지나가던 수녀님 두세 명이 함께 재밌게 전시 설명을 듣던 모습이 기꺼웠다. 그리고 언젠가 전시장에 방문한 아이와 엄마가 작품 〈여래신장〉 앞에서 여러 가지를 상상하고 한참을 대화하며 전시를 즐기는 것을 봤을 때에도 큰 위안을 받았다. 사랑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순환의 흐름 안에서 속해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전시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도, 미술가에게도, 아이에게도, 시인에게도, 수녀님에게도, 학생에게도, 수녀님에게도, 스님에게도, 우연히 전시장을 방문한 다른 여느 시민들에게도 모두 우호적인 제스처로 다가가길 바랐다.
--- 「이재민, 《성인(成人)이 된 《타이포잔치》의 발복(發福)을 빌며》」 중에서
팬데믹 이후 일상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시점에서 모두가 느끼고 있는 감각이 통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먼 곳에 기둥 박기〉의 모든 그림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맞는지, 그리고 팬데믹이나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묻고 있다.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하고 권위 있는 목소리를 가져보지 못한 존재에게 단어와 문장을 찾아주는 작업을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더 쾌감이 있었다.
--- 「펜 유니온, 《먼 곳에 기둥 박기》」 중에서
전시에서 주제 해석은 엄밀한 분석이라기보다 작품을 선별하고 개발하는 데, 나아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침에 가깝다. 그런데 ‘거북이와 두루미’의 양식화된 무속성은 무엇보다―적어도 회의적이면서 동시에 궁금한 내가 느끼기에는―전시장에 은근히 짜릿하게 밀교적인 ‘바이브’를 조성하는 듯했다. 너무나 현대적이어서 ‘동양 철학’을 진심으로 운운할 리는 없는 우리가, 그렇기에 우스꽝스러워 보일 걱정 없이 벌이는 무당 놀이의 흥분과 비밀스러움이 전시장을 감도는 것 같았다.
--- 「최성민, 《돌돌이 이후: 《타이포잔치 2021》이 거둔 성취와 남은 과제》」 중에서
보통 라틴 알파벳에 익숙한 참여자에게 전혀 다른 소리 문자 체계―이를테면 자음과 모음을 기준선에 나열하는 라틴 알파벳의 형식 대신 자음과 모음을 네모틀에 끼워넣는 한글의 모아쓰기 형식―를 소개하고자 했다. 한류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한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쓰고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이후 한글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험난한 역경의 역사였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한글을 본 워크숍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보여주고자 했다.
--- 「박경식, 《캐나다 토론토, 한글 타이포그래피 워크숍》」 중에서
책을 사람에 비유하면서, 책이 하는 말과 책의 외모를 떠올려본다. 과연 품격을 갖춘 외모와 말은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증명해준다. 사람의 말과 외모가 어긋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말을 담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목소리, 눈빛, 표정, 몸짓, 등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책의 아름다움이 표지와 내지 디자인, 종이, 인쇄, 제본 등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것만으로 평가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책이 하는 말, 즉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한 문자 중심의 평가와 격려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외모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수많은 선정 도서 제도가 북 디자인의 의미 있는 시도를 알아봐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는 매우 반갑고 뜻깊다.
--- 「공모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정재완, 《2021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