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위기가 닥치자, 사람들은 상식을 포기하고, 사실 검증과 실험, 관찰을 통한 확인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과학에 과도한 기대를 쏟아 부으며, 완벽한 확신, 정확한 예측을 요구하거나 ‘위대한 인간’이라는 비전을 과대평가하며 과학의 원리와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주장했던 대로 ‘감각에서 정신을 분리’하려면 ‘유일한 해답’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식의 가속화를 이해해야 한다.” - 필리프 데캉
“빅뱅을 우주의 탄생 순간으로 고찰할 때 근본적인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무엇인가에 의해 창조된 것도 아니고 수학적으로도 모호한 이 시작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우주는 시간 속에서 창조됐다. 따라서 창조자가 있어야 한다. 그 창조자는 하느님이다”라고 선언한 교황 피우스 12세의 말 속에 이 문제의 난점이 숨어 있다.) 빅뱅 이론은 일반상대성 이론의 예측에 근거한다. 그러나 일반상대성 이론은 빅뱅 이론에 이르러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시적 세계에 관한 물리학인 양자역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 오렐리앵 바로
“새로운 장르의 ‘과학적 증거’라 불리는 신경영상학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사법 분야에서 적용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맥아더 재단이 미국에서 출범시킨 ‘법과 신경과학’ 연구 프로젝트(2007)나 영국 경제사회연구위원회(ESRC)의 지원을 받는 런던정경대 사회학 연구 프로젝트가 이를 방증한다.” - 에블린 클레망 외
“자연 유전자에 대해 특허를 신청할 수 없다면 변형된 유전자나 변형기술에 대한 특허도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크리스퍼 기술을 둘러 싼 법정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기술이 가져다줄 엄청난 경제적 잠재성에 사람들이 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찬성인가, 반대인가? 유전자 변형으로 다수의 절실한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면 찬성할 것이고, 몇몇 소수만을 위한 기술이라면 반대하게 될 것이다. 유전자 변형은 더 이상 과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법적, 정치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 베르나르 뒤종
“찰스 다윈과 골턴은 ‘삶을 위한 투쟁’과 ‘적자생존’의 개념을 소개했는데, 이 둘의 결론 사이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자유방임 정책 및 자본주의의 식민지 확장과 더불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명하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중산층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해 ‘생물학적’ 권리를 가졌다. 별개의 인종으로 여겨지는 노동계급을 교육하거나 그들의 생활 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위와 같은 사물의 질서를 거스르려는 행위는 생물학 법칙에 대한 도전이자 자연에 맞서는 행위였다.” - 스티븐 로즈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은 동료 경제학자들의 순진한 과학만능주의에 짜증을 냈다. “이러한 경험적 시험은 다른 방법론과 다른 학과와 결합했을 때만 의미가 있다. 그래야 단순히 ‘효과가 있는가’가 아닌 ‘어떤 시점에 어떤 장소에서 왜 효과가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현상은 실험실에서의 경험과는 달리 똑같은 형태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묘함 때문에 주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의심을 품는 대중이 더 많아지고 있고, 또 그들의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이다.” - 엘렌 리샤르
“찰스 다윈에서부터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인류 최초의 여성 철학자이자 수학자-역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기존 지식의 방법론적 틀을 냉철하게 재고했다. 오늘날 여러 종교가 범람하고 유사과학(사이비 과학)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형태의 과학적 조사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의주의와 비판 정신을 통해 비합리적인 믿음에 반박할 방법으로서 탐구가 제안됐다. 그러나 이 탐구 역시 남용이나 회유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 리샤르 몽부아쟁
“공간적 지배가 시간적 지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리스, 중국, 아랍의 과학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세계의 과학과 동일어가 된 서구의 과학도 당장 사라질 수 있거나 4세기 동안 발전을 거듭한 뒤에 멸실될 수도 있다. 사회적, 더 정확하게는 상업적 요구에 따라, 과학 발전도 이제는 단기적인 생산성과 수익성이 중요시되는 제국 안으로 들어왔다. 즉각적인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투기에 가까운 기초 과학 연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 장-마르크 레비-르블롱
“팬데믹이 발생하고, 비합리적인 상황이 넘쳐난다. 수많은 의사결정권자와 시민들은 계몽주의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합리적 의심과 보편적 문화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려면 지적이고 겸손한 과정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 장-클로드 페케르
“다음에 인류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치면 어떻게 될지를 예고하듯이, 코로나19가 초래한 보건 위기는 과학계, 정책결정자, 시민 간의 불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 3자 구도 안에서의 관계는 모순과 불신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 티에리 르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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