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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음식 :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싫어하는 음식 :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띵 시리즈-01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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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48g | 115*180*15mm
ISBN13 9791192107554
ISBN10 11921075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2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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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 강조된 음식을 입에 넣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불쾌감이다. 식욕이 뚝 떨어진다. 이걸로 배를 채우다니, 칼로리가 아까워.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 것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데. 나는 좀 짜든지 시든지 감칠맛이 나든지 맵든지 해야 맛있는 맛으로 인식하는 뇌를 가진 모양이다. 사람들이 단걸 좋아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워낙 예쁘고 멋진 디저트가 많으니까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전부 한입 먹고 투항 깃발을 휘날려야 했다.
--- 「김겨울, 단짠 말고 짠짠」 중에서

도로로. 나는 민트초코의 맛이 싫다. 민트에는 묵직하고 진한 초코의 농도가 완전 안 어울린다. 초코는 입을 꼬옥 다물고 혼자서 음미하는 허밍 같은 맛이다. 반면 민트는 입술을 오므려 바람을 만들어 부는 휘파람 같은 맛. 휘파람 같은 민트에는 가볍고 옅고 투명한 농도의 것들이 어울린다. 이를테면 민트사탕, 민트껌, 민트티 같은 것들. 묵직하고 진한 농도와 여운을 나 홀로 허밍하듯 음미하는 초콜릿에, 휘파람 같은 민트라니. 휘유우우, 경솔한 맛에 바람이 샌다.
--- 「고수리, 단호하게, 유감입니다」 중에서

지금 송년회 장소까지 가려면? 우선 택시를 불러 근처 큰 도시에 도착해서, 리스본행 버스를 타고, 리스본에선 공항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리스본공항에서 비행기로 유럽 큰 도시까지 가서, 또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천에 도착해서 다시 공항버스를 타야만 한다.
결론은? 지구가 반쪽 나도 나는 올해 송년회에 갈 수 없다. 절대 갈 수 없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올해도 성공했다. 올해도 무사히 도망친 거다. 송년회로부터.
--- 「김민철. 낯가림을 다지는 법, 아시나요」 중에서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성격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것’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채식주의자라서 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해도 나만 싫어할 수 있는 음식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도 말을 꺼내기 두려운 이유는 내가 ENFJ라서다.
--- 「신지민, ENFJ의 소심한 고백」 중에서

한 번만에 속아 포크를 집어 들고 페투치니 한 가락을 비장하게 돌돌 말아 입에 넣고 나면, 빠르게 배신감과 후회가 뒤따라왔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모든 맛을 덮는 찐득한 하얀 맛을 떨쳐버리려 입을 헹군 다음, 이렇게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배신감이었다.
“솔직히 진짜, 빨간 소스 파스타 하나 더 시켜도 돼?”
--- 「윤이나, 형형색색 다다익선」 중에서

가장 난감한 것은 팽이버섯이 함께 끓여져 나오는 경우다. 게다가 맑은 국물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약맛 같기도 한 팽이버섯의 맛이 맑은 국물을 뒤덮으면… 먹을 수 없다. 그래서 갈비탕을 시킬 때는 팽이버섯이 들어가는지 묻고, 들어간다면 빼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팽이버섯이 들어 있으면 어쩔 수 없다. 까탈스러운, ‘이상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끓여달라고 한다.
--- 「한은형, 잠시 메타버스에서 만나」 중에서

하와이안 피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스몰토크 주제였다. 누구나 그것에 대한 입장이 있지만 정치색처럼 대놓고 드러내기 껄끄럽지 않았고, 편을 갈라 싸우기 딱 좋지만 종교 논쟁처럼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일은 결코 없었다. 마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고객의 소리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되는 곳이지만 그 누구도 파인애플을 파는 직원이 하와이안 피자를 싫어한다고 컴플레인을 걸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놀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기고 지는 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 「하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 중에서

그 누구도 아이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는데, 아이가 없는 공간을 찾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가끔은 맛없는 맛집의 긴 줄만큼이나 의아하고 애처롭다. 꼭 노키즈존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공간 전부가 이른바 키즈존인 것도 아니어서, 오늘도 여느 식당에는 아이를 단속하느라 휴대전화를 쥐여주고, 아이가 뭐라도 엎지를까 봐 전전긍긍하고, 옆 테이블에 거슬릴까 봐 아이에게 먼저 더 소리를 높이는 엄마가 많았을 것이다. 아빠도 종종 있었을 테고.
--- 「서효인,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중에서

나의 변화는 문어나 낙지의 권리에 대한 신념이나 믿음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는 행위는 안 하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그들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 인식 변화는 내 잠재의식 속 어딘가에서 문어와 낙지를 식용 생물 리스트에서 제외시켜버렸다. 그리고 일어난 변화가 그들의 맛을 전혀 못 느끼게 된 것이었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취향의 변화라고 생각했지만 취향을 넘어선 나의 근본 인식의 변화였다.
--- 「정의석, 나도 사실 낙지와 문어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잖아」 중에서

어린 나이의 인생은 어린 만큼 삶의 농도가 쉬이 짙어지고 옅어진다. 가족들의 한마디, 작은 반응과 태도로 나는 늘 서글픈 상태로 하루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흰 접시 위 꽁다리들이 못생겨 보여 미칠 것 같았다. 너무 나 같아서 뜨거운 눈물이 터졌지만 누군가 또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맛있는 것만 모아서 준 건데, 바보.”
--- 「임진아, 가장 맛있는 것만 모아서 준 건데」 중에서

원래 나는 사람들 앞에서 개인적인 기호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유독 뷔페만 갔다 하면 무장해제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야수성을 들켜버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혈기왕성하던 십대, 이십대 시절에는 식탐이 그 수치심을 이겨버리곤 했지만, 점점 갓 구운 갈비나 랍스터 앞에서 군침을 흘리며 접시를 들고 서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앞사람이 음식 집게를 내려놓기만을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의 접시를 나도 모르게 기웃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더 이상 참아줄 수 없었다. 잉여의 음식들이 버려진다는 지구 사랑 차원에서의 죄책감도 분명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잉여의 음식을 불필요하게 섭취하고 있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먹을 만큼 먹어버린 어른이 된 걸까.
--- 「김현민, 내 몫의 한계를 넘어 꾸역꾸역」 중에서

차라리 가만히 뒀으면 메추리알이나 먹으면서 혼자 놀았을 텐데, 다들 어떻게든 나에게 회를 먹이려고 노력하니까 나름 머리를 써보기도 했다. 한 세 점 정도를 먹는 것처럼 앞접시에 숨겨놨다가 매운탕이 나왔을 때 국물에 담가서 데친 것이다. 보통 매운탕은 휴대용 버너에 올려서 바글바글 끓는 상태로 나오니까 회 끄트머리를 젓가락으로 잡고 3초만 담가도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익었다. 그리고 맛있었다! 살짝 매콤하고 보들보들하고 따뜻하고, 좋은데?
--- 「정연주, 제발 나를 내버려둬」 중에서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은 평점과 리뷰가 워낙 중요하기에, 음식을 만든 사람 또한 홀에서 받은 주문 못지않게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성을, 웃돈을 더 주고서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는 건 맛있는 음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지런한 돼지’로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켜 먹느니 직접 가서 사 먹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 「김민지, 차라리 굶고 말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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