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로운 두 나라의 힘을 비교해 보자. 이스라엘은 유다보다 면적이 세 배나 컸고 주민도 두 배나 많았다. 목초지도 땅의 4분의 3이 황무지였던 유다보다 훨씬 더 비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 남쪽 나라보다 힘이 두 배 더 세거나 세 배 더 부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영토가 이스라엘에게는 재난이었다. 유다는 땅이 작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중앙 정부 체제가 가능했으며, 침략에도 더 잘 저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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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은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다. 어떤 이들은 죽는 날까지 이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생을 똑바로 보려는 용기에 만족할 뿐이다. 그리고 절망적인 임무에 맞서는 용감한 병사들처럼 굴복을 거부하면서, '왜'라는 자랑스러운 단어를 간직한 채 영원 속으로 사라져간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도 그럴듯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설명이 없으면 새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서아시아 사람들은 이 세계가 7일 동안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를 믿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유대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땅과 바다, 나무, 꽃, 새, 남자와 여자를 자신들이 섬기는 여러 신들이 만들었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유일신의 존재를 가장 먼저 인정한 민족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모세(Moses)의 이야기를 할 때 좀 더 보충하겠다. 그러나 후에 유대 국가를 형성한 셈 족 역시 처음에는 주변 부족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신들을 숭배했다.
구약의 창조 이야기는 모세가 죽고 나서 1,000년 후에야 씌어진 것이다. 당시는 유일신의 개념이 유대인들간에 완전히 정립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존재를 의심한다는 것은 추방이나 죽음을 의미했다.
이제 태초에 대한 최종판을 헤브라이인들에게 전해 준 시인이, 왜 창조라는 위대한 과업을 '여호와(Jehovah)' 또는 '하늘의 통치자'라 불리는 전지전능한 유일신의 급작스러운 의지 표출로 표현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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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노아) 자손들은 여호와의 진노를 살 만한 일을 했다. 그들은 유프라테스의 계곡으로 이동하여 바빌론 시를 건설했다. 이 비옥한 땅에 만족한 이들은 종족의 집결점이 될 만한 곳에 높은 탑을 쌓기로 하고, 벽돌을 만들어 거대한 건축물의 기초를 닦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호와는 그들이 한 곳에 계속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서 살아야지, 작은 계곡에만 모여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탑을 쌓느라 벌처럼 분주히 움직이는 와중에, 여호와는 갑자기 그들 모두 다른 지방의 사투리를 쓰게 만들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쓰던 말을 잊어버리자 짓고 있던 비계 위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집을 지을 때 일꾼과 십장, 건축가가 중국어와 네덜란드 어, 러시아 어, 폴리네시아 어를 각각 말한다면 공사는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사람들은 단일 국가를 포기하고 탑 아래로 내려와, 곧 땅 끝까지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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