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지속가능한 발전
경제성장만을 중요하게 여겼던 과거에는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경제개발을 해왔다. 언제부턴가 생태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경제개발과 동시에 환경보전을 함께 이루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역시 지나친 물질의 풍요추구, 국가와 지역간 격차 확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등 사회－경제－환경적 가치가 서로 대립되어, 갈등 상황이 확산, 심화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의 창출이 경제적 가치의 창출과 동등한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21세기에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자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1.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과 등장 배경
1.1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개념은 자연환경 상태가 오래 지속되도록 환경에 좀 더 유익하고, 환경적 측면에서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가 지속 가능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가 처해 있는 환경문제의 핵심은 미래 인류의 행복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현재 인류의 삶을 지속해 가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에서 ‘지속가능한’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세계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이 1972년에 발표한 ‘성장의 한계’에서였다. ‘성장의 한계’ 보고서는 지구가 지구수용력을 초과하는 인간의 생태 발자국(자연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을 수치화한 것) 때문에 매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모든 기술과 문화, 제도에서 이를 막기 위한 변화를 꾀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매우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87년 UN 환경개발위원회(UNCED)가 발표한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일명 브룬틀란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여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다.”
“Sustainable development is
development that meets the needs of the present
without compromising the ability of future generations to meet their own needs.”
이러한 정의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의 환경개발회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구 환경질서의 기본원칙을 규정한 ‘리우선언’과 세부 실천강령을 담은 ‘의제21’을 채택하였고, 3대 환경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에 의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더욱 구체화되어졌다. 우리나라는 2008년 ‘지속가능발전법’을 제정하여,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개념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정의하였다.
1.1.1 지속가능한 발전의 소극적 관점과 적극적 관점
소극적인 관점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각종 계획과 의사결정에서 환경에 관심을 두고 환경파괴나 자원고갈의 정도를 늦추며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 기술적인 발전이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진다.
한편 적극적인 관점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용량 범위 내에서의 개발을 의미한다. 게다가 현재의 한계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환경창조’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관점은 자연환경이 지탱할 수 있는 한계용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인간의 활동을 억제하며, 삼림 등의 초록 공간과 생태계의 보전, 그리고 회복을 통해 허용된 한계용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등의 다양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찾고, 활용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구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는 제약조건하에 인구활동과 경제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위기상황에서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과 보전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다차원적이며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1.1.2 지속가능한 발전의 범위
과거의 경제활동이 대개 천연자원을 소모하며 생태계의 수용능력을 넘어서는 발전이었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에서의 경제활동은 자연의 수용능력 범위 내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발전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자연생태계의 지속가능성(ecological sustainability)과 경제적인 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동시에 추구하는 개념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 자연환경과 경제발전에만 제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정치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즉 초기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에만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 사회는 물론이며, 현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오늘날 지속가능한 발전의 범위를 살펴보면, 종적(縱的)으로는 미래 세대, 횡적(橫的)으로는 현시대 인류의 필요와 안녕을 꾀하기 위해, 자연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이러한 요소들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환경정책?평가원구원(2015)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은 빈곤, 인권과 같은 사회경제 문제와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생물다양성 상실과 같은 지구환경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안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이는 사회－환경－경제 축에서 형평성(equity), 건전성(soundness), 실행가능성(viability)을 주된 가치로 하는 복합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은 환경－경제적, 환경－사회적, 사회－경제적 측면의 다차원적 연계정책 목표들을 지향한다. 환경－경제적 측면의 목표로는 자원이용의 효율성, 개선된 환경성과, 자원순환형 환경경제시스템 등을 들 수 있으며, 인류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환경－사회적 측면에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환경서비스 보장과 환경 불평등 해소를 위한 환경복지정책 목표들이 추구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제주체인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차원의 노력은 다음과 같다.
가. 경제적 차원의 노력
◆생산자를 대표하는 기업은 환경친화적인 생산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생산된 제품을 사용할 때와 사용 후 폐기과정에서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할 때 지속가능한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비자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여 사용하고, 재활용 등의 자원 절약을 생활화하여야 하며,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의 소비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소비할 때에 지속가능한 소비를 이룰 수 있다.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가 환경친화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법과 정책을 수립하는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나. 사회적 차원의 노력
각자 개인은 자신의 권리와 행복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와 행복을 동일하게 존중하며 지원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은 현시대를 사는 타인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사람들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국가와 조직, 단체는 사회적 부와 기회를 평등하게 분배하도록 하며, 사회 정의가 실현되도록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야 한다. 한편 세계 시민의 협력을 방해하는 국가 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다. 환경적 차원의 노력
경제주체들 모두 인간 중심적인 사고체계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사고로 전환하여야 한다.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고갈과 오염을 줄여야 하며, 신재생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관리하고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등 정부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한 국가를 넘어서 국제적인 차원의 협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 책은 총 3부 9장으로 구성하였다. 제1부에서는 경제와 환경, 사회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지속가능발전의 이행을 결의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지속가능사회에서 필요한 소비생활을 위한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제1장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등장 배경과 지구를 위협하는 글로벌 환경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와 우리나라의 노력을 알아보았다. 제2장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경제모델로서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경제학을 소개하고, 최근 거론되는 공유경제까지 검토하였다. 제3장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보완적 경제모델로서 ‘사회적경제’를 소개하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안되기 때문에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가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부문의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것이다. 도넛경제학과 공유경제, 사회적경제의 정신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지속가능발전과 일치하는 면이 크다. 제2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소비가치를 모색하였다. 제4장에서는 소비와 행복의 관계성을 파악하여 지속가능한 소비를 통한 소비행복을 탐색하였다. 제5장에서는 자연과 사회, 인류를 위한 자발적인 소비절제와 간소한 삶에 대해서, 제6장에서는 기부와 후원에 대해서 다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절대적인 필요 소비보다 낭비적인 과소비가 일상화되었고, 물질 소비가 우리를 마냥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물질적 소비는 지구와 인류를 위협한다. 제3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의 실천적 영역으로 사회적,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 활동인 윤리적 소비를 제시하였다. 제7장에서는 윤리적 소비의 일종인 상거래에서의 소비윤리와 실천을 다뤘다. 제8장에서는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소비를, 제9장에서는 상생을 위한 공정무역소비를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