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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을 훔쳐봐 2

나의 밤을 훔쳐봐 2

김은정 저 / 김지훈 그림 | 테라스북 | 2022년 04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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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130*190*30mm
ISBN13 9791167281166
ISBN10 116728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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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우리만 남겨놓고 멸망하지도 않았고, 저승은 아닌 것 같으니까 말해봐요. 난 숫자로 얼마나 되는데요?”
채원은 문을 여는 그의 팔을 잡으며 집요하게 물었다. 순간 효재가 그녀를 굳은 얼굴로 돌아보며 무겁게 말했다.
“난 내 여자한테 숫자 매기지 않습니다.”
--- p.15

“지난번엔 내가 당신 입술을 훔쳤잖아요. 이번엔 당신의 밤도 훔쳐보려구요.”
채원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의 입술을 지그시 바라보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효재는 그녀에게 잡힌 손에 힘을 줘서 빼내려 했지만, 그녀는 움켜진 그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손바닥 전체로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왔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때 그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 손바닥과 내 몸 사이에 실크 자락만 있어요.”
거친 숨을 내쉬듯 내뱉는 그녀의 말에, 효재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몸에서 힘이 풀리고, 아찔해졌다.
--- p.87~88

“내가 완벽하지 않아 미안해.”
벽에 기댄 채원의 입술에 뜨거운 김을 뿜으며 효재는 흐릿한 눈빛으로 그윽하게 말했다.
“아뇨. 당신에겐 내가 필요하다는 걸, 당신이 알게 해준 거예요. 우리에게 최악은 없어요.”
채원은 그녀의 뺨을 감싼 손을 감싸며 뜨거운 마음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 p.148

“사실 난 작별 인사를 잘 못해.”
그는 주저하며 말하다 채원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헤어지는 건지 모르겠어.”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
“좋은 사람 만나라고 말해요. 그리고, 잘 가라고 하면 돼요.”
차마 그의 눈을 보고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를 감쌌다. 채원은 그를 오롯이 올려다보았다. 그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 p.202~203

“그건 저랑 상관없는 얘기예요. 어차피 효재 씨랑은 2년 전에 끝냈으니까.”
“정말, 끝낸 거 맞아요?”
준석은 채원을 돌아보았다. 이런 질문, 시은에게도 들었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요?”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채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효재는 채원 씨와 끝낸 게 아니에요. 채원 씨에게 돌아서 갈 길을 찾았을 뿐이지.”
“돌아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헤어지자고 한 제가 어리석은 느낌인데요. 저는 못 찾는 길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이 돌아서 온 길이 짐작이 안 돼요.”
--- p.363

“그걸 인정받고 싶다는 건, 날 안 보고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서운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어요!”
“나한테 흔들렸잖아.”
그는 애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자존심이 상한 채원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너무 혼란스러워요, 이런 대화! 대체 왜 그랬어요!”
“너한테 먼저 다가가고 싶었으니까!”
그는 자책하듯 말을 이었다.
--- p.386

“당신은 언제나 나한테 봄이야.”
“왜?”
그녀를 한눈에 담으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그는 손가락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사랑스럽게 넘겨주며 물었다.
“당신은 언제나 날 미치게 하니까.”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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