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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은 장미들

악착같은 장미들

리뷰 총점9.5 리뷰 20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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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756g | 152*225*25mm
ISBN13 9788950999674
ISBN10 8950999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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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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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남자이고 싶었다. 남자가 되어 여자를 갖고 싶었다. 어째서 그녀는 내 것이 아니지? 어째서 그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내가 아니지? 어째서 나는 그녀를 가질 수 없지? 하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러한 의심이 소녀를 불행하게 만들리라는 것을 모르는 채로, 소녀는 파멸적인 의문들을 던졌다. 어째서 나는 바닷가로 나가지 않았지? 난 그녀에게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데 그녀와 함께 놀고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눈만 바라보아도 좋은데 어째서 그녀는 내 것이 아니지?
--- p.11

양계장에서의 마지막 밤, 여자는 그녀를 훔쳐 달아났다. 죽음 직전의 암탉들처럼 자궁이 조금 삐져나오고 골다골증에 시달리며 돌이킬 수 없이 늙어버린 그녀를. 그러나 그녀는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았다. 삶이 끝난 뒤에도, 알을 낳을 수 없게 된 뒤에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산란 이후의 삶을 가르쳐줄 수 있는 암탉은 없었으니까.
철판 위에서, 끓어 넘치는 태양과도 같은 광폭한 열기 위에서 그녀는 흐느끼면서 주춤거렸다. 골절된 날개로 그녀는 어디로도, 심지어 여자의 둥근 어깨 위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관중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토록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암탉처럼 흐릿하고 지친 얼굴들.
--- p.47

남자 비서가 사냥꾼 그라쿠스가 돌아왔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가 날 조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령에 대한 연구를, 실패로 끝났음에도 영원히 실패할 것임에도 내가 아직 놓지 못한 연구를 비웃고 있다고요. 실제로 어젯밤에 난 유령과 리바의 기후, 언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하인은 내 앞에서 내가 십 년 동안 연구한 페이지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부어버렸죠. 커피 필터와 오렌지 껍질, 바퀴벌레의 찢겨진 날개와 뭉그러진 날벌레들과 함께 뒤얽힌 내 밤들, 치명적으로 오염된 밤들, 그러나 오염된 것이 내 연구인지 벌레들인지는 모를 일이죠, 부인. 난 내 실패한 연구로 그 미물들의 가여운 죽음을 조롱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차마 버리지 말라고 붙잡지는 못했지만 연구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었어요. 물론 어제 낮까지만 해도 연구를 끝내야겠다고, 날 비참하게 하고 철저하게 몰락시키며 파멸시키는 연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다짐했죠. 리바의 시장 직무와 리바의 귀신 연구를 함께 할 수는 없어요. 리바에 남아 리바의 시장으로 살거나 리바를 떠나 리바의 귀신에 대해 연구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했죠. 하지만 난 이미 시장이고 리바 역사상 리바의 귀신을 연구하기 위해 시장직을 그만둔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난 리바의 시장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거예요. 이상한 일이죠, 부인. 난 리바의 시장직에 자원한 적이 없는데도 리바의 시장직에 선출되었어요.
--- p.144

아무도 그의 범행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오직 그녀만이. 누구에게도 증언할 수 없는, 돼지의 비명과 돼지의 아가리와 돼지의 혀만을 가진 그녀만이 그를 기억할 것이었다. 그는 결코 자백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고통스럽게 되뇌었다. 그는 그녀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숲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었다. 그는 검은 숲으로 갈 때마다 그녀를 찾을 것이고 그녀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그녀를 간직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와 다시 마주친다고 해도 그는 첫 번째에 그렇게 하였듯 그녀를 외면할 수 있었으리라. 지금 그녀가 그에게 끈질기게 보내는 혹독한 외면을 이번에는 그가 그녀에게. 하지만 그는 그녀를 쏘았고 그녀는 죽은 채 그의 손 아래에서 식어가고 있었다. 삶의 속도보다 현저히 빠르게 부패해가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총을 내려놓고 그녀를 지나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지나칠 수 있었을까? 그녀를 두고 두 번째 사냥감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그가 그녀를 외면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곧고 적막한 시선을 미소를 외면할 수 있었을까?
--- p.220~221

그는 아직 그의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믿을 수 있는, 그에게 연결된 신체 기관을 움직여 불청객들을 쫓아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제 그의 것이었으니까. 누군가의 훼손된, 이제는 누구도 원하지 않을 그 잘려나간 왼손, 인간은 먹지 않을 썩어가는 고기는 그의 것이었으니까. 그가 가진 것은 경멸스러운 푸른빛으로 녹아내릴 듯 번쩍거리는 낚싯배 한 척과 군데군데 삭아서 튿어진 더러운 그물, 그리고 그가 찾아낸 보물들밖에는 없었다.
보물들. 그는 밝은 햇빛을, 바스러지는 노란 빛의 분말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찾지 않을, 폐수와 끔찍한 화학 물질, 기화되어 인체에 어떠한 작용을 할지 알 수 없는 역겨운 독과 방사성 폐기물이 침전된 버려진 강가에서 보물들을 찾았다. 낚싯배와 낚시 그물로 살아 있는 물고기들을 낚는 데에 그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는 항상 삶이 어려웠고 살아 있는 것들이 거북했고 살아 있음이 두려웠다. 물고기들은, 정해진 행로와 습관에 몸을 맡기고 일상의 궤적을 건너가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살아 있었다. 낚싯바늘에 꿰뚫린 미끈한 몸, 관통당한 심장에서 분수처럼 쏟아져나오는 붉은 육즙, 눈꺼풀 없는 눈의 투명한 막에서 비어져나오는, 절망적으로 짠 소금기, 헐떡거리며 음탕하게 뻐끔거리는 아가미.
--- p.376~377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줄이 적은 어트랙션을 골라 타기 시작했다. 4D 영상관이나 거울 미로는 가만히 멈추어 서서 검거나 검지 않은 머리들의 숫자를 셀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걸어들어가 이용할 수 있었다. 거대한 검은 거미들이 나비의 배 위에 올라가 나비의 두 눈을 꿰뚫었다. 나비는 간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키득거리면서 발을 저었다. 너무 크게 웃었다간 거미 여왕이 잡아갈 것이라고 언니가 속삭였고 나비는 놀라 입을 다물고 숨을 참았다. 불꽃의 소년들이 거미들의 왕궁을 찾아 들어갔다. 왕궁은 투명하고 날카로운 거미줄로 정교하게 짜내려간 것이었다. 나비는 손끝을 스치는 희미하고 스산한 바람을 느꼈다. 소년들은 거미 여왕이 알들을 숨겨 두는 은밀한 거울 방 속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수백 개의 얼굴들로 증폭된 그들의 붉고 아름다운 거울상을 보았다. 소년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고 그들의 미지근하고 축축한 눈물이 나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나비는 그녀의 얼굴 위에 이마를 맞대고 있는 흰 여자를 떠올렸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소년들은 곧 용기를 되찾고 바르작거리는 축축한 배아들에 불을 질렀다. 거미의 알들, 미래를 앞두고 있는 작은 아기들은 눈이 아플 정도로 새빨갛고 뜨거운 화염에 타들어갔고 눈처럼 부드러운 재가 소녀의 얼굴을 뒤덮었다. 소녀는 얼굴을 덮는 고요한 천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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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정좌(正坐)하고 읽어야 하는 소설을 만났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옷깃을 여미고 자세를 바로잡는, 대상에 대한 존중의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범상한 글 읽기의 태도나 각오로서는 그 깊은 바닥을 두드려 보기 어려운, 실로 만만찮은 작품과 대면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아직 그렇게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의 이우연이라는 작가가 ‘악착같은 장미들’이란 표제를 붙여 쓴 장편소설이다. 제본된 원고의 첫 장을 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딱히 문장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읽기 어려운 비문(非文)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눈길을 옮겨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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