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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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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설 | 별닻 | 2021년 10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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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88*218*20mm
ISBN13 9791197561207
ISBN10 11975612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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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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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인간을 사랑할래. --- p.5

연이 잠결에 말한다. 나는 연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연은 팔을 열어 나를 가슴에 안는다. 나는 온기를 갈구하는 얼음덩어리처럼 연에게 안겨 잠이 든다. --- p.25

플랫폼에 선 연이 손을 흔든다. 나도 가만히 손을 들어 연에게 손 인사를 해 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연에게 언제나 삶을 빚지고 있다고. 천천히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나는 내 손에 담긴 연의 온기를 오랫동안 가둬두기라도 하려는 듯이, 두 손을 꼭 모으고 좌석에 앉아 있는다. 아프지 말고, 상처입지 말고, 이 따뜻함으로 좀 더 살아내야지. 끝의 끝까지 생각한다. --- p.27

그날 이후로 누누는 내게 우리들이 불쌍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선천적으로 주눅 들어 있는 누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누누의 세계에서 우린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불쌍한 인간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비참한 것이었다. 나는 누누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불쌍하게 비치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누누에게만은 조금은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p.52

문어가 된 아버지와 함께 바다로 향했다. 아버지의 털을 뽑아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던 나는 결국 아버지와 나의 기찻값 십만 원을 추가로 지출해 인천으로 떠나게 되었다. --- p.83

역무원의 답변은 사뭇 발랄하기까지 했다. 요즘 문어가 되는 아버지가 많은가보다. 그런 것도 아버지를 몇 년 동안 찾아가지도 않고, 매일매일 하늘 한 번 쳐다보지 않고 바쁘게 사느라 나만 몰랐던 것 같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역무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기차 위에 올라탄다. 아버지를 좌석 위에 앉히고, 가지고 온 분무기로 물을 좀 뿌려 주자 아버지는 아주 좋아한다. 진작에 아버지에게 자주 물을 뿌려 줄 걸, 생각한다. 아버지는 차창에 빨판을 대고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가로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p.84

나는 좋아하는 과일에 석류라고 대답하는 류가 좋았고, 때론 미웠고, 때론 질투했으며, 때론 사랑한다고 말 하고 싶었고, 때론 류의 곁을 훌쩍 떠나고 싶었다. --- p.129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를 꺼내 마시고, 침대로 가 앉았다. 욕 문자부터 인간 냉장 서비스까지. 두 번 다신 없을 괴상한 하루였다. 책상 위에 놓인 상자가 눈에 들어오고, 나는 문득 그 상자가 주장하는 서비스가 정말 실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내겐 냉장하고 싶은 소중한 인간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다시금 섬처럼 외로워졌다.--- p.150

사랑해서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을 사랑 없이 해도 인하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 그렇게 되기까지 인하는 얼마나 많이 무너지고 무뎌져야 했을까. 사랑의 여집합에 살고 있는 인하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신다. --- p.165

비제는 어두운 방에 돌아와 불을 켠다. 침대에 가서 눕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내 곁에 없는 내 소중한 사람은 지금 인생의 보너스 스테이지를 즐기고 있다고.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그동안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음에 놀라워하며 기쁘게 박수를 쳐 주자고. 그래야 보너스 스테이지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을 테니까. --- p.258

최선을 다해 깨어지고 부딪혀 봐야지. 그렇게 살다 보면 이 고통스럽게 뾰족한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아름다워질거야.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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