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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 일상은 진지하게, 인생은 담대하게

윤슬 | 담다 | 2022년 05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2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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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324g | 128*190*15mm
ISBN13 9791189784218
ISBN10 118978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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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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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삶은 몇 개의 동사로 이뤄져 있어요?”
--- 본문 중에서

나의 처음은 ‘혼자’였다. 혼자 읽고, 혼자 쓰고, 혼자 공모하고, 혼자 투고하고, 혼자 시도하고, 그리고 혼자 좌절했다. 좌절했다는 것을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기에 누구도 내가 좌절했는지 알지 못했다.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어 보이는 비생산적인 일을 참 오래 붙들고 살았다.
--- p.8

나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다. 침묵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고민하게 만드는 버릇이라고 해야 할까. 공개
적인 공간에 비공개적인 경계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다. 과연 이런 것을 능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한지
는 잘 모르겠다.
--- p.13

굵직한 부담감만 아니라면 나는 글을 쓰는 시간이 제일 좋다. 글쓰기가 내게 베풀어 준 호의가 고마울 뿐이
다. 글쓰기는 내게 기쁨이다. 초대하지 않아도 언제든 반갑게 달려갈 수 있고, 책임과 의무 이전에 주권과 의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인이 된다.
--- p.25

이상하게도 즐거웠던 순간은 금방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스토리였는지, 장소가 어디였으며, 누구와 함께였는지 하나씩 기억을 더듬다 보면 그제야 “그때, 정말 좋았지!”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어떤 순서로 재구성해 저장되는지 알 수 없지만,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좀처럼 먼저 알은척을 하지 않는다. 손님처럼 지내다가 신호를 보내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내민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랬던 것 같다. 고마웠던 순간, 기뻤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은 마치 사라진 것처럼, 애써 안부를 묻지 않으면 기억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행복이나 기쁨 같은 것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 p.77

50점이라고 해서 50점만큼만 노력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하나하나 역할을 수행할 때의 마음가짐은 100점을 목표로 할 것이다. 아이를 향한 사랑, 나의 인생에 대한 신뢰감은 언제나 100점이다. 다만 아이의 인생에 대한 권한을 엄마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인식,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나에 대한 배려이자 노력과 결과의 거리를 50점에 맞추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러니까 50점은 정서적 거리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인 셈이다.
--- p.83

나는 ‘나의 의견’을 높게 평가한다. 완벽한 의견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과정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인정이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의견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세상과 친분을 쌓을 명분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의견도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다. 의견은 만들어지고, 수정되고, 바뀔 수 있다. 아예 의견이 사라지는 일도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의견이 있느냐 없느냐다.
--- p.204

우리는 서로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서로의 친절에 감사했고, 서로의 행복에 기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행동에 뿌듯함을 느꼈고, 다정한 모습이라는 확신을 경험했다. 큰 친절, 대단한 친절, 착한 친절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따듯한 시선, 친근감이 느껴지는 말, 기회를 양보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친절에 해당한다. 친절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 나였다면 어떤 행동을 기대했을까를 떠올리면 금방 답을 얻을 수 있다. 거기까지만 도착하면 몸은 저절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 p.222

나는 잠재력을 현실적인 단어로 바꾸고 싶었다. 유한한 삶을 인정하는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설명하는데 ‘동사’만 한 것이 없었다. 생각을 품은 동사, 행동을 서술한 동사라면 잠재력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거기에 그날, 미처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질문에 이보다 적절한 대답이 있을까 싶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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