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은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사랑스러웠다. 사람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동요 속 등장인물이 살아나 어른이 된 모습을 본 것처럼 반응했다. 소년과 젊은 남자는 혀가 굳었고, 두 눈은 샬럿의 도톰한 분홍색 입술과 풍만하게 솟은 가슴을 바쁘게 오르내렸다. 리비아는 남자들의 이런 반응에 반쯤은 시샘을 했고 반쯤은…… 안타까웠다. 주름 장식으로 온몸을 감싸고 얼굴에는 꿀을, 머리카락에는 코코넛 오일을 바르는 이 소녀는 누구인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그 유명한 괴짜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 p.49
“그래서 아빠 말씀대로 해 봤어. 해 보니까 꾸미는 일도 꽤 즐겁더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질문을 하나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는지는 놀랄 정도야. 런던의 사교계 시즌에 재미있는 일들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것들도 결혼에 대한 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어. 그것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결혼이라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등식을 바꿔 주지 않으니까. 나는 내 생식 능력과 남자의 부양을 교환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선택이 없는 것도 아닌데.” --- p.51
제버다이어 부인이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당신이 타고난 그 특별한 능력이 대체 뭐죠”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이걸 성가신 일이 아니라 재능이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아주 어릴 때 이런 능력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니, 그 문제에 있어서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잘 아는 사람들도 그 능력 때문에 금방 불편해하거든요.” “사용하다니 뭘요, 홈스 양?” “안목이라고 할까요? 이를테면, 저는 부인이 제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어요.” 샬럿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제버다이어 부인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이런 옷차림으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전부 알려 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부인이 지금 입고 계신 옷이 작고하신 부군을 여전히 사무치게 애도하신다고 사방에 광고를 하고 있다는 건 모르실 것 같은데요.” 제버다이어 부인은 꼼짝도 않은 채 샬럿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괜한 말을…….”
1880년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샬럿 홈스는 상류사회가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사교계를 발칵 뒤집은 추문에 휩싸여 비열한 런던 거리에 버려질 거라고는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세 죽음은 런던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 혐의는 샬럿의 언니와 아버지에게 향한다. 당장 하루치 삶을 고민해야 하는 고달픈 샬럿은 범인을 잡고 가문의 명예마저 회복해야 한다. 샬럿은 친절한 미망인과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남자의 도움으로, ‘셜록 홈스’라는 남성의 이름을 사용해 범인과 맞서는데…….
“셰리 토머스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새로운 셜록 홈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신중하게 설계된 플롯부터 우아한 표현까지,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는 ‘셜록 홈스’의 세계를 화려하게 확장시킨다. 이 책은 내가 바라던 전부였다. 다음 모험도 빨리 즐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