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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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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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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4쪽 | 432g | 173*284*10mm
ISBN13 9791191744019
ISBN10 119174401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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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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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바닷가에서 태어났어. 그곳에는 그물과 배와 모래와 산들바람처럼 보드라운 돌멩이가 있고, 불가사리와 조개껍데기로 가득한 부두에서 수박을 먹는 오후가 있었어. 파도가 먼바다에서 유리 조각들을 동글동글하게 깎아 선물로 보내주었지. 해변의 조약돌들은 물살을 따라 쉬지 않고 재잘거렸어. 차락 차락 차록 차록 차룩. 소녀는 인간의 말보다 바다의 말을 먼저 배웠어.

소녀가 읽는 법을 배웠을 때 어른들은 계단을 높이 쌓을 만큼 많은 책을 소녀에게 구해 주어야 했어. 소녀는 정원의 체리나무 꼭대기에 까치발로 기어오르기를 좋아했어. 가장 달콤한 열매도 가장 예쁜 낱말도 언제나 제일 높은 가지 끝에 있다고 소녀는 말했어.

(시인을 찾는 방법 2)
공원 벤치에 앉는다. 가을이 오기를 기다린다. 모든 것이 가을빛으로 물들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시인들이 시를 쓰려고 벤치로 모여들 것이다.

편지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야. 글자는 다리가 되는 작은 돌이지.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돌. 편지는 먼 곳의 연인들을 조금씩 끌어당겨.

하나의 편지는 하나의 이야기야.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닿을 이야기. 시로 쓸 수 있는 이야기. 상자 속에 보관되는 이야기. 종이가 노랗게 바래도록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누군가 상자를 발견해 읽게 될 이야기. 편지는 영혼에 닿을 거야. 연인의 이야기가 발견될 거야.

땅에도 바다가 있어. 바람이 숲을 어루만지면 초록빛 파도가 물결처럼 일렁이며 답하거든. 노래도 해. 우리의 바다처럼. 하지만 다른 언어로 하는 노래야. 그곳의 물고기는 깃털이 있고 나뭇가지 위에서 살아. 배는 나무 위에서 항해하지.

소녀는 답을 알지 못했어. 소년도 답을 알지 못했어. 하지만 시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답을 해주기도 해. 그래서 나나는 첫 번째 시집을 썼어. 달리 말할 길이 없었던 모든 것에 대해 말하는 책이었지. 제목은 ‘새의 심장’이었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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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말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를 관통하던 날, 그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시인으로 다시 태어났노라고. 그렇다면 시는 어디서 오는가.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말한다. ‘새의 심장’ 없이는 그 어떤 시도 완성될 수 없다고. ‘새의 심장’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다. 눈이 아닌 것으로 보는 일, 가지 끝에 걸려 있는 가장 소중한 단어를 향해 발끝을 살짝 들어 올리는 동작, 빵을 굽듯이 편지를 써 내려가는 마음 안에도 그것은 있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시를 쓰지 않는 사람도 손쉽게 시인으로 만든다. 우리를 우리 삶의 주인으로 만든다.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너무 큰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 안희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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