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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달을 보는 사람

멀리 달을 보는 사람

시인동네 시인선-17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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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00g | 125*203*9mm
ISBN13 9791158965495
ISBN10 115896549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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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이 빠져나간 영혼은 가볍다

그것을 몇천 년 동안 상징물로 보여주는 고인돌

그러므로 죽음은 돌에 가깝다

넓적돌을 보면 그 적막한 처소에 드러눕고 싶은 이유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지구만큼 오래된 한 생의 무게를 조약돌로 요약할 순 없지 않은가

눈꺼풀이라면 몰라도
--- 「눈꺼풀이라면 몰라도」 중에서

누군가 7년 막장의 긴 터널을 뚫고 날아간 흔적, 눈물겹다

아름드리 허공을 기어오르다 미루나무 둥치에 걸어둔 저, 텅 빈 울음집

말랑말랑한 속울음이 솟구칠 때마다 차곡차곡 쟁여 넣어 차돌처럼 단단해졌을,

뭉툭한 새끼발가락 같다

울지 않은 생은 없다고 마침내 그가 운다
띄 엄 띄 엄 반벙어리 첫울음을 울다가 갑자기 온몸에 쥐가 났는지 쥐어짜듯 막 악을 써댄다

누가 이 삼복염천에 저리 쇠사슬을 끄는가

아스팔트길이 패이도록 쇠사슬을 끌며 저 깊디깊은 허공 속울음을 퍼내고 또 퍼내는가

말도 마라, 그 울음소리가 나뭇가지를 잡아 흔들더니, 그 진동이 둥치를 타고 내려가 실뿌리까지 메치더니, 냄비 끓듯 천지사방이 들썩인다

미루나무 열 평의 그늘에다 열 양동이 눈물을 자지러지게 쏟아붓고서야 잠시 멈춘 그 생울음을 나는 모를란다

아무래도 저 질기디질긴 울음 끝은 내 생의 밑바닥에 가닿을 것이다 거기, 내 울음집인 어머니 지금도 거적때기 몸으로 바싹 풍화되어 있을 것이다
--- 「선퇴(蟬退)」 중에서

그믐이던 마음이 보름 달빛이나 보자 하여 월명암에 오릅니다 한 발 앞서가던 산새도 숨이 가쁜지 호로록 쪽쪽 호로록 쪽쪽 오체투지로 오르다 쉬고 쉬었다 다시 오릅니다

삶을 견딘다는 것은 마음을 닦는 일과 같겠지요 가슴에 맺힌 혈을 풀고 심신을 안정시키자면 맛이 쓰고 성질이 찬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언젠가 방약합편(方藥合編)이 일러줬습니다

나를 내려놓고 오래도록 탕약을 달이듯 멀리 달을 바라보는 사람은 지금 아픈 사람이거나, 유독 상처가 많아 누구를 아프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겠지요

다혈질인 나는 독초로 보자면 마땅히 천남성이거나 각시투구꽃의 눈빛일 텐데요 오늘만은 약으로 쓸 것 같은 달빛에 빨대를 꽂고 호로록 쪽쪽 호로록 쪽쪽 빨고 싶은 밤입니다

첩첩산중 꿈틀거리며 꼬물거리며 배어든 달빛이 성미가 따뜻하고 독성이 없는 사람 품 같아서, 병든 몸뚱이 말갛게 씻어주는 향(香) 같아서 그믐이던 마음이 열나흘 흐벅진 달빛이 되어
--- 「멀리 달을 보는 사람」 중에서

직소폭포가 격렬하게 싸갈기는 기다란 물줄기엔 여러 마디가 있는데요

그 마디마디엔 희고 투명한 졸졸졸, 이란 의성어(擬聲漁)가 살고 있습니다

그 의성어는 맨살의 뱃가죽으로 바닥을 훑으며 백천내를 휘돌아나가고

앞서가던 졸졸졸은 뒤에 오는 졸졸졸을 끌고 변산바다에 이르는 동안에요

비늘도 지느러미도 없는 의성어는 자랄 대로 자라 철썩철썩 파도가 된다는

이 또한 나만 모르는 오래된 이야기
--- 「나만 모르는 이야기」 중에서

나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적막한 고요를 보고 왔습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뼈만 남은 환자복들이 산소 호흡기를 꽂고
미리 관 속에 들어가 보는 고요를
침대이자 무덤인 고요를

천장에 핏기도 물기도 없는 빼빼 마른 형광등 하나가
죽음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지
갑자기 눈이 멀 것처럼 발광하는 고요를

안간힘으로 살 만큼 살아본 고요를
늙기에도 지친 멀건 죽 같은 고요를

때가 되면 훌렁,
삶을 벗어버리면 그만인, 이 홀가분한 고요를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나날이 긴박한 고요를

하늘에도 바닥이 있고
땅에도 하늘이 있는
이승 끝과 저승 입구 어디쯤

나는 오늘 저승사자와 한패가 된 고요를 보고 왔습니다

겉은 검고 속은 흰
속은 검고 겉이 흰

죽음을 먹고 자란 적막한 고요를
누군가 막 태어날 것 같은 고요를
--- 「고요한 고요-요양병원」 중에서

연사흘 장대비 쏟아진 뒤, 불현듯 직소폭포가 궁금해졌습니다. 흠뻑 젖은 변산은 잔뜩 웅크린 채 몸 바깥으로 물소리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온 산을 끌고 내려오는 물소리를 따라 오르며 보았습니다. 백천내 저 혼자 그 많은 물소리를 가까스로 받아내고 있었는데요. 격포 앞바다는 벙벙히 불어난 제 살로 가슴이 한층 풍만해졌겠습니다.

꼿꼿이 서 있기를 좋아하던 서어나무도 물소리를 피해 허공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었고요. 직소폭포도 흰 도포자락 길게 펼쳐놓고 득음이라도 하려는 듯 소리꾼이 되어 줄기차게 적벽가 완창에 빠져 있었습니다. 판소리 한 대목 듣느라 날 저무는 줄 몰랐는데요. 그 소리는 집에 당도할 때까지 공명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 질기고 질긴 소리는 꿈속에서까지 똬리를 트는 것이었는데요. 믿기지 않겠지만, 그 소리는 내 눈썹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그 후 검고 무성해져만 가는 내 눈썹을 나는 변산이라 여기며 살게 되었습니다. 한쪽 눈썹에는 직소폭포를 두고 또 다른 한쪽 눈썹에는 의상봉을 업어 키우기 위해 오늘도 해와 달은 내 눈썹을 들고 납니다.
--- 「내 눈썹은 변산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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