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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낙인―추방의 문화사

격리―낙인―추방의 문화사

: 한센병 계몽 잡지 《새빛》(The Vision)과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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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2쪽 | 153*224*30mm
ISBN13 9788968498800
ISBN10 8968498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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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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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곁에서 쓴다는 것
“분홍색 미치광이”
국립소록도병원을 무대로 한센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가 이청준(李淸俊)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1974~1976) 속의 등장인물 ‘윤해원’에게서 받은 인상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윤해원은 이런 사람이었다.
(…) 그는 이를테면 분홍색 미치광이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바로 그 자신에게서 분홍색을 기다렸고, 끝내는 그 분홍색의 절망까지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경험을 하고 난 위인이었다. 다름 아니라 그는 애초 이 섬 미감아 보육소의 관리원직을 자청하고 왔을 때는 이 병과 아무 상관도 없는 건강인에 틀림없었지만, 이후 몇 년 동안 이해할 수 없는 분홍색 집착증에 빠져들면서 그는 자기 자신에게서마저 초조할 정도로 분홍의 반점을 기다리기 시작했고, 끝내는 그 어이없는 분홍색의 절망을 스스로 경험하고 났던 것이다.
그는 분홍의 증세가 시작되자 행복스러운 듯이 철조망을 건너 병사 지대로 들어갔다. 소록도병원 40년 역사에서 건강인 지대의 병원 직원이 발병을 기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병사 지대 안에 그의 누이 한 사람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들 모르고 있었다.
그는 “분홍색 미치광이”였다. 자신의 몸에 한센병 발병의 징후인 “분홍의 반점”이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벚꽃무리가 온몸에 번지길 기다렸다. 그는 왜 분홍빛 반점이 생겨나길 그렇듯 원했던 것일까.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가 그런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병사지대에 누이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겐 나균에 스스로 전염되는 것만이 누이 ‘곁’에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누이의 곁을 향한 갈망은 “분홍색 집착증”에 빠져들게 했고 나병에 전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서게 만든 것이다.
소설 속 윤해원의 이야기는 치유된 후에도 몸에 남아있는 흔적으로 인해 낙인의 대상이 되었던 한국 한센인들의 자기서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누이의 곁에 머물기 위해서 나병에 걸리는 것을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바깥에서 몸속으로 병균이 침투해 발병된다는 전염병의 구조를 위반한다. 그것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센인들의 또 다른 삶과 역사를 드러낸다.
“분홍빛”은 『당신들의 천국』에서 양가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한센인에게 분홍빛은 병든 몸의 증상으로서 자기 존재를 질문하게 하는 표지였다. 한편 그것은 한센인과 건강인을 식별하는 낙인이자 섬 사람과 육지 사람을 구별짓는 심리적 경계선의 은유이기도 했다.
이청준은 분홍빛 벚꽃으로 뒤덮인 소록도의 그늘진 역사를 ‘문학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다. 분홍빛 섬, 소록도는 과연 한센인들을 위한 진정한 낙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신들의 천국』은 서로 다른 사연[來歷]을 지닌 인물들의 시선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한센인들의 기억과 서사를 다각도에서 현상한다. 초판이 출간된 지 10여 년이 지난 후, 작가가 남긴 ‘후기’는 지금 여기의 “현실 상황”을 돌이켜 보게 한다.
굳이 사족을 더할 바가 없겠지만, 소설의 제목 ‘당신들의 천국’은 당시 우리의 묵시적 현실 상황과 인간의 기본적 존재 조건들에 상도한 역설적 우의성寓意性에 근거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땐가 그것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어 불려질 때가 오기를 소망했고, 필경은 그때가 오게 될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가 오게 되면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사시적斜視的 표현이나 그 책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작가 이청준은 이 소설의 운명을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사시적(斜視的) 표현”이 사라지고 ‘우리들의 천국’이 실현되는 순간까지이길 소망했다. 그때가 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쓸모없이 사라지게 될 이 한 권의 책. 그러나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비스듬히 응시한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말하고 쓰는 행위는 그런 세상이 우리 곁에 도래하길 기다리는 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사라져가는 한센인들의 얼굴 곁에서 우리들의 얼굴을 되비춘다.
소각된 사진들
1968년 8월 17일, 《조선일보》에는 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비관하여 자살한 한 여인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 짧은 기사는 “몸뚱이와 피부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 “나병환자임을 비관”한 여인이 “‘문둥병환자가 됐다’는 공포에 떨다가 며칠 전 자기 옷가지와 사진 등을 모두 불태워버리고 자살할 것을 결심”했다는 “끔찍한 참사”를 보도했다.
나는 신문 기사를 이렇게 바꾸어 읽었다. 문둥병에 걸려 비관자살한 그녀가 죽기 전에 소각한 물건들 중에는 옷과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나병에 걸린 후에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모두 없애버리길 원했다. 비관자살한 여인은 자신의 죽음과 동시에 사진 속에 담긴 모든 기억들이 소멸되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
소록도병원 100년의 역사(1916~2016)를 사진으로 엮은 『사진으로 보는 소록도 100년』(2017)을 펼쳐 보면, 한센인들의 얼굴을 정면에서 찍은 사진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센인들이 살아온 소록도병원 100년의 역사는 한센인들의 얼굴이 아닌 것들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듯이 말이다.
한국 한센인들의 몸은 역사적, 정치적인 맥락에 의해 의미변화를 거듭해 왔다. 사회학자 정근식은 한센병 환자들과 면담하면서 그들이 보여준 태도와 몸짓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 바 있다.
나는 한국의 환자들이 사진을 찍는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한국의 한센병 환자들이 몸가짐과 관련하여 특별히 훈련된 그 나름의 자세와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환자들의 이른바 ‘신체작법(身體作法)’과 관련된 특정한 하위문화가 발달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바로 그것이 내가 신체규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이었다.
한국의 한센인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하고, 본래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 이렇듯 타인의 시선을 피하고 본래의 이름을 가명으로 바꾸어 쓰는 일은 한센인들의 신체에 새겨진 낙인과 차별의 흔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한센인들의 “몸가짐”, “특별히 훈련된 그 나름의 자세와 태도”에서 일제강점기부터 내면화된 “신체규율”을 발견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꾸 멀어지면서 가짜 이름 뒤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했던 한센인들의 모습은 비단 한국의 한센인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한센인들의 신체규율에 관한 연구는 동아시아 식민지 통치 하의 한센병 관리 정책과 연관해 다룰 부분이다. 한센인들을 향한 낙인의 감성이 동아시아 국가에서 형성, 전개된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 동일성과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자의 시야에 있는 것”
곁의 시선은 도미야마 이치로(富山一郞)가 다카하시 가즈미(高橋和已)의 에세이 「죽은 자의 시야에 있는 것死者の視野にあるもの」에서 읽은 한 편의 우화에 대한 해석을 상기시킨다.
폭력에 대항할 가능성을 사고하려면, 우리는 바로 죽은 자의 망막에 포착된, 이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체 옆에 있는 자는 항상 응시의 대상이며, 그런 의미에서 총살을 기다리는 사람들조차도 아직 결판이 난 것은 아니다. 망막에 각인된 그 영상은 나의 얼굴이자 당신의 얼굴일 것이다.(2001년 7월 타이베이에서)
도미야마 이치로는 저 장면에 오랫동안 붙들려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전장의 기억』(2002)에서 죽은 자의 눈에서 “나”와 “당신”의 얼굴을 동시에 떠올린다. 시체 곁에서, 죽은 자의 망막에 찍힌 영상에서 “나의 얼굴이자 당신의 얼굴”을 겹쳐 읽는다. 죽은 자 곁에서의 사유 경험을 『폭력의 예감』(2002)에서는 잠재적 위기를 예감하는 “언어감각”으로 확장하고 『유착의 사상』(2015)에서는 다시 “휘말린다는 신체감각”으로 사고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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