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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의 사회학

신혼여행의 사회학

문지스펙트럼-04-008이동
권귀숙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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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8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28*188*20mm
ISBN13 9788932010281
ISBN10 8932010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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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권기숙
이화여대 사회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논문으로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서귀포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현재 제주대학교, 제주교육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여성, 일상 생활의 구조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논문으로는『제주 해녀의 신화와 실제』『제주도 이혼의 구조적 원인 분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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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은 신혼부부들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날까. 거기서 차례로 판박이로 찍어내듯,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같은 장소로 이동해서 같은 음식을 먹을까. 마치 대량생산하는 신혼여행 기계를 탄 것처럼, 신혼여행이라는 이름의 컨베이어벨트에 실려가는 한국의 신혼부부들은 거기서 어떤 감정을 느낄까.

‘신혼여행의 사회학’(권귀숙지음·문학과지성사)은 이런 한국인 일상의 흥미로운 현상을 추적하며 그 속에 담긴 사회학적 의미를 수수께끼 풀어가듯 담아내는 책이다. 이른바 ‘일상생활의 사회학’이라고 불리는 저자의 방법론은 현대사회학의 새로운 학적 탐구방식을 반영한다.

거대담론을 통한 사회현상 연구가 각 개인의 삶과는 겉돈다는 사회학의 자기반성은, 일상에 눈을 돌리게 하고, 무심코 지나치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의미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일상성의 뜻찾기’라고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런 현대사회학의 흐름을 반영하며, 이를 실제 한국인의 삶에 적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신혼여행은 단지 한 커플의 고유한 경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논문으로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제주도 허니문하우스 근처에서 농장을 일구며 산다. ‘제주해녀의 신화와 실제’등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96년부터 97년까지 1년에 걸쳐서 제주도의 공항, 관광지, 쇼핑센터, 호텔 등에서 만난 신혼부부들의 행태를 관찰했으며, 모두 1백4쌍의 신혼부부에 대한 설문조사와, 신혼부부의 현지 가이드로 기능하는 택시기사, 상인, 호텔 직원과 공항 직원 등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 신혼부부들의 행동양태를 기술한다.

제주도에 찾아온 신혼부부들은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누가 봐도 신혼부부임을 금방 눈치챌 수 있는 옷차림과 분위기의 이들은 안내인(대개 택시 기사들이 이 역할을 수행한다)이 지정해주는 장소에서, 역시 지정해주는 포즈에 따라 사진을 찍는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때로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실외 커피숍에서도 장미 한송이가 테이블마다 옮겨가며 서로 눈을 맞추고 있는 신혼부부 사진의 소도구로 사용된다.

이들 신혼부부에게 신혼여행은 일상에서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영화의 한 장면같은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끊임없는 증명사진찍기로 이어진다. 최소한 사진에서만은 신혼여행은 일상을 벗어나게 하는 마술이다. 단지 이 마술이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의 사진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된다는 점이 다르다.

‘신혼여행 공연’의 참여자는 신혼부부뿐이 아니다. 안내인, 호텔직원 등 관계된 사람은 모두 여기에 동참한다. 어떤 호텔직원은 신혼 첫날밤을 보낸 부부의 아침 모습만 봐도 그들이 어떤 기분으로 지냈는지를 알 수 있으며, 하는 행동만 봐도 연애결혼인지 중매결혼인지 가늠한다고 한다. 대개 연애결혼한 부부는 덤덤하며 자연스럽지만, 중매결혼인 쌍은 다소 과장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담긴 사회적 현상을 찾아내려는 사회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신혼여행이란, 하나의 사회적 공연(social performance)이다.

저자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고 ‘이것이 신혼여행이다’라는 단서를 달아서라도 여행을 떠나야 결혼의례가 마무리되는 한국인의 신혼여행은 이제 한 시공에서 다른 시공으로 넘어가는 문화인류학적 의미의 ‘통과의례(initiation)’가 되었다”고 밝힌다. 따라서 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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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여행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 여행은 결혼식처럼 무엇이든지 최고로 하리라. 최고로 알려진 호텔에 머물면서 최신의 여행 코스를 돌면서 토착 음식도 맛보며 최대의 추억을 만들리라. 먼 훗날에도 잊지 못할 추억을 사진에 남기면서 우리의 사랑과 행복을 확인하리라. 신부를 공주처럼, 여왕처럼 모시면서 뽀뽀도 해주고 업어도 주리라. 처음 가보는 새로운 관광지를 구경하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마음껏 맛보리라. 실컷 돈을 써서 대범한 남자가 되어보고, 요것조것 선물을 준비해서 알뜰한 여자임을 과시해보리라. 서로 손가락을 걸고 앞날을 그려보며 약속을 다짐하리라. 그리고 밤이 오면, 나누어 마신 한잔의 와인과 사랑의 눈빛에 취하여 첫날밤을 치르리라. 손가락에 침을 발라 문구멍으로 초야를 들여다보던 영화의 한 장면은 기억에 희미하지만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는 결혼식의 마지막 절차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리라.

오늘날 예비 신랑 · 신부들이 들려준 신혼 여행의 꿈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섬에서 단 둘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둘만을 위해 따뜻한 오두막도 맛있는 음식도 감미로운 음악도 준비되어 있다.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속삭이듯 말하고 은밀하게 사랑을 노래한다. 신혼 여행이 아니라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그림 같은 장면이다. 신혼 여행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꿈일 것이다.
--- pp.25-26
나는 신혼여행의 기다림부터 시작하여 출발, 여행지 도착, 첫날밤, 관광, 돌아오는 길, 추억에 이르기까지 신혼 여행의 한 코스를 쫓아다니면서 신혼부부가 펼치는 드라마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신혼 여행의 문화적 코드는 무엇일까? 신혼 부부의 상징적 행동은 코스의 각 과정에 따라 어떻게 나타날까? 아직도 연인들처럼 나타날까?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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