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1997년의 외환위기는 수능이라는 고개를 넘자마자 닥친 또 다른 충격이었다. 부모님이 가라는 대학과 내가 원하는 곳은 달랐다. 지방 교대를 나와 편히 살라는 부모님, 서울로 가겠다는 나. 그 기준은 오직 하나, 돈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부모님을 설득해 숙명여대 의류학과에 입학했다. 서울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기숙사를 나와 서울로 막 진학한 동생과 함께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예식장 아르바이트, 패션쇼 헬퍼, 피팅 모델 등으로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20대 초반 대학생활의 즐거움보다 돈의 무서움을 먼저 깨달으며 세입자의 삶을 살았다.
24살, 삼성그룹 공채 42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4대 보험의 안정감과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으로 마냥 행복했다. 결혼 2년차, 그대로 등 부비며 잘 수 있는 내 집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의 소형 아파트를 덜컥 계약했다. 연 6%가 넘는 대출 이자의 무게는 숨겨져 있던 ‘생존 경제 본능’에 불을 지폈다. 월급쟁이이자 또 다른 이름인 엄마로 살아가며 남들과 똑같은 삶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제를 공부하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실천한 결과 39살, 급여생활자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느릿하고 서두르지 않는 시간부자로 살고 있다. 현재 ‘직장생활연구소’의 컨텐츠 디렉터로, 또 다음 브런치 경제 재테크 분야의 손꼽히는 여성 작가로 160만 뷰에 빛나는 『경제 공부하는 직장인, 시간부자 되다』를 연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