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형태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크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조각적이고 안은 ‘비어 있어서’, 즉 안팎의 효과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양면을 보지 않으면 ‘전체’에 접근할 수 없다. 빌라 로톤다처럼 고도로 원형적인 경우에도, 각 부분에서는 다양한 표정과 생각지도 못한 외양外樣이 나타난다. 팔라디오는 방대한 검토와 연구를 거듭했다. 안팎을 둘러보면, 도면이나 사진으로 예측했던 것에 실제 경험한 것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겹쳐진다. 단순한 형태질서에서도 구체적인 지배의 양상은 다양하고, 부분의 역할이나 관계도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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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근대양식은 과거의 건축 이미지와 대극적인 지점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형태적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 ‘얇은 피막이 가볍게 내부의 용량을 감싼다’는 전체 효과는, 그때까지의 ‘두껍고 무겁게 가두었던 건축 이미지’를 역전시킨 것으로, 의장적 가능성의 한쪽 끝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이 여기저기 돌출되어 있으면 그 효과가 현저하게 손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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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인 주택에서는 표층을 따라 눈을 미끄러지게 만드는 극단적인 수평창의 속력에 더해, 내부에서도 곡선으로 된 벽이 수평방의 공간 흐름을 강화시킨다. 수직창이 특징인 페레의 작품에서는, 정적이고 ‘멈춰 서서 주위를 돌아보는’ 다소 점잖은 인간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평연속창은 사람을 움직이도록 충동한다. ‘경쾌하게 돌아다니며 공간을 구석구석까지 확인하는’ 인간의 이미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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