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회에 대한 벤하비브의 진단을 영토성의 위기, 국제인권레짐의 형성, 시민권의 분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 벤하비브의 세계주의적 연방주의cosmopolitan federalism 구상에 있어서 사상적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칸트의 세계주의적 권리와 아렌트의 ‘권리를 가질 권리’ 개념, 그리고 이들의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민주적 정당성의 역설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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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난민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는 표명희의 장편소설 《어느 날 난민》과 최인석의 단편소설 〈스페인 난민수용소〉 정도가 눈에 띈다. 물론 이 두 편의 텍스트만으로 난민에 관한 문학적 상상력을 논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두 편의 소설을 살펴보는 이 글이 난민을 향한 현재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지, 난민을 이야기하는 문학적 상상력의 수준은 어떠한지를 가늠하고, 더 나아가 난민과 같이 경계 위에 놓인 이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문학적 상상력의 역할을 고민하고 그것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첫걸음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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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부트의 인구 변화를 인구 관리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차별과 배제의 정치가 이누이트 이주에 미친 영향을 발생학적 맥락에서 고찰한다. 또한, 이누이트 이주자가 주변화되는 표상의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누이트의 공동체 정치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캐나다에서 이누이트에 대한 차별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차별이 인구 구성과 이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도시로 이주한 이 누이트는 주류사회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있으며, 어떻게 주변부의 존재로 표상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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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폭피해자에 관한 논의를 이주의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 주제로서 이주는 이주민의 출신국과 유입국의 정치·경제·역사적 배경, 가족과 친족 배경, 젠더·지역사회·민족적 배경, 노동, 문화적·사회적 수용의 맥락, 아이덴티티identity, 소속감, 사회적 지위의 특성, 다양한 차별 등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담지하고 있다. 이주라는 현상은 어떻게 보면 불평등의 문제를 물리적 이동을 통 해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역사적 이슈를 전면에 드러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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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소설은 근대화의 중핵적 장소이자 경쟁에 유리한 자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을 무대로 하고 있고, 서울은 등장인물들에게 좌절감을 일깨우는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서울 1964년 겨울〉(1965)에서 시골 출신으로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서 일하는 화자 ‘김’에게 서울은 가슴 설레는 인공 낙원이다. “밤이 되면 빌딩들의 창에 켜지는 불빛 아니 그 불빛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고 신기한 건 버스칸 속에서 일 센티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자기 곁에 이쁜 아가씨가 서 있”는 일상의 풍경조차 “가장 부럽고 신기하게 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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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는 그러한 측면에서 전철을 통한 노인의 모빌리티가 머물러 있는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노인의 공간’으로 불리는 탑골공원 및 락희거리는 대표적이다. 이곳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도심 속의 섬’, ‘쪽방 노인’, ‘쪽방촌’ 등으로 묘사되어 왔으나 의외로 이곳은 보석상가들이 집적되어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고, 노년층의 놀이공간으로서 실버 극장·콜라텍·기원·식당 등 이 밀집해 있는 역동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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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권을 정보 공유, 문화적 생존, 공동체 구성과 연대, 정체성과 신념의 표현 등을 위한 권리를 뜻하는 ‘문화권’을 포괄하는 시민권의 핵심으로 보면서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모국어로 제작한 팟캐스트 방송 [베트남 목소리Tieng Noi Viet]에 주목했다. 일상이 전개되는 마을에서 주민들의 미디어 실천과 문화적 실천을 분석한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제약받았던 이주여성들의 목소리 내기와 그에 따른 문화적 실천과 일상의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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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본주의 논리에 침식당한 도시공간에서 ‘도시에 대한 권리’, 즉 도시 거주자들의 공동‘작품’인 도시공간에 대한 일상적 향유와 사용의 권리를 주장하며 도시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환기시킨 르페브르의 사유에 기반하여, 동시대 도시공간이 갖는 의미망을 점검하고 궁극적으로는 도시공간을 전유하는 축제와 그 공동체예술을 통해 동시대적 의미의 ‘새로운’ 예술이 요구하는 ‘미학의 정치’, 윤리에 대해 사유해 보고자 한다.
--- p.313
쿠바 한인들의 미국으로의 재이주 현상과 다국적 경험에 주목한다. 연쇄적인 이주의 배경과 경로, 쿠바에서 미국으로의 재이주 경험, 재미 쿠바 한인들의 민족·인종적 정체성, 한국·쿠바 문화에 대한 지식 및 관심도, 혼종적 정체성, 사회적 관계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또한 쿠바 한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제고를 도모하고, 이들과 재미 한인사회뿐 아니라 모국과의 교류와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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