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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인이 없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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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28*205mm
ISBN13 9791197283956
ISBN10 11972839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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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주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답이 없는 물음들은 많고,
그런 날의 밤은 길어지고,
스스로에게 작정하고 상처를 주고 싶을 만큼 미워지니까.
꼭 그럴 때는 마음을 찾게 된다.
슬픔을 꼭꼭 씹어 삼키지도 못해서 슬픔을 토하고
제대로 죽어본 적도 없이 죽음에 대해 말하는 나는 여기에 있는데
그것들은, 그것들을 감각하는 내 마음은 어디쯤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아서.
자꾸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설명하고 확인하고 싶은 거다.
--- 「1부 독백」 중에서

나를 독점하는 기분은 어때요.
그래요. 나쁘지 않아요.
실은 점유로의 바람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로 좋아요.
그런데 가진 것이 없어 손에 꼭 쥐여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요.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새기고 아꼈던 것들.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은 그런 것들 밖에 없어요.
내가 가진 수평의 해안을 독점하는 기분은 어때요.
나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독점하는 기분은 어때요.
앞으로 우리가 쌓을 시절을 독점하는 기분은 어때요.

너무 소중하면 혼자만 가지고 싶은 마음을 독점하는 건 어때요.
--- 「2부 수신인이 없는 편지」 중에서

봄볕이 해사했다.
불안하게 매달려 있던 벚꽃 잎들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유별난 봄이다.
이 계절을 나는 조금 오래 살겠네. 화장이 끝나고 받아든 유골함이 가볍고 따뜻했다.
살갗을 태운 불꽃 이 뼛조각 사이사이로 스며든 것 같았다.

어쩐지 지독하게 살고 싶었다.
이렇게 하얗게 타서 가볍고 바삭바삭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 「3부 名 과 命」 중에서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그 시선의 끝에 늘 네가 있었다.
한동안은 뒤돌아도 네가 없을 것을 알아서, 끝끝내 고개 돌리지 못하고 울었다.
이 끝은 오랜 시작이다.
종언 뒤에 증언이 온다.
너의 언어는 끝났지만, 나의 언어가 남았다.
의미 없이 오지 않았고, 의미 없이 가지 않았다.
우리가 없는 우리의 자리를 증언하는 일 또한 영영 의미 없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 자리에 앉아 다시 쓴다.
네 자리였고, 이제는 내 자리다.
남겨진 나의 몫이다.
--- 「4부 Epilogu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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