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됨됨이, 즉 인품에 대한 관심은 평생 가져야 한다. 배움의 분야가 참 넓지만 그 모든 분야들이 따지고 보면 다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내용들이다. 사회, 자연, 인문 분야가 다 그렇고 음악, 미술, 체육도 다 그렇다. 전부가 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공부들이다.
--- p.42
근검절약은 내 생활신조다. 평생 노력해야 할 삶의 신조를 곧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것으로 환치시켜, 쫓고 쫓기는 삶을 오히려 정당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혹여나, 그런 의도라면 정말로 그 정당화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삶일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정신적 풍요가 물질적 풍요보다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p.71
할아버지가 현수에게 편지 쓰는 마음은 나 스스로 손자처럼 배울게 많다는 걸 인정하고 뭐든 열심히 배우고 느끼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어서이다. 배우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찌 교감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겠니? 훌륭한 사람은 순수한 어린이 마음을 잃지 않는단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하는 까닭도 바로 사랑하는 손자와의 교감 때문이다.
--- p.86
스승의 날,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자에게 주고자 하는 덕담 한 마디는 바로 ‘겸손’에 있다. 겸손해야 존경할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p.91
“술 취한 사람은 이튿날 깨날 수 있지만 먹거리에 취한 사람은 평생 깨날 수 없다.” 아, 정말 그렇겠구나! 두고두고 평생 조심할 일이다. 이제 야, 제정신이 좀 드는 느낌이다.
--- p.98
책을 많이 읽은 사람한테서는 특유의 향내가 난단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사람 됨됨이가 깊어간다는 의미다. 책은 도서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 다 책이요, 세계가 다 책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세계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읽고 깨달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면 훌륭한 독서가다. 자연이 진리의 보고이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 p.106~107
대자연의 하모니는 철저하다. 절대적이다. 우주가 수십 억 년 나이를 먹었어도 ‘자강불식’ 하는 원동력이 뭘까? 그건 바로 질서의 하모니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자강’은 스스로 최선을 다해 힘쓰고 가다듬고 지키는 것이요 ‘불식’은 자강을 쉬지 않고 계속 정진하는 것이다. 실로 대자연은 우리 인간 삶의 절대적인 표본이 아닐 수 없다.
--- p.110
생각해 봐라. 어려서건 나이 들어서건 삶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자신의 과거사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니?
생활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반성하는 이처럼 성실히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할아버진, 지금 생각하면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생활을 정직하고 진지하게 기록하고 반성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반성하고 뉘우치는 삶만큼 후회 적은 삶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회 적은 삶은 정말 당당하고 떳떳하다. 아무것도 꺼릴 게 없다. 배우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모두 다 그렇다. 옛 사람들이 그랬다. 반성하고 뉘우칠 줄 알면 삶이 훨씬 더 여유롭고 한가롭고 의욕적이고 보람차고 왕성해진다고.
--- p.153~154
‘게으름’과 ‘부지런함’은 무섭도록 대조적이다. ‘부지런함’은 규칙적인 생활을 원만하게 이끄는 성정이요, ‘게으름’은 규칙적인 생활을 파탄으로 이끄는 성정이다.
--- p.216~217
왜, 사람이 나무에게 사랑을 베풀면 나무가 더 잘 자랄까? 왜, 나무가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면 사람이 더 행복할까? 공생의 원리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 바로 천인합일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 p.221
힘찬 생활 활력의 키는 뭘까? 바로 ‘긍정적인 열정’이다. 할아버진, 매사에 최선을 다할 거다. 묵묵히 집중하고 몰입할 거다. 그리고 26년 후, 손자와의 감격적 포옹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다.
--- p.271
할아버진 오늘 아침부터 노벨상, 카블리상 수상자에 빠져 하루를 신나게 보냈다. 왜냐고? 그들로부터 ‘몰두’ ‘진력’하는 삶의 기쁨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몰두나 진력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할아버지 역시 너에게 글 쓰는 것 자체가 좋아서,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몰두, 진력한다. 그토록 몰두, 진력하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기쁜 일인가를, 너도 좀 더 성장하면 알게 되리라 믿는다.
--- p.274~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