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의 지도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담임교사의 체험에서 우러난 적극적 참여가 필수요소라고 보았다. 담임교사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권유해 주어야만 학생들은 실천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맨발걷기를 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흙 운동장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맨발걷기를 한 후 발을 씻고 말리는 시설, 신발을 벗고 신거나 가방도 놓을 수 있는 벤치도 필요했다. 이러한 물적 환경은 인적 환경을 구축해 나가면서 병행하기로 하였다. 나아가,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설득해 나가기로 하였다. 특히, 맨발걷기는 학생의 안전과 건강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학부모의 우려를 해소하고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또한 학교문화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필수적으로 함께 어울려서 동참해야 했다.
이러한 인적, 물적 환경이 갖추어져야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물적환경은 단기간에 갖출 수 있다 하더라도 인적 환경은 하루아침에 갖추어질 수 없다. 교사들에게 그동안의 나의 경험과 효과, 학생 교육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의견을 물어도 흔쾌히 해보자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못했다.
교사 1 일단 선생님들의 의견부터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 2 소규모학교라 일이 많아서 부담스러워 할 텐데요….
교사 3 건강에 좋다니 함 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교사 4 다른 업무를 줄여주고 시작하시는 게….
(교사들과의 면담자료, 2016.12.26.)
--- p.48
맨발걷기를 위한 흙 운동장 공사
내가 본교에 부임하기 직전에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사업으로 운동장 생활체육시설 관련 우레탄 트랙공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초등학교 운동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사토 운동장으로 계획이 수정되는 과정에 있었다. 2016년 9월에 부임한 후 마사토 운동장 조성계획을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가는 가운데 여러 가지 이유로 착공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국 2017년 7월에 착공이 되었다.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맨발걷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장을 만들어 나갈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맨발걷기를 할 최적의 환경을 구상해 나갔다. 처음에는 친환경 마사토 운동장 및 다목적 구장 구성, 야간 조명시설, 스프링클러 설치, 야외 운동 시설 및 운동장 트랙 포인트 설치 등으로 계획을 잡았다. 교육청과 몇 번의 협의 끝에 친환경 마사토는 구하기 어렵다고 하여 체로 친 마사토를 깔기로 하였다. 체로 친 마사토는 일반 마사토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좀 더 안전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목적 구장은 바닥을 우레탄으로 시공해야 한다고 해서 운동장을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배구나 농구 등을 위한 다목적 구장 위치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초등학생들은 배구나 농구장 활용도가 높지 않은데 운동장의 일정 부분을 우레탄 다목적 구장이 차지한다면 평소의 많은 시간을 맨발걷기로 활용해야 하는 운동장의 활용도가 낮을 것으로 우려되었다. 다음은 흙 운동장 조성 사업과 관련하여 구성원들과 협의한 내용이다.
--- p.68
개교 기념 ‘맨발 전통놀이 한마당’
해마다 본교 개교기념일을 맞아 전통놀이 한마당을 열고 있었다.
전통놀이 종목들이 맨발로 할 수 있는 게 대다수라 담당자는 역시 맨발 전통놀이를 계획하여 왔다. 전교생이 학년군별로 적이한 날짜에 추진하며, 제기차기를 제외하고 모두 맨발로 실시하여 맨발걷기 및 맨발놀이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비석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 씨름 등 5종목을 체험하며 씨름은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나머지 종목은 전교생이 참여하기로 하였다. 준비 운동 및 정리 운동은 맨발걷기로 하며 운동장에 각 종목별 장소를 지정하고 학반별로 이동하며 실시하도록 하였다. 10월 중순이었지만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맨발로 활동하는 만큼 각별히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도록 안내하였다. 이제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하는 활동은 가급적 맨발로 한다는 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 p.98
맨발 어울림 체육대회
해마다 봄에는 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최근에는 공기 질 악화로 어려움이 많았다. 교육과정에 체육대회 날짜를 정해놓으면 학부모도 대부분 참여하기 때문에 공기 질이 나빠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18학년도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학부모 설문 조사 시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학년군별로 탄력 있게 운영하자는 의견이 69.95%가 나왔다. 학년말 전 직원 워크숍에서 최종 협의하여 체육대회는 학년군별로 적이한 시간에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1차년도에는 맨발걷기 첫해라 준비운동, 정리운동 시 맨발걷기를 하였으나 올해는 전 체육대회를 맨발로 실시하였다. 1-2학년군, 3-4학년군, 5-6학년군으로 나누어 일정을 잡고 공기 질 악화나 우천 시에 는 연기하기로 하였다. 맨발티셔츠를 입고 참여하며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하여 특별한 연습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학생들이 어우러져서 활동할 수 있는 종목으로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였다. 점수 기록 및 우승팀 시상은 없으며 어울림으로 추진하되 공책 및 간식은 지원하였다. 맨발달리기도 등수를 산정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다음 <표 Ⅱ-23>은 학년군별 맨발 어울림 체육대회 실시종목이며, <그림 Ⅱ-24>는 맨발 어울림 체육대회 모습이다.
--- p.154
고학년 아이들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런데, 전교학생회의에서 학생들이 학급별 신발장에 실외화와 실내화를 모두 두자니 복잡한 불편함도 있고, 실외화를 교실 앞까지 신고 감으로써 아무래도 복도에 흙먼지가 많아지니 1층에 전교생 신발장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건의가 들어왔다. 이 부분은 나도 지난해 일본의 미카사노모리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1층 중앙현관에 전교생의 신발장이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1층에 신발장을 설치하면 복도가 한결 깨끗할 것 같다고 생각하였던 터였다. 그래서 가끔 다른 학교 방문 시 1층에 신발장이 있는 학교의 모습을 사진도 찍어오기 도 했었다. 학생들의 건의가 대견하였다.
이 내용을 학년부장교사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물으니 교사들도 모두 1층에 신발장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고 필요성을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1층 현관에 모여서 신발장 설치 건을 의논해 보니 방법이 나왔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1층 중앙현관을 제외한 동편과 서편 현관에 나누어서 신발장을 설치하면 전교생의 신발을 모두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발주머니를 똑같이 제작해서 제공하면 미관상, 관리상 좋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오히려 더 답답해 보이고 신발에 이름을 모두 쓰면 관리도 될 거라는 의견이 많아서 신발주머니는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음 <그림 Ⅱ-40>은 1층 현관에 마련한 전교생 신발장이다. 이 신발장 구비로 복도와 교실은 한층 더 깨끗해졌고, 교실 맨발 생활도 한결 더 쾌적해졌다.
--- p.199
연도별 실행 방향을 살펴보면 해가 갈수록 맨발걷기 체험활동 내용은 걷기뿐만 아니라 달리기, 맨발놀이, 실내놀이 등 다양하게 진행되었으며 체험시간도 갈수록 확대되어 운영되어 왔다. 반대로, 교육과정 시정은 혼란을 막기 위해 운영의 묘안을 살려 최소한의 변경으로 정착되었고, 등교시간, 인증제, 워크북 활용은 희망자 중심 또는 미운영으로 축소하여 부담을 줄여나갔다. 공기 질 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도 실시간 안내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실행하면서 가장 중심을 둔 부분이 맨발걷기 시간 확보였다. 맨발걷기에 필요한 환경이 구축되고 구성원의 의지가 왕성하더라도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워진다. 학생들이 매일 또는 자주, 규칙적으로 맨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배정하는 것이중요하다. 이 시간은 번거롭거나 불편하지 않아야 되며 매일 손쉽게, 자발적으로 당위성을 갖고 실시하도록 프레임을 짜 두어야 한다. 그래서, 1차년도부터 활용한 시간이 중간체육시간이었다. 기존 교육과정 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험시간을 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표 Ⅱ-37>은 연도별 맨발걷기 시간 확보 현황이다
--- p.240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사진 찍기나 동 영상 촬영하는 것을 일상생활 속에서도 많이 하고 모두들 좋아한다. 때마침 5월쯤 우리학교 운동장 옆에 황톳길이 만들어지고 황톳길 맨발사진 공모전이 열렸다. 그래서 이 공모전을 위해 미술과 사진 찍기 활동과 연계하여 진행하면 딱 맞아서 교실에서 미술책을 통해 구도, 초점 등 사진에 대한 기본 내용을 익히고 황톳길로 사진을 찍으러 스마트폰을 들고 나갔다. 황톳길 옆에는 장미 울타리가 아름답게 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선생님, 우리하고 같이 찍어요.”라고 이야기해 주면서 나와 사진도 찍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마음씨 예쁘게도 “장미가 아플 수 있으니 떨어진 장미 꽃잎으로 맨발 글자를 만들어 보자.” 하면서 떨어진 장미 꽃잎으로 맨발 글자를 만들고 발을 모아 멋있는 사진도 만들어냈다. 친구들과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서로 많이 친해져 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리고 맨발 학급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 포즈를 생각해 오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최종 결정된 포즈는 아이들이 몸으로 ‘맨’, ‘발’이라는 글자를 만들고 맨발로 원으로 둘러앉아 손을 엇갈아 잡고 단체 사진을 찍기로 결정하였다. 이 작품은 대구강북경찰서에서 주최하는 학교 폭력예방 한우리 사진 콘테스트에도 출품하여 감사하게도 초등부 최우수상에 입상하여 우리 반 아이들의 자긍심이 많이 올라갔다.
--- p.298
3년간 실행하면서 실행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학교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본적인 실행 시스템을 마련한 후에는 되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 학교장이 앞에서 강하게 주도하기보다 조금 늦더라도 구성원의 자발성이 발휘되면 더욱더 탄탄하고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공동체의 적극 참여를 끌어낼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맨발걷기 체험활동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요인’과 ‘교육 파트너십’이었다. 담임교사들의 인식과 의지에 따라 학생들의 인식과 참여도는 매우 달랐으며, 이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관리자와의 소통과 관계성을 동반한 교육 파트너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셋째, 맨발걷기 체험활동 교육과정이 현장에 뿌리내려 바람직한 학교문화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발성과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관리자의 리더십이 필요하였다. 관리자는 합리적인 경영과 인간관계 기술로 교사의 직무만족도와 헌신을 도출하고 그들과 협력하여 창의적이고도 효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나가야 하며 이러한 풍토 조성은 관리자의 중요한 역량으로 요구되었다.
넷째, 맨발교육을 통해 나타난 긍정적인 학교문화의 모습이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나타나 처음 시작할 때 기대했던 모습보다 훨씬 고무적이었다. 교사, 학부모,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교육과 조직의 화합을 위하여 곳곳에서 드러내는 긍정적인 모습은 학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공교육의 기능 회복을 요구하는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나아가서 맨발걷기 체험활동 교육과정 운영이 새로운 학교문화 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섯째, 학교에서 시작한 맨발걷기 교육이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의 교육공동체 맨발학교로 확산하면서 맨발가정, 맨발사회, 맨발국가로 확장되고 발전될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나아가서 글로벌 맨발학교로의 도약과 만남으로 세계가 맨발걷기 교육으로 따뜻하게 연결될 수 있는 비전도 갖게 되었다.
--- p.334~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