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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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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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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쯤 전이었지만 정말은 까마득한 옛날 같았습니다. 낯선 중년 부부가 봇짐을 풀고 이 외딴집 자리에다 움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어디서 왔다는 것도 무엇 때문에 이런 벌판에 살게 된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이 움집에 잠깐씩 쉬어 갑니다. 거기서 10리쯤 들어가면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5리쯤 밖에는 장터가 있고 조그만 학교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갔습니다. 장날이면 장꾼들이 지나다녔습니다.
--- p. 10 집 둘레에 선 감나무마다 연시가 아주 먹음직스러웠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으레 쳐다보며 침을 흘렸습니다. 어느 날 저녁 때, 마침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밭으로 나가고 집이 비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아이들이 용하게 알아차렸습니다. “아무도, 아무도 없어!” 아이들은 됐다고, 모두 무릎을 치고 엉덩이를 덩실거렸습니다. 태식이와 용갑이가 먼저 책보를 길바닥에 던져 놓고 감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뒤따라 진복이와 정수가 다람쥐처럼 기어올랐습니다. 여나믄이나 되는 아이들이 감나무에 매달렸습니다. 아이들은 손에 닥치는 대로 마구 따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습니다. --- p. 18 “이렇게 해요.” “어떻게?” “장대를 몇 개 만들어 세워 놓고 그냥 따 먹도록 해요.” “그렇게 할까. 허허허…….” 할아버지는 커다랗게 웃었습니다. “아무나 따 먹어선 안 되죠?” “그럼.” “너무 많이 따도 안 되죠?” “그렇지.” --- p. 25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돌탱자만큼 커졌습니다. 판자 패나무*가 서 있고 거기에 아이들은 아무나 따 먹어도 좋음. 다만 한 사람이 한 번에 꼭 한 개씩만 딸 것. 이라 씌어 있었습니다. --- p. 28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과 정이
어린이들 마음에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며 쓴 이야기 봄이면 마당에 복사꽃이 예쁘게 피는 외딴집이 있습니다. 이 외딴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단 둘이 살았습니다. 오래전, 중년이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외딴집에 움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산길을 따라 장터로 가던 장꾼들이 목도 마르고 날이 저물며, 외딴집에 잠시 들러 목도 축이고 하루를 쉬어가기도 했습니다. 친정으로 가던 아기를 밴 새댁이 외딴집에서 아기를 낳았을 때는 친딸처럼 돌봐주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려운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자식이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닙니다. 강아지도, 날아다니는 참새도, 기어 다니는 벌레도, 모든 생명들을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아이들이 감이 무성하게 열린 외딴집 감나무에 올라 감을 땁니다.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밤에 함께 의논하고, 아이들을 위해 장대를 만들어 감나무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팻말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나 떠 먹어도 좋음. 다만 한 사람이 한 번에 꼭 한 개씩만 딸 것’ ‘거짓말 아님’ 팻말과 장대를 본 아이들은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처럼 따릅니다.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도 어디론가 길을 나선 뒤로 외딴집은 빈집이 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포근함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빈집이지만, 외딴집을 볼 때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베푼 참사랑이 떠오릅니다. 이처럼 그림책 『복사꽃 외딴집』은 가진 것 없이 부족해도 마음과 정을 나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포근하고 따뜻한 온기가 어린이들에게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세계, 단비 그림책 시리즈 단비 출판사는 권정생 선생님의 단편동화들 가운데 그림책으로 펴낼 만한 원고들을 선별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림작가들의 새로운 해석을 덧붙여 단비 그림책 시리즈를 펴내고 있습니다. 단비 그림책 시리즈는 어린이부터 어른 모두가 권정생 선생님의 함께하는 삶과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