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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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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1쪽 | 140*215*20mm
ISBN13 9791190526692
ISBN10 1190526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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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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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소각로를 담당했을 때 실내에 배어있는 살과 뼈가 타는 미묘한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났고 몇 번이나 토하기까지 했다. 코를 찌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냄새 때문에 폐가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묘한 흥분도 느꼈다. 어떤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긴 걸까. 공포와 흥분과 환각의 뒤섞임. 이제는 별로 무섭지 않았고 소름조차 돋지 않았다. 그는 매번 자신의 육체가 지금 불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면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하고 그런 다음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몇 달을 지나고 나면서부터 사지가 절단되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시체의 경우에도 실제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그냥 살덩어리로 보였다.

나트랑에서 처음 나온 외출이었다. 나는 많이 회복되었지만 정문을 나서면서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고 걸음걸이가 약간 불편했다. 그러나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가뿐했다.
나는 월남 인력거를 타고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바닷가 긴 백사장을 지나서 한가하게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가끔 람부레타와 햇빛을 가리는 둥근 모자를 쓰고 아오자이 자락을 펄럭이는 꽁까이가 운전하는 오토바이가 앞질러 갔다. 그리고 노란 가사적삼을 입은 몇몇 승려들이 앞장서고 검은 만장을 든 행렬을 앞세운 상여와 마주쳤다. 그러고 나서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칸 호아성청 앞 노점에서 콜라를 시켜 마셨다. 성청을 드나드는 공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 남자들은 주로 짙은 색 회색 바지에다 짧은 반소매 흰 와이셔츠를 입었고 여자들은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에 밝은색 양장차림이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어쨌거나 군인은 오로지 국가의 명령만 따르면 되니까. 어찌 우리가 국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그 전쟁이 옳았는지 어땠는지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면 우리들은 모두 육체적 정신적 상처 없이 멀쩡하게 살아서 귀환했을까?
내가 참전의 혼란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나의 삶 자체를 총체적으로 당혹스러워했던가?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잖은가. 삶이 맹목적이듯 전쟁이 맹목적이면 어떤가. 하지만 전쟁터에서 제대로 치러진 작전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명예롭게 적의 총탄을 맞은 것도 아니고 그저 열대병에 걸려서 죽음 직전에까지 이른 것은 참전용사로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랬다. 멋쩍은 일이었던 것이다.
내 마음속에 그 충격적인 순간들의 이미지가 혼란스럽게 뒤엉키면서 아른거렸다. 자살을 한 김 하사나 탈영을 감행한 김 병장과 비교한다면, 나는 자기중심적이고 가식적인 어쩌면 비굴한 위선자일지도 모른다고 깨닫자 내 입가에 악의적인 비웃음이 떠올랐다. 스스로에게 실망한 것이다.

우리는 총격전에서는 언제든지 반격할 기회가 있었다. 더욱이 우리의 화기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니까. 그러므로 매복 공격을 받았을 때 첫 번째 집중사격에 당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지뢰에 걸리면 쾅 터지는 폭발과 함께 끝난다.
파월 장병은 원칙적으로 복무기간이 1년이었다. 그러나 전사자는 대부분 월남에 온 지 석 달 만에 전투 중 사망한다. 풋내기 시절에. 나는 이 기간을 무사히 넘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충돌이 일어나서 몇백 명씩 죽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그때그때 한 번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 우리는 죽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소총을 걸머진 채로 벌써 8시간을 걸었다. 소총을 오른쪽 어깨와 왼쪽 어깨에 교대로 메고 걸었지만 소총은 계속 철모와 배낭의 버클에 부딪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야생화로 덮여서 울긋불긋했고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평탄한 길은 끝났다. 대나무 숲과 가시가 돋친 덤불과 칡넝쿨과 갖가지 식물들의 줄기와 잎과 덩굴들이 마구 뒤엉켜있는 밀림 속 길은 점점 더 험해지고 있었다. 밀림은 어두침침했고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오직 열기와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별안간 산들바람이 한 줄기 불면서 나뭇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산속의 침묵을 깼다. 산새들이 놀라서 울음소리를 냈다.
유년시절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무릎 바로 위에 둥글게 패인 지금은 희미해진 수술 자국은 그때의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상기시켜 주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면 내 영혼 속에 아로새겨진 그 시절의 아련한 풍경이 떠오른다. 내가 일일이 제멋대로 이름을 만들어주었던 작은 동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뿌리 깊게 박혀버린 회색 바다. 그 바다는 너무 심오해서 설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그때 1년 동안이나 학교를 쉬었다. 그러나 다음 해 5월쯤 무난히 4학년으로 올라갔다. 그 옛날 워낙 산골짝 시골 학교였으니 한 학년은 한 반에 불과했고 한 반은 학생 수가 40여 명 남짓했다.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풍남국민학교 11회 흑백 졸업 사진이 여지껏 남아있으니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아내는 사진 속에서 금방 나를 찾아냈다. 나의 자아 정체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절대 변할 수 없는 본질이 사진 속 얼굴에 이미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치민은 가냘픈 몸매, 구부정한 등, 듬성듬성한 염소 수염, 부드러운 눈동자, 짚으로 만든 샌들, 고무줄을 넣은 헐렁한 바지를 입은 영락없는 촌로였다. 평생을 베트남 독립에 몸 바쳤던 그를 가리켜 베트남 사람들은 친근하게 ‘호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는 홀홀단신으로 살다가 1969년 9월 3일 79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9월 9일 그의 장례식에서 군악대는 ‘남베트남을 해방하라’는 곡을 몇 번이나 연주했다.
나는 그때 소총 소대의 말단 소총수로 매일 그 지루한 정찰 수색을 나갔다. 우리는 그가 죽은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아무도 그 소식을 전해 주지 않았으니 우리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설령 알았다고 한들 손뼉을 치면서 환호했을 리는 없다. 그가 죽은 후에도 전쟁의 양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호치민을 정점으로 한 베트남의 정치 지도자들은 청렴성과 도덕성 때문에 인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호치민의 사후에도 서방 언론의 예측과는 달리 지도자들은 반목과 대립을 하는 대신 굳게 뭉쳐서 전쟁을 계속했고 마침내 승리했다.
이 전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베트남 민족이 거둔 위대한 승리였다. 공산주의는 외피에 불과했고 깊은 속살에는 약소민족의 끈질긴 민족주의가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물리적 군사력이 아니라 불굴의 정신력과 의지, 무한한 인내심에 의해 기나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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