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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근방 가재골

가을 근방 가재골

파란시선-0098이동
홍신선 | 파란 | 2022년 05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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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182g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197
ISBN10 119189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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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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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낙화 세상을 만났으니

몸을 열면 깊은 강물이 들여다보이던
꽃 만개한 벚나무가
기어이 거품 부글대는 출렁이는 물결들을 정신없이 쏟고 섰다.

바람 한 오라기 없는 공중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깨 부딪치고 때로는 누군가의 등판 짚고 뛰어오르기도 하며
웬 억하심정인지 무슨 앙숙인지 섭섭한 속내 깊이 삭이는 건지
땅 위에 닿도록
지는 꽃잎들 태허 정적인 양 일체 기척 없이 내려앉는다.
두두물물(頭頭物物)이 제 나름 모두 속뜻이 있거니
두어라 적막도 하나의 소리이고 전언이니
전언이 자욱이 깔린 저 허공,
허공을 쥐어짜 이 마을에
뜻 오독한 문장을 내걸고 있는 나는 누군가.

일철 돌아오며 빈 전가(田家)에서
이 낙화 세상을 만났으니 나는 홀로 나를 만나
벚나무 몸 안의 범람하는 강물 소리를 진종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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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수동식 무동력 관리기에 쟁기날을 바꿔 달고
터앝을 간다. 뒷걸음질치다 물컹 기억 하나 밟는다.
멍에 지워 밭갈이하던 그 시절 소 대신
이랴어더뎌 이눔의 마음아
겨우 마음이나 앞세워 고삐 당겨 몰며
나는 된힘으로 갈아엎는다.
갈다가 옆으로 넘어지면 쟁기 다시 일으켜 제 고랑에 세운다. 보습밥이 얕게 쏟아지면 다시 몸을 얹어 깊이 갈아엎는다. 더러는 무릎 꿇고 헐거워진 나사를 조인다. 그렇게 멍에 지운 마음을 깊게 얕게 밀고 간다.
설익은 밭갈이에 세월 쏟아붓는
이 집중된 울력을 어떻게든 나는 길들여야 한다.
누가 농사와 선(禪)이 둘이 아닌 하나라고 했는가.
한나절 갈아엎다 보면
일체 잡념들 흙밥에 깊이 묻히는데
위 평전(平田) 아래 평전 거기
그냥 올해도 빈 허공이나 한철 내내 가꾸고 키워야 되리라.
시와 농사가 하나라고
뒤엎은 생흙에서는
영문 모를 습작의 풋내가 끊임없이 떠돈다.
보습 날에 뽀드득대며 말 한 줌 곤두박질로
흘러내리는 소리.

-------------------------------------------------------


가을 근방 가재골

그예 뒷산 너머 곤두박인 늦저녁 해가
견인되어 끌려 나갔는지
수습 중인 현장에는
널려 있는 깊이 깨진 구름들에서
뭉글뭉글 솟구치는 아픔
생리혈처럼 얼마나 붉고 선연한가.
마지막을 저 노을에 기대어
붉고 환하게 서녘 하늘 끝을 태워 지고 가는 저이는 누구인가.
이윽고 어스름 녘이 광폭의 걸개그림처럼
건곤에 걸리고
이 번민 저 아픔에 찔려 쏟아 낸
한 편 또 한 편……
내 시에는 고스란히 지난 세월들이 고여 있어
마지막 내 모니터 화면에 환히 붉게 일렁인다.
머지않아 스무닷새 달 뜨면
놀란 억새들 목을 길게 뽑아
가을을 새삼 만난다는 듯 둘러볼 것이다.
철새들이 그림자도 없이 날아가고
그 울음소리들만이
이 골짜기 세상의 고막 나간 귀들을 구석구석 털어 나간다.
바람난 길고양이도 떠돌다 돌아오는
툭 홍시 한 점 농익어 떨어지는
상강이 며칠 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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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글씨 보러 봉은사에 가끔 간다.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다가 이제는 보는 듯 마는 듯 보고 돌아오는 일도 있는데 이번 설에 갔다가 그 글자 밑에 가서 뚫어지게 보다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글자가 피카소 그림처럼 늙은이와 어린이가 같이 들어 있는 느낌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천진한 얼굴은 어디로 가고 귀기가 서려 있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금박 떨어진 부분은 지금 누구누구의 몸뚱이의 티끌이 되었을까? 선생님 시집 얘기를 해야 하는데 웬 추사 글씨 타령이냐고 독자들은 묻겠지만, 추사 글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새벽녘 고요는 뼈나 근육도 없이/그냥 그대로 그린 듯 앉아 있다”(「새벽 고요는」). 추사 글씨 금박이 여기에 떨어져 있어 집으려는데, “찻숟가락을 집었는데 그놈은 제멋대로 탁자에 떨어져 구른다./세면대에서 틀니를 닦다가도 놓친다. 낙하한 타일 바닥에 쨍그랑 나뒹군다./그때그때 실착으로 물건들을 놓치고 나서는/이건 해탈이다 해탈이야……”(「손에 관한 명상」).
선생님 만나 뵙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선생님, ‘수선화 걸레질’은 ‘중봉’으로 잡는 것 아니지요? 여전히 세상은 “지옥철 출근하고 어깨 맞부딪치고 밀치며 아귀다툼하듯/커피 컵 들고 희희덕거리며/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는데(「낮달이 뜨는 방식」) 선생님은 삭발을 감행하셨다. 깊고 시원한 가을 하늘 기대하고 시집을 펼쳤는데, 시집 속이 아비규환이다. ‘노숙자 얼굴을 재삼 들여다보는 실종된 아들 찾는 아비의 눈 한짝’(「대야미역 대합실에는」), ‘예초기에 잘려 시산혈해를 이룬 허벅지 잘린 방아깨비, 더듬이 뭉개진 사마귀, 또 무언가의 떨어진 귀때기들’(「죄의 빛깔」), ‘시와 농사가 하나라고 뒤엎은 생흙’(「도시농부」).
선생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다. “이 가을 찬비에 온몸 쫄딱 젖은 늙은 고양이가/절집 처마 끝에 은신해 그 비를 긋고 있다”(「내 안의 절집」). 계획대로 잘 안 되는지 시가 집 나간 고양이처럼 선생님 말은 안 듣고 좀 놀고 싶은 젊은 애들처럼 제멋대로 이리 튀고 저리 튄다. 늙었는데 젊거나 젊었는데 일찍 늙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박판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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