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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문학의전당 시인선-35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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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78g | 125*204*8mm
ISBN13 9791158965518
ISBN10 115896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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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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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통이 견고한 못은
노래가 되지 못한 노래를 부르며 단련되었다

꽉 조이며 맞물리던 시간에서
못은 얼마나 단련되며 길들여졌나

흰 벽을 우듬지라 믿으며
걸어놓은 빨간 모자가 열매인 줄 알고 쪼아 먹으며
후렴구가 모두 같은 노래를 부르며
웅덩이 빗물처럼 벽 안에 고여 있었다

고여 있는 물이라는 생각을 잊고
흐르는 물처럼 때로는 경전처럼
명상의 자세로 앉아 있으면 벽이 창공이 될 수 있을까

자목련 서 있는 꽃밭으로 눈길이 간다
나무 어깨에 이마에 박힌 자줏빛 꽃송이들
바람이 망치질을 할 때마다
나무를 빠져나온 꽃잎들
날개를 파닥이며 새처럼 창공으로 날아간다

먼 눈빛으로 사람들이 벽이라 느낄 때
못은 꽃잎처럼 날개를 펴고 창공으로 그 너머로
마음껏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 「벽도 창공이 될 수 있다고 못은 생각했다」 중에서


곤히 잠든 밤마다
돌아오지 않을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이미 도착한 별빛을 찾아 떠났다
서로 다른 식물의 종이 따라왔다

고인 물처럼 정박당한 시간, 뒤척거리는 새
마네킹처럼 심장을 응시하며 자지도 않고 길바닥으로
소리를 흘려보낸다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주소를 잊어먹은 아비를 기다리는 것일까
입 안에 이팝나무 꽃 한 줌을 넣어주던 어미도
이미 돌아오는 길을 잊어먹은 모양이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죽은 적 없는 것처럼 떠 있는
아비 구름 어미 구름을 볼 때마다
먼 행성의 불빛들이 밤마다 찾아왔다
희미해진 옛집을 생각했다

적요한 흰 초승 낮달
바깥이 어두운 내면들
주파수가 다른 소리의 파장을 들으며
이틀째 같은 속도로 비가 내린다
뒤꿈치를 보니 어제 죽은 햇살의 다른 종이다
공중에서 길을 잃은 비문 같은 떠돌이 구름 몇 장 초대장에 새겼다

나는 늘 알 수 없는 존재를 사랑하곤 했다
문장이 완성되지 않았다
--- 「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중에서


벽에 액자처럼 걸려 있습니다
몸뚱이가 흘린 허물이라고 자책합니다
어떻게 당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홀로 서고 싶다고 갈망합니다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고
사막에서도 꽃은 핀다고
세상에 없는 표정을 지어봅니다
무료한 시간일 때면
명상의 자세를 취해 보다가
방 안 구석구석 돌아보기도 하다가
막막해지기도 하다가
평생 털옷 한 벌로 사는
방을 같이 쓰는 백구의 처지를 생각합니다
먼지 쌓인 호주머니를 뒤집어 봅니다
뜬구름 같은 희망을 새기곤 했을
죽은 복권 몇 장 구겨져 있습니다
부활을 믿은 적은 없지만
해 뜰 날을 성자처럼 생각하며 삽니다
닳은 소매 끝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여기저기 시간의 흔적이 쌓여 있습니다
아프다는 말 대신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철없이
나도 알 수 없는 텅 빈 미소를 지으며
코끼리처럼 초원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 「옷의 사유」 중에서


칼끝을 겨눈다
심장 부근이다
드러나는 탐스러운 속살
반에서 반을 자르고 다시 반을 자르고
눈에 쉽게 뜨이지 않도록 안쪽에 두고 애착했을
다부진 씨앗마저 도려낸다
생명을 품고 있던 한 덩어리 우주가
칼자루를 쥔 나에게 간단히 해체되었다
사과의 일생이 몇 조각으로 압축되었다
짧은 시간 나는
지구본처럼 둥근 내면 구석구석을 음미하며
살아온 날의 반성도 없이
상큼하고 달달한 사과의 살 냄새를 만끽했다
이런 날을 위해 한 붉은 우주는
따가운 햇살 거친 바람을 견디며
오롯이 한 생을 걸어온 것인가
자기 몸처럼 저를 아끼고 사랑했을
늙고 거친 손길을 생각하기도 하며
분홍 꽃 어린 시절에 아슴아슴 젖기도 하며
그리운 들판 고향집 언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난날 누구에겐가 잊고 지냈던
사과를 떠오르게 하는 붉은 소우주
서산으로 가는 쓸쓸한 시간을 지나서
다음 봄을 흔들며 분홍 꽃 피울 것을 믿는다
--- 「사과」 중에서


숲길을 걸으며, 집을 그릴 때는 왜 꼭 지붕을 먼저 그리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텅 빈 우주에게 누추한 정수리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갸웃해 보다가, 이것은 예덕나무와는 별개의 일이다

뭉클뭉클한 흰 꽃 지붕 아래 이파리들이 푸른 창문을 열고 손 흔들어준다 너는 많이 낯익다 말했다 나는 처음인 것처럼 호기심 가득 찬 두 살 아이처럼 하얀 꽃집 앞에서 걷고 넘어지고 걷다가, 이 또한 예덕나무와는 별개의 일이다

이파리를 엮어 지붕을 완성한 파란 대문 집 문득 예덕나무도 풀도 돌멩이도 나도, 모두 허공이라는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우주의 단단한 기둥이라는 생각이 드는, 예덕나무 서 있는 해 기우는 교래리 곶자왈 길
--- 「예덕나무 앞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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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녹슨 못처럼 벽 속에 박힌 채로 녹슬어 가겠지만 어떤 문장은 겨울을 뚫고 꽃을 틔우는 자목련처럼 그 황량한 세상의 벽을 뚫고 나와 제 존재를 드러내고야 만다.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 “출구를 잃었던 말들”과 “구겨져 있던 뒷면의 낱말들”(「휘파람」)을 호출해 콘크리트에 갇힌 막막한 생을 위무하는 시인이 있다. 그는 “서늘한 잠에서 깨어난 하얀 꽃잎이/못다 쓴 문장을/적요의 필설로 푸른 물결 위에 풀어놓”(「문장의 적요」)으며 시를 쓴다. 그 적요의 필설들이 풀어놓는 풍경이 사뭇 아름답고 찬란하여, 우리는 가슴에 박힌 녹슨 상처들마저 자꾸 어여삐 들여다본다. 그가 내보이는 문장들은 지금 막 자목련 피는 봄이어서 참으로 깊고 따스하고 아늑하다.
- 최금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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