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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푸른저녁나방

각시푸른저녁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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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78g | 128*208*8mm
ISBN13 9788960216303
ISBN10 896021630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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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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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어요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때때로 죽은 척 눈만 감을 뿐이죠 아침의 햇빛을 수의처럼 두르고 룰루랄라 무덤 속을 빠져나오죠 하늘과 땅 사이를 콩닥콩닥 굴러 넘는 붉은 꼬리 여우처럼 태양은 자신의 심장마저도 믿지 않아요 죽음은 먼 옛날 삼엽충이나 맘모스보다 먼저 우주를 다녀간 별의 종족이라고 누구나 믿었죠 문명은 늘 제 그림자에 가려 울기만 하는 갓난쟁이여서 무언가를 발명하기에는 슬픔이 턱없이 모자랐죠 와글와글 그릇 부딪는 소리와 젖은 책장 넘어가는 소리 먼지로 쌓이는 무덤 속 죽은 줄도 모르고 희희낙락이에요 방부액에 담그지 않은 부장품처럼 문득 바스러지는 영혼을 처음엔 죽음이라 부를까 망설였어요 심장에서 스며 나와 발바닥에 매달린 서로서로의 죽음 위에 엔터 키를 치고 스페이스 바를 두드리면 무덤을 두른 희미한 그림자들이 심해어처럼 떠다녀요 죽음은 아직 발명되지도 않았는데 달그락거리는 뼛조각을 끌며 달이 떠오르네요, 귀신처럼
--- 「다정한 그림자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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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난한 유년은 작가에게는 큰 축복이자 재산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가슴 안쪽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통이다. “슬하의 가난을 끌고” 세상의 “차고 상한 모서리마다” 다쳤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한기寒氣”가 쏟아진다. 아름다운 푸른 날개를 가졌지만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두운 곳만 디뎠을 사람…… 그의 인생에 ‘푸른’이라는 단어는 다정한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오늘 밤도 “모래바람 흩뿌리는 별들을 걸어와” 우리의 “마른 뼛조각”을 흔들고 갈 고단한 아버지를 가진 우리는 모두 각시푸른저녁나방의 후예들이다.
- 최형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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