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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향

돌아온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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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12g | 140*210*16mm
ISBN13 9791190526777
ISBN10 119052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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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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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발동선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모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내가 발동선 밑창에 숨은 것이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면서였다. 배가 일단 출항을 했으니 내가 숨은 것이 발각되더라도 다시 회항이야 하겠느냐는 배짱까지 슬그머니 생기는 것이었다. 근래에 제주도 해안지대에 경찰의 단속망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일단 출항한 배가 선수를 돌려서 회항했다가 다시 출항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경찰의 감시망을 피한 것도 용한 일이었지만, 밀항선 선장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은 더욱 용한 일이다 싶었다. 캄캄한 어둠을 틈타서 살짝 올라탈 때의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이다. 밀항선에 도둑 승선을 한 것은 갑자기 결행된 행동이었지만 그동안 한밤 중의 밀항선 출입 동정에 대하여 예의 주시하고 살펴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밀항선이 많이 이용하는 화북 마을 곤을동 포구는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나에게 아주 친숙한 동네였다.

선장은 도착 즉시 배를 돌려서 제주도로 떠났고, 하선한 사람들을 앞장서서 인도한 사람은 김회천 씨였다. 배 안에서 쓰고 있던 오래된 맥고모자를 그는 아직도 쓰고 있었는데, 낯선 땅에 와서도 변함없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믿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도 물론 김회천 씨의 표정을 살피며 그의 뒤를 따라나설 참이었다. 김회천 씨나 다른 사람들이 들고 온 짐 보따리는 큼직했지만 내 보따리는 이들에 비해 반만큼도 되지 않았는데, 일본에서 살아갈 준비도 꼭 이만큼일 터이었다. 아직 어두운 밤길인데 어디로 가나 했더니, 잠시 후에 조그만 트럭이 우리 앞에 도착하였다. 운전수는 제주도 출신이라고 했는데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으로 봐서 일본에 온 지 오래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김회천 씨는 미리 사전 준비가 잘된 듯이, 트럭에 탄 사람들을 네 번에 나누어서 내리도록 했다. 되도록 많은 인원이 함께 다니는 것을 피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이 점을 주지시켰다. 8^15해방 후 한국으로 갔다가 난리를 피해 일본으로 다시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본 경찰에 붙잡히면 괜히 고생한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일부러 미명의 이른 아침 시간에 밀항선이 입항한 이유가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 싶었다.

그 즈음에 장 사장과의 사상적인 대립에 맞서서 나 자신의 노선에 대한 확신을 강화시켜 준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 하반기에 실시된 일본정부의 외국인등록 갱신업무에 관련된 것이었다. 일본정부는 종전 후 사회혼란기에 외국인들의 불법 출입국 사례가 많았던 것을 정리하여 확실한 외국인 등록자 명단을 만들었는데, 최근접 국가 코리아에서 온 사람들의 국적은 북반부의 조선과 남반부의 한국이라는 두 나라로 갈라지게 되었다. 이 같은 외국인등록 갱신을 신청한 코리안의 수는 대략 47만이었는데, 이들 신청자 중에 자기 국적을 ‘한국’이라고 써낸 사람은 겨우 14%인 반면에 ‘조선’이라고 써낸 사람은 무려 86%였다는 것이다. 코리안들이 지원하는 국적에서 드러나는 표면적인 차이만 보더라도 북한의 김일성 정권 지지자가 월등하게 많다는 것인데, 여기에다가 이들 재일동포 인구의 거의 전부가 남반부 출신자임을 고려하면 이들 집단의 순수한 사상 성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종전 직후에는 남반부 지지자들이 훨씬 더 많았던 상황이 불과 5년 동안에 뒤바뀐 것이다. 그들은 조상들의 출신지가 남반부라는 과거의 인연, 자기 인생의 뿌리까지 저버리고 낯선 땅 북반부의 공화국을 자기 조국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4^3사건과 같은 인민봉기에 대한 남한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정책과도 무관치 않은 현상이라 생각되었다. 북반부의 공화국을 자기 조국으로 생각하는 이 사람들이 6^25전쟁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만약에 이들이 총을 들고 이 전쟁에 나간다면 어느 쪽을 편들 것인지, 불문가지의 일이었을 것이다.

1959년 12월 14일 오전 아홉 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 제1진 975명은 공화국이 보낸 거대 화객선 두 척에 나누어 타고 일본 니이가타항을 출발하여 이틀 뒤에 공화국 땅 청진항에 도착하였다. 청진항에 도착하여 하선한 후 우리는 청진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는 가운데 자못 흥분된 심정으로 선창가를 걸어 나갔다. 우리는 마치 역사의 영웅이나 된 듯이 기분이 고양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생판 낯선 나라임을 경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길 양쪽에 도열해있는 환영인파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색과 얼굴표정을 바라보는 순간 서서히 떠올랐던 깨달음의 빛줄기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화사한 꽃밭 속을 거닐던 꿈자리가 어느 순간 휑하니 끝난 다음에 바람부는 황량한 돌밭을 걸어가며 깨닫게 되는 진짜 현실세계와 같았다고나 할까. 내 앞에 환영 나온 사람들은 12월 추운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이나 서서 떨었는지 얼굴색이 새파랗게 변색되었고, 그들의 입에서는 고래고래 소리높이 환성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것은 벌써 지치고 새된 목쉰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강제동원된 군중이고 이것이 진짜 현실세계임을 생생하게 인지하는 순간, 불과 얼마 전에 내가 보았던 일본 니이가타 항만의 모습들은 정녕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꿈속 풍경이었던 것만 같았다. 우렁찬 확성기 소리가 니이가타 항만이 떠나갈 듯 울려퍼지는 가운데 떼지어 늘어선 환송객들의 열광적인 격려와 환호소리에서는 가슴 벅찬 감격과 열띤 흥분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 잦아지는 듯 지친 목소리와 초라한 행색의 환영인파를 보는 순간, 얼마 전에 내가 일본에서 보았던 풍경들까지 정말로 존재하는 현실세계였던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다른 탈북자들의 경우와는 달리 아내가 구상하는 탈출 코스는 일본을 통하는 것이었다. 북한 보위대의 감시를 피해서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 만주로 간 다음에 직업적인 탈출 브로커와 접선, 흥정하여 몇 달이나 몇 년에 걸치는 원거리 도피의 강행군을 해야하는 탈북 코스는 아내의 탈출 구상에서 처음부터 배제되고 있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와 체력을 감안한 결과이기도 하였고, 과거 그녀 자신의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일본에서의 조총련 활동역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일본 쪽 방향을 택하면 광대한 대륙을 거치는 탈북 코스에 비하여 소요되는 시일도 적고 통과하는 공간의 거리가 짧을 것이라는 계산도 중요했을 것이다. 아내는 북반부 공화국과 일본 사이의 왕래 실상이 어떤지 알아본 결과 고개를 가로저었다. 1980년대 초반에 공화국 ‘귀환사업’이 종료된 다음에는 양국 간의 왕래 경로가 완전히 끊겼고, 남은 것은 우편을 통한 얼마간의 서신왕래 뿐이라는 애기였다. ‘조국귀환’의 실상에 절망한 어떤 사람은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밀항편을 찾아 부정기 화물선 밑창에 숨어들었다가 발각되어 처형되었다는 무시무시한 뉴스를 들었다고도 했다. 무슨 도리가 없을까, 조석으로 동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막막한 탈출의 모험을 오매불망 그려보고 있을 사람이 우리들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였다.

우리 일행이 귀국행 비행기 탑승 수속에서나 입국한 다음 제주도 정착을 위한 행정적인 수속 절차에서 별다른 걸림돌이 없었던 것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한국입국 사례가 여러 번 거듭되면서 길을 다져놓은 덕분이었다. 초기의 탈북자들이 여러 경우의 전례를 쌓아놓음으로써 해당 법규의 정비 등 길닦기 작업을 해놓은 셈이었다. 서울 소재의 국가정보기관에서 조사와 상담을 마친 우리는 오래 지체하지 않고 제주도에 들어왔는데 제주시 변두리에 있는, 탈북자 정착을 위한 공동주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미라가 아직 어린 나이인 청석의 엄마 노릇을 그만두지 못함에 따라서 우리 부부와 원주 씨 부자는 여전히 한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옛날에 우리 집이 있던 화북 마을의 해안 동네로 가봤더니, 그 일대 전체의 풍경이 온통 달라져 있어서 마을 사람들 찾아볼 생각은 아예 그만두기로 했다. 난리통에 살아남은 나의 유일한 가족인 누나가 아직 살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누나의 소재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 땅에서 내가 알 만한 모든 지인들과도 마음의 거리를 두고 싶었고, 반갑고 정다운 고향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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