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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전원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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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512g | 152*210*22mm
ISBN13 9788952243898
ISBN10 895224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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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을 미루는 것도 어디 묶이는 게 두려워서야?” 나는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했다. 그러자 그녀가 재차 다그쳐 물었다. “그럼 뭣 때문에 약혼을 미루는 거야? 왜 곧바로 약혼을 하지 않는 거야?” “왜 약혼을 해야 한다는 거지? 우리가 서로의 것이고 계속 서로의 것이리라는 것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왜 그걸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거지? 내가 기꺼이 내 삶 전체를 그녀에게 바치려고 하는데, 그런 내 사랑을 약속에 의해 묶어놓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거니? 난 아니야. 서약 같은 건 오히려 사랑에 대한 모독이야……. 내가 그녀를 믿지 못하게 되지 않는 한 약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 「좁은 문」 중에서

순간 알리사가 내 모습을 알아채고 내게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롬, 이러면 안 돼! 쥘리에트는 저 남자를 사랑하지 않아!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말했어. 어서 말려, 제롬! 아, 쟤가 어쩌려고…….” 알리사는 절망적으로 애원하면서 내 어깨에 매달렸다. 그녀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목숨이라도 바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곁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이어서 혼란스러운 움직임……. 우리는 달려갔다. 쥘리에트는 정신을 잃고 이모의 품에 쓰러졌다.
--- 「좁은 문」 중에서

“하지만 눈물도, 한숨도 없이 떠날 수 있어?” 그녀가 물었다.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날 거야. 그 마지막 저녁에도 그 전날과 다름없이 헤어질 거야. 마치 네가 ‘알아차리지 못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주 태연하게 헤어질 거야. 다음 날 아침 네가 날 찾더라도 나는 이미 없을 거야.” “다음 날 나는 너를 찾지 않을 거야.”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내 입술로 가져갔다. 내가 다시 말했다. “이제부터 그 운명의 저녁때까지 너는 아무런 암시도 하면 안 돼.”
--- 「좁은 문」 중에서

“왜 다른 동물들은 노래하지 않는 거예요?” 이따금 나는 그녀의 질문에 너무 놀라 한동안 당황하곤 했다. 그녀의 질문은 내가 이제 지 별 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질문을 통해 나는 생전 처음으로 짐심이 땅에 더 가깝게 가면 갈수록, 또한 몸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더 슬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전원 교향곡」 중에서

주여,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녀와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옵소서. 저는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제가 계속 살아갈 수 있겠나이까? 만일, 만일, 그녀가 살아가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라면 그것은 그 무언가를 ‘알았기’ 때문일까? 무엇을 알았던 것일까? 오, 제르트뤼드여, 그대는 도대체 무슨 몸서리쳐지는 것을 알게 되었단 말인가? 내가 그대에게 감춰온 것, 그대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치명적인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전원 교향곡」 중에서

“‘죄는 살아나고 나는 죽었도다.’” 나는 몸이 떨렸고 일종의 공포로 마음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생각을 돌려놓고 싶었다. “누가 그 구절을 읽어주었니?” “자크예요.” 그녀가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그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목사님은 그 사람이 개종한 걸 아세요?” 차마 더 이상은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제발 더 이상 이야기를 말아 달라고 사정하려 했다.
--- 「전원 교향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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