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를 낳아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고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는 존재다. ‘난 과연 이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 문화적 풍조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엄마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엄마표 놀이’라는 이름의 ‘아이주도놀이’가 시작되었다. 엄마표 놀이와 아이주도놀이는 본질은 전혀 다르지만,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사이다. 엄마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은 같지만, 결과를 중요시하느냐 아니면 엄마는 과정만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느냐의 차이가 있다.
--- p. 5 「프롤로그」 중에서
쳐다만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다르다. 관찰은 면밀히 살피고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식사를 할 때는 아이가 야채를 안 먹었는지, 고기를 안 먹었는지 관찰해서 다음에는 어떤 반찬을 해줄지, 고기를 부드럽게 요리해볼지 등의 고민을 한다. 이렇게 조금만 더 살피려고 한다면 아이를 많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이가 어떤 이유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건지, 내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다. 부모의 기준으로 이건 착한 행동이고 저건 나쁜 행동이라고 알려줄 뿐이다. 왜 하지 말아야 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와 한층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이렇게 사소해 보이지만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노력이 아이와 내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p. 21 「1부.내 아이는 날 무시한다」 중에서
색을 칠하고 싶지 않다며 “왜 칠해야 해?”라는 아이의 물음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라는 말에만 집중을 하지, 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크게 언급하지 않는다. 아이의 질문에 부모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아이의 그릇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공부 머리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계획하는 아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과 인성 등 다양한 부분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설계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 p. 29 「1부.내 아이는 날 무시한다 」 중에서
하루는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언제가 나와 남편이 장난을 치다가 ‘야’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었다. 그걸 아이가 ‘야’는 아빠랑 내가 듣기 속상한 단어이니 쓰지 말자고 했다. 만약 여기에서 ‘뭐, 그런 말 쓸 수도 있는 거지.’라고 답을 했거나 ‘너도 그 단어 쓰잖아.’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면 이 자리의 의미는 무색해지는 것이다. 아이의 말에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엄마가 다음부터는 서로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볼게.’라고 답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제 나와 남편은 평소 호칭으로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어린아이들은 뭐가 나쁜 행동이고 뭐가 좋은 행동인지, 자기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어렸을 때는 메타인지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아이에게 노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따라간다. 아이의 메타인지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수용하고 고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 p. 69 「2부. 내 아이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 중에서
어른들은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와 함께 놀기가 어렵거나 내가 조금 더 편하게 쉬기 위해서 장난감을 사주기도 한다. 새로운 장난감이 아이의 심심함을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많은 장난감은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줬을 때 아이의 관심이 얼마나 가는지도 살펴보자.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기존에 있던 장난감을 훨씬 잘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럼 도대체 어떤 장난감이 좋은 장난감일까? 바로, 블록이나 도미노, 재활용품처럼 정형화되지 않고 부속품 역할을 하며 항상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 좋다.
--- p. 76 「2부. 내 아이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 중에서
그렇기에 내가 해줄 것은 이 식사 시간을 부모와 아이가 유대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식사 시간의 대화를 통해서 언어 능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존재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런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과 답변을 하면서 호기심과 논리적 사고를 키워줄 수 있고, 생각하고 말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을 만나서 밥을 먹을 때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곤 한다. 비법은 간단하다. 식탁에 있는 음식을 다 먹는다는 행위에서 벗어나 서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면 핸드폰 없이도 즐겁게 아이와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p. 111 「3부. 우리는 이제 함께하기로 했다」 중에서
이렇게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아이가 적극적인 태도로 여행의 계획부터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고 감당해야 하는 부분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충분히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을 경험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결정에 불만족함을 느끼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조금 더 심사숙고하는 태도를 배울 것이고, 즐겁지 않은 이곳에서 다른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보기 위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보다 나은 선택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 p. 124 「3부. 우리는 이제 함께하기로 했다 」 중에서
주도적인 놀이를 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충분한 놀이를 통해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발달한 회복탄력성을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라고도 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는 낯설고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시도하며 극복해 나아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물론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해서 극복한 어려움이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뀐다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은 어려움으로 남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아이. 이런 아이들은 자기 행동이나 능력을 믿기에 자기효능감이 높기도 하다.
--- p. 146 「4부. 우리는 함께 미래를 꿈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