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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시작시인선-042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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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4g | 128*208*10mm
ISBN13 9788960216327
ISBN10 896021632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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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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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사는 뮤즈는 담배를 좋아하지
물보라를 돌돌 말아 입술 없는 입가에 갖다 대고는
물고기처럼 늘 뻐끔거리지

뮤즈는 빛이라서
아니 어둠이라서 볼 수가 없지
조약돌로 누워 버릴까 생각은 하겠지만
그건 뮤즈가 아니라서

시간의 등 뒤에서 뮤즈는
뭔가의 신호를 기다리지

밤의 결을 따라 노래 부르고 춤을 추어도
어느 곳도 가 닿을 수 없지만
뮤즈는 외로운 걸 몰라 서성대기만 하지
낮의 물가나 밤의 기슭을

내게 어느 불면의 밤이 찾아와
끊었던 담배를 꼬나물었을 때
잠들지 못하는 뮤즈가 잽싸게 날아들었지

타는 내 담배에 젖은 담배를 갖다 대며
성급하게 훅훅 빨아 들였지

그리하여 뮤즈의 담배에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
뮤즈는 내가 되고
나는 빛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나를 보았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수소문해도 찾을 수 없는
---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이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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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란의 이번 시집은 슬프고도 기막힌 황홀로 가득 차 있는 내면 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 시간의 경로를 따라 영혼, 혹은 마음의 다양한 빛깔로 생성되어지는 그녀의 내면 의식은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 들킬 수 없는 것,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토로하는 시인의 궁극을 포장하여 표면적으로는 꽝꽝 언 빙벽 속에 밀봉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거침없이 흐르던 물과 두려운 줄 모르게 타오르던 불과/ 공중을 뚫던 날개”를 지닌 시인의 에스프리임을 보여 준다. 언어의 투시력에 의해 빚어진 그 형상들은 어느 한 극점에 도달하는 양상으로 결말을 유도하기보다, “수많은 내가 다시 살아나거나 나도 모르는 내가 죽어 버리”는 양가적 감정을 통해 삶의 미묘한 순간들을 타아적으로 전복시킨다. 그것은 어떠한 결정도 거부하기에 허무의 심연에서 솟구쳐 나오는 힘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타아 의식은 얼음처럼 빛나는 존재의 염결성을 도모하는 까닭으로 여겨진다. 메타시의 현상 또한, 그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경향인데, 새로운 사고로 구성되고 창조적으로 형상화된 그녀의 화법은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는 표제시詩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빛’이기도 하고 ‘어둠’이기도 한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위야말로 시詩의 눈이 열리는 순간이며, “보이지 않지만 또렷이 보이는” 최첨단의 세계, 즉 상상의 세계가 즉물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일 것이다. “슬프고도 기막힌 황홀”로 집약되는 이번 시집에서 우리는 문학의 본령에 끝없이 천착해 온 시인의 미학을 즐거이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 강영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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