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정리정돈을 좋아하니? 아니면 「정리해!」라는 엄마 말씀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니? 아마도 정리정돈을 좋아한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 같구나.
사실은 정리정돈이란 아주 재미있는 일이란다. 어째서라고 생각하니? 그것은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란다. 이 책은 너에게 그런 재미를 알려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실어 놓았단다.
왼쪽 페이지가 너희들이 볼 내용이고, 오른쪽 페이지가 엄마가 보실 내용이야. 같이 읽어도 좋고 너 혼자서 읽어봐도 상관은 없단다. 왼쪽 페이지의 가장 위쪽에 적혀 있는 내용은 너희들이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 봤으면 하는 내용이고, 가장 아래에 적혀 있는 내용은 꼭 기억해 줬으면 하는 내용이란다.
끝으로 하나만 부탁할게. 책을 다 읽은 후 네 방이나 책상에서 이 책에서 배웠던 일들을 한번 시도해보고 엄마에게 보여드렸으면 좋겠다. --- '머리말' 중에서
「가려낸다는 것」은 「안다」는 것입니다. 즉, 사물을 명확하게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것과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고력과 이해력의 원천은 가려내는 일, 즉 분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칫 오해하기 쉬운 사항입니다만, 분류법에는 정해진 규칙이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은 흔히들 「나무 장난감」「조립식 완구」「인형」「게임」 등으로 나누곤 합니다. 하지만 제 친구의 딸아이는 자기 장난감을 「혼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친구와 함께 가지고 노는 장난감」「엄마와 함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는 식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 아이에게 있어서는 「다른 사람과 자신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p.24
어떤 장난감을 가리켜 「필요 있어, 없어?」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거의 100% 「있다」「아직 쓴다」라고 말합니다. 누가 봐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일지라도 특정한 물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전부 다 필요한 물건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난감 상자라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상자 안에 다 들어갈 수 있도록 장난감을 줄이자」「상자 안에 필요 없는 물건은 없니?」라고 말하면 그때서야 필요 없는 물건들을 골라낼 수 있게 됩니다. 어떤 물건의 필요여부를 판단하고 그 가운데서 필요한 물건만을 골라내는 능력은, 필요 없는 물건을 골라내는 훈련을 통해 만 2, 3세라는 어린 나이 때부터 키울 수가 있습니다. --- p.41
정리정돈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수납장소를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수납장소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았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만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은 수납장소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정리정돈을 하지 못했던 아이에게 「이 상태로 만들면 된단다」라고 하면서 「원래 상태」를 보여줬더니 정리정돈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런 실례까지 있습니다.
아이들의 물건은 원래 자리 = 지정위치가 정해져 있습니까? 그냥 대충 적당한 장소에 쑤셔 넣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엄마만 알고 있고 아이는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 p.51
‘썼으면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정리정돈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대사. 좀처럼 아이들 몸에 배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말하십시오. 단순히 방에 방치된 물건을 가리켜 치우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사용 → 제자리」라는 흐름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하기 위함입니다. --- p.55
「아깝다」라는 말이 요즘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아까워서」라는 말을 내뱉을 때는 어떤 상황에서 말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해 그저 들고만 있는 물건은 그 물건으로서의 활용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대로 사용하든지 아니면 처분을 하든지,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십시오. --- p.69
함께 쓰는 장소에서의 예절은 집 안에 있는 공공장소에서밖에는 익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 안에서의 공공장소는 거실, 화장실, 욕실, 세면대, 현관 등입니다. 함께 사용하는 장소를 내가 사용할 때 다른 식구들에게 어떤 배려를 해야 하는지. 이 연습이 가정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교나 회사, 혹은 전철 안이나 거리에서 바르게 행동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화장실을 사용한 후 그 뒤치다꺼리를 전적으로 어머님들이 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만 3살 정도만 되더라도 화장지를 갈아 끼우거나 변기에 묻은 오물을 닦는 일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거실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 p.93
정리정돈이란, 주변에 있는 물건들의 분류를 통해 세상을 파악하는 지적능력의 발달과 더불어 신체적 능력의 발달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또한 「순환」이라는 표현을 썼듯이, 지금 현재시점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앞까지 내다볼 수 있는 시간관리 능력이나 계획력, 주변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 함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까지 할 수 있는 힘 등 다양한 능력과도 연관이 됩니다. --- p.105
132페이지의 그래프를 봐주십시오. 누가 아이 방을 청소하는가에 대한 조사결과(기타우라 가오루 『세계의 아이들 방』에서 발췌)입니다만, 이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자기 방을 청소하지 않는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엄마에게 맡기는 아이들이 과반수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심부름도 시키고, 정리정돈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말씀들을 모든 부모님들께서 하십니다만, 실제로는 자기도 모르게 결국 모든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 아닌지요.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