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그런 속담을 의미 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개천'이라는 형편없는 교육여건에서 어찌 성공을 상징하는 '용'을 길러낼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판단됩니다.그래도 저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 자체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개천이니까요. 어떤 차원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아주 척박한 환경, 개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기계와 정보의 썩은 내음, 물질은, 그 자체가 정말 하나의 개천입니다. 이런 개천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에 '용'은 누구일까요? 대통령이나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 혹은 기업체 사장들일까요? 그들도 '용상'에 앉은 사람일 수 있지만,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서 열정을 보이며,자기 세계를 구축하여 타자와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이른바, 교육받은 지성인들. 우리 시대는 정말 무엇이 중심이고, 핵심이고, 성공의 잣대인지, 획일적으로 얘기하기 힘듭니다. 본문에서 다루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많은 아웃사이더outsiders와 아웃라이어outliers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삶을 엮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사실, 21세기 판 개천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개천에서 용이 나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리 아이들은 지금 엄청나게 진흙탕으로 요동치는 교육의 개천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부모로서 자녀에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러시아의 세계적인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아이들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의미심장하게 보여줍니다.
날마다 시간마다 당신의 모습이 올바른지 살펴보시오. 당신은 더럽고 추한 말을 하며 악의에 찬 마음으로 어린 아이 곁을 지나갑니다. 당신은 그 아이를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그 아이는 당신을 보았고 당신의 고상하지 못하고 비천한 이미지가 무방비상태인 그 아이의 마음에 남았을 것입니다. 당신은 알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그 아이에게 악한 씨를 뿌린 것이며 그 씨는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이 모두가 당신이 적극적이며 따뜻한 사랑을 마음에 키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아이들, 당신들의 자녀는 이 땅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잘 자라고 있다고 믿어야겠지요? 많은 아이들이 최고를 지향하고, 개성을 발휘하려고 하며, 경쟁력을 화두로 잡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스케줄 관리에 들어갑니다. 이보다 더 큰 자식사랑은 없겠지요! 혹 이런 자식사랑이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한 "악의 씨"는 아닌가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가두는. 제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내용은 조선 역사에서 찾아본 하나의 교육 사례입니다. 조선 후기의 숙종, 장희빈, 최숙빈, 경종과 영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최고지도자, 어머니=하층민, 혹은 평민, 자식=세자와 세제. 이들이 주인공입니다. 내용의 핵심은 하층민 어머니의 겸손과 인내, 관용과 용기가 자식을 최고지도자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일종의 추측입니다. 그 반대의 사례도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그들의 삶은 아주 서글프고 애처롭고, 분노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듯이, 참 드라마틱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 사실과 시대 배경, 교육적 가치 추구와 지향, 당쟁과 인물 비평, 교육적 성공과 실패 등이 문득 문득 제시됩니다.그렇다고 소설도 아니고, 심각한 학술전문서도 아닙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학술적 내용이 담긴 전문 교양서가 되었습니다.
본서는 조선 후기 숙종 때부터 영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사건들, 그 속에서 추정해본 교육적 가치들을 담았습니다. 조선의 3대 성군聖君으로 존경 받는 영조. 어머니로부터 비롯되는 그의 삶 자체가 아웃라이어였습니다. 정통 왕위 계승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개천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조선 최고의 임금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도 있었겠지만,어머니의 교육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조의 어머니가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했는지 파악할 수 없지만, 교육적 가치를 개입하면서 다양하게 추측해 보았습니다.
본서를 꾸미면서 많은 자료가 인용되었습니다. 참고문헌에 밝혀 놓았습니다만, 학술서적처럼 일일이 주석을 달거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좀더 쉽게 읽기 위한 방편으로 그렇게 했습니다만, 선학들의 연구나 저작이 없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선행 자료를 만드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모쪼록 본서를 통해, 역사 속에서 교육을 어떻게 추출할 수 있는지, 여전히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유효하다면, 개천에서 용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덕목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