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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바퀴를 달고

우리집에 바퀴를 달고

: 신정아 동시집

곰곰동시나루-02이동
신정아 글 / 남민희 그림 | 곰곰나루 | 2022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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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214g | 152*207*8mm
ISBN13 9791197702075
ISBN10 119770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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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바퀴를 달고

멀리멀리
달려가면

넓은 들판은
마당이 되고

울창한 숲은
뒤뜰이 되고

푸르른 바다는
신나는 수영장이지.
--- p. 12 「우리집에 바퀴를 달고」


엄마가
“사랑해”라고 말하면

나는
“사랑해!”

작은형은
“나도!”

큰형은
“응!”

글자가 하나씩
줄어들어요.

엄마가
“사랑해”라고 말하면

한 글자도 말 안 하는
아빠는 그럼?
--- p. 64 「사랑은 글자 수?」


누구부터 깎을래?
민이 먼저?
현이 먼저?
영이 먼저?

아니야,
나 먼저!

엄마는
진이부터 깎기 시작!

진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영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현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민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휴우― 한숨 쉬고
엄마도 깎기 시작해요.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이야, 모두
100조각이네!

그때 슬몃
엄마 앞에 놓이는
아빠 손

아, 아빠
이제 그만!
100 이상은
더 못 세!
--- p. 66 「손톱 발톱 100조각」


이즈음 우리가 읽고 즐기는 동시나 동화에도 아이 많은 가족 얘기를 좀처럼 찾기 어렵더군요. 집에 아이들이 많은 이야기는 좀 복잡하기는 해도 서로 얽히고설키고 하는 사연이 참 재미있었던 듯한데, 하나 또는 둘뿐인 집 풍경에는 외로운 아이, 혼자 자기 것에만 몰두하는 아이, 서로 나누고 다투는 데 서툰 아이 모습만 담겨 있다 싶네요. 우리는 벌써 아이가 줄어든 세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거 아닌가 몰라요. 그러나 오늘은 그런 염려 그만해도 되겠어요. 생생히 살아있는 다둥이 이야기, 바로 이 동시집이 바로 그런 풍경을 우리 눈앞에 펼쳐놓으니까요.

누구부터 깎을래?/ 민이 먼저?/ 현이 먼저?/ 영이 먼저?// 아니야,/ 나 먼저!// 엄마는/ 진이부터 깎기 시작!// 진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영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현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민이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휴우― 한숨 쉬고/ 엄마도 깎기 시작해요./ 손톱 10조각, 발톱 10조각// 이야, 모두/ 100조각이네!// 그때 슬몃/ 엄마 앞에 놓이는/ 아빠 손// 아, 아빠/ 이제 그만!/ 100 이상은/ 더 못 세! - 「손톱 발톱 100조각」 전문

이 동시를 읽으며 무엇을 떠올렸나요? 집에서 아이들 손톱 발톱 깎는 풍경이 그려지네요. 아이들은 어리니까 엄마가 손톱을 깎아주지요. 샤워하고 나와서 겉살이 도톰하게 오른 손끝 손톱은 깎기도 좋지요. 막내부터 깔끔하게 깎아줍니다. 막내 깎고 나니 그 다음 아이 차례.그걸 다 깎아주니 다른 아이가 또 있네요. 예쁘게 깎여 나간 손톱 발톱 조각이 많기도 해요. 아, 이제 맏이가 남았는데, 사실 이 집 맏이라면 손톱 발톱 정도는 제 손으로 깎을 수 있을 듯한데도 엄마는 그냥 깎아주기로 했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엄마는 아이들 다음 순서. 엄마까지 다 깎고 나니 손톱 발톱이 정말 수북해요. 세어 볼까요? 아이들 넷에 엄마까지 5인이니, 5 곱하기 손톱 10, 발톱 10, 이렇게 셈을 하면 100조각! 하긴 뭐, 이 정도 덧셈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요.

아, 그런데 이건 뭔가요, 여태 못 깎은 손발이 있나요? 아빠 손이군요. 아빠는 왜 손을 슬며시 내미는 걸까요? 엄마가, ‘이제 다됐구나, 휴우?’ 하고 한숨 놓고 있는데 그 마당에 손 내미는 아빠란 참 눈치도 없는 거지. 당연히 엄마한테 눈총 받겠네요. 그래도 서로 화낼 건 없죠. 설마, 아빠가 손톱 발톱을 스스로 못 깎아서 엄마한테 깎아달라고 하겠어요? 그냥 장난이죠. 실은 아이들이 손톱 발톱 다 깎고 나면 아빠도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이 집, 아이가 넷인 집이네요. 아이 이름이 위로부터 민, 현, 영, 진이라네요. 요즘도 이런 집이 있나, 하고 놀라워할 것까진 없어요. 가족이란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들이 함께 사는 걸 말하는 거고, 이 집에 엄마 아빠와 그 아이들이 함께 사는 거니까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사는 모양을 손톱 발톱 깎는 얘기, 그 조각 숫자 세는 놀이, 능청스러운 아빠와 그러는 아빠에게 눈총을 날렸을 엄마의 표정을 짐작하는 재미… 이 동시, 우리 눈앞에 있는 듯, 우리네 이웃 어느 다둥이네의 집을 참으로 ‘리얼하게’ 그려놓았군요.

「우리집에 바퀴를 달고」의 아이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더 많은 변화를 꿈꾸고 있네요. 식구들과 함께 사는 집이 좋기도 하고 안전하기도 해서 혼자 멀리 떠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하지요. 식구들에게 ‘우리 여행 가요!’ 하고 조를 수도 있지만, 그러자면 짐도 싸야 하고 숙제할 것도 가져가야 하니까, 차라리 그냥 집 그대로 멀리 여행 가는 걸 꿈꾸어 봤어요. 집에서 놀고 공부하는 그대로, 우리집에 바퀴를 달고 달려가는 것, 상상만으로도 즐겁잖아요. 집에 바퀴를 달고 산과 들, 바닷가까지 달리고 있는 집, 그 집 아이들을 그려보세요. 얼마나 신나요.

혼자 생각한다고 자기만의 것에 빠지는 것도 아니에요. 혼자 있어도 함께 있는 삶을 꿈꿀 줄도 알거든요. 「세탁기도 추워해요」에서 베란다에 자리한 세탁기가 겨울에 추울 것을 걱정해 주는 아이, 「지각생 나팔꽃」에서 아침나팔을 못 불더라도 나팔꽃 안에서 곱게 잡든 애벌레는 깨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 「식지 않는 마음」에서 겨울에 횡단보도를 지켜주는 할머니에게 핫팩 한 장이라도 전해주고 싶어하는 아이, 「배달음식 반대」에서 비 오는 날 배달원 비 맞을까 봐 걱정해 주는 아이… 이렇듯 아이는 절로 생각이 깊어져 있네요. 그 마음 다시 가족으로 이웃으로 사회로 열려 가는 거예요.

이 동시집은 다둥이 집 아이들이 사는 모양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앞에서 말했어요. 그 아이가 혼자서 떨어져서도 생각이 깊은 아이로 성장하는 모습이 담겼다고도 했어요. 여럿과 살아서 함께 어우러지는 지혜를 얻고, 혼자 떨어져 있을 때 그 속이 깊어져 세상이 품은 비밀을 깨우치는 아이의 표정이 생생해요. 무엇보다 아이다우면서도 대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들이 읽는 이를 더욱 기쁘게 하는군요. 이 동시집의 아이들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 「해설 : 여럿이 어울리기 혼자 깊어지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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