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나는 저자와 장애와 통증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친해졌는데, 저자는 뇌성마비 장애인이고, 나는 병 때문에 장애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장애를 소재로 쓴 책이지만, ‘장애 극복 성공 신화’가 아니고, 그렇기에 눈물과 감사와 은혜(?)가 넘치는 책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조금 다른 몸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이웃의 이야기다. 저자는 하나님이 주신 몸 때문이 아니라 그 몸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사회와 거기에 휘둘리는 자기 자신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사례들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때로는 도발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의 글에는 하나님이 저자의 몸과 경험을 온전히 사랑하신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한 자질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김경아 (진로와소명연구소 성교육 팀장,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 저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미래를 꿈꾸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태어나고, 학교 다니고, 외출하고, 노동하고,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까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어렵고 심지어 어떤 일은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장애인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당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저자는 태어나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장애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이야기한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를 공감하는 감수성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 박종운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총장, 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제정위원장)
‘공유될 가치가 있는 개인사’에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모든 이야기가 반드시 공적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 사회윤리를 전공해서인지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으면 공감하기보다 우선 가치를 판단하곤 한다. 이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읽기 방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박은영 작가의 『소란스러운 동거』는 나에게 공감과 공적 가치라는 두 측면에서 추천의 이유를 충분히 제공했다.
박은영 작가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날카롭고 지성적인 질문거리를 가진 제자로 만난 기억이 또렷하다. 그녀의 장애는 삶에 불편을 주었겠으나, 지적 열망과 호기심을 막아설 만큼은 아니었다. 주변을 온통 소란하게 하며 태어난 ‘소동이’로서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생애사는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아, 그래서!” 딱 한 학기뿐이었던 ‘존재의 겹침’ 이전과 이후를 이 책 덕분에 오롯이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적 공감을 넘어, 작가는 “장애는 몸에 고정된 어떤 실체가 아니라, 사회가 만드는 관계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는 주장을 던진다. 만약 당신이 ‘하필’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살면서 지금까지 사회가 만든 관계와 지형에서 불편함을 느껴 보지 못했다면,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공동체로서 온전해지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질문의 방향을 바꿔 온 장애인들”의 새로운 시선과 경험과 제안이 풍성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담겨 있는 책이다.
- 백소영 (강남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저자)
장애와 질병, 통증과 일상,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경계는 안과 밖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긴장의 선이고, 그야말로 경계심을 일으키는 장소다. 저자는 경계인으로서 아슬하고 유쾌하게 안착한다. 특정한 몸을 표준이자 정상으로 구획하고, 그 이외의 몸은 표준의 몸을 선망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강한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그는 때로는 적응하고 때로는 새로운 길을 내며 빈틈을 만든다. 우리는 그 빈틈을 통해 ‘정상성’의 감각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 장애와 질병에 대한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이 책은 장애나 질병과 함께 살고 있는 시민과 동료 시민으로 연결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 조한진희 (반다, ‘다른몸들’ 활동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