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대기 속으로 뛰어들 때면 언제나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얼마나 신선하고, 얼마나 고요했던지. 물론 오늘 아침보다도 더 조용했었다. 파도의 찰싹임처럼, 파도의 입맞춤처럼, 싸늘하고 날카롭고 그러면서도 (당시 열여덟 살이던 소녀에게는) 엄숙했다. 거기 그렇게 열린 창문 앞에 서 있노라면 무엇인가 엄청난 일이 일어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꽃들과, 나무들과, 나무들을 감돌아 지나가는 연기와, 갈까마귀들이 날아오르고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서 있노라면. 그때 피터 월시가 물었다. 「채소밭 가운데서 명상하는 거야?」 그렇게 말했던가? 「난 꽃양배추보다는 사람들이 더 좋아.」 그렇게 말했던가? 그녀가 테라스에 나갔다 온 어느 날 아침 식사 때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피터 월시. 그가 곧 돌아온다지. 유월, 아니면 칠월? 잊어버렸다. 그의 편지는 지루하기만 했다. 기억나는 것은 그가 한 말이다. 그의 눈, 그의 주머니칼, 그의 미소, 그의 퉁명스러움, 그리고 그 밖에 온갖 것들이 다 사라져 버린 마당에, 이상하기도 하지! 양배추에 관한 그 몇 마디 말뿐이다. --- pp.7-8
그러나 ― 그러나 ― 왜 갑자기, 이유도 알 수 없이, 이토록 불행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진주나 다이아몬드를 풀밭에 떨어뜨리고서 풀숲을 이리저리 샅샅이 뒤지며 헛되이 찾아 헤매는 사람처럼, 그러다가 풀뿌리 근처에서 겨우 그것을 찾아내는 사람처럼, 그녀는 하나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 그녀의 파티! 아, 바로 그거였다! 그녀의 파티! 피터와 리처드, 두 사람 모두가 그녀를 부당하게 비판하고 부당하게 비웃는 것이다. 파티 때문에. 바로 그거였다! 파티 때문이었다!
글쎄,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일단 이유를 알고 나니 기분은 아주 개운해졌다. 그들은, 적어도 피터는 그녀가 자신을 내세우기를 즐긴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유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불러 모으기를 좋아한다고. 명사들을. 한마디로 속물이라고. 뭐,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라지. 리처드는 그녀가 흥분하는 것이 심장에 좋지 않은데 파티를 연다고 해서 걱정하는 것뿐이다. 어린애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틀렸다. 그녀는 단지 삶을 사랑할 뿐이었다.
「난 바로 그 때문에 파티를 여는 거야.」 그녀는 삶을 향해 소리 내어 말했다. --- pp.159-160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좀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좀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싶었다. 어떤 즐거움도, 하고 그녀는 의자들을 바로 놓고 책 한 권을 서가에 꽂으며 생각했다. 어떤 즐거움도 젊은 날의 승리들과 결별하고 살아가는 과정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가 가끔 기쁨에 떨면서 해가 뜨는 것을, 날이 저무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는 비할 수 없었다.
젊은이는 자살을 했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계가 시간을 알린다. 한 점, 두 점, 석 점. 그녀는 그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다. 저기! 노부인이 불을 껐다. 온 집이 어두워졌다. 이 모든 것이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하고 그녀는 되뇌었다. 그러자 그 말이 떠올랐다. 태양의 열기를 더는 두려워 말라. 손님들에게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얼마나 특별한 밤인가! 그녀는 왠지 그와 ― 자살을 한 청년과 ― 아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이,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린 것이 기뻤다. 시계가 종을 쳤다. 납처럼 둔중한 원이 공중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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