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군집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본문에서는 서식지 파괴, 살충제 사용, 기후 변화 등 벌의 개체 감소를 야기한 원인을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극적인 현실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농부, 기업가, 그리고 여러분이 벌의 운명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며 조금 더 희망찬 미래를 그릴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벌에 관심을 가지길 기대한다.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낯선 단생벌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다리털이 얼마나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지, 얼마나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자랑하는지, 어떤 기발한 집짓기 기술을 지녔는지 알게 된다면 놀라운 꽃가루 운반자를 구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서문」중에서
하지만 매서운 바람이 부는 산꼭대기에도, 습한 정글 속에도, 건조한 사막에도, 우리 앞뜰과 뒤뜰에도, 꽃이 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꽃가루를 퍼뜨리는 벌이 있다. 우리가 오늘날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고 달콤한 향을 즐길 수 있는 건 모두 벌 덕분이다.
---「벌은 어떤 생물일까?」중에서
‘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통통한 몸통에 까만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그려진 뒤영벌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빽빽하게 난 털과 선명한 무늬를 뽐내며 여유롭게 꽃밭을 날아다니는 동그랗고 귀여운 뒤영벌은 어린이 책에 자주 등장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제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겠다. 친근한 이미지와 달리 뒤영벌은 전 세계 벌 개체 수의 1퍼센트에 채 못 미칠 뿐 아니라, 우리가 먹는 꿀을 생산하지도 않는다.
---「뒤영벌의 날갯짓」중에서
정원뒤영벌보다 몸집이 작은데다가 혀까지 짧은 진뒤영벌은 꿀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려면 꽃에 파묻히다시피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꽃잎 사이로 모습을 감춘 진뒤영벌이 몇 분 뒤 다시 꽃 밖으로 나왔을 때는 갈색 털에 꽃가루가 잔뜩 묻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꽃에게는 잘된 일이지만 꽃가루 범벅이 된 진뒤영벌을 보고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벌이 붕붕대는 숲」중에서
한여름이 되면 장미덤불에 펀치로 뚫어 놓은 듯한 구멍을 볼 수 있다. 가위벌의 소행이다. 가위벌은 가위처럼 생긴 턱으로 잎사귀에 둥근 구멍을 뚫는다. 꿀벌보다 조금 더 어두운 털 색깔과 배 아래쪽에 달린 주황색 꽃가루솔이 가위벌의 외형적 특징이다. 하지만 가위벌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따로 있다. 자그마한 벌이 몸통의 두 배는 될 법한 잎사귀를 들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다면 그 벌은 가위벌이 틀림없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녀처럼 다리 사이에 커다란 잎사귀를 끼우고 비행하는 가위벌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다.
---「벌 호텔에 사는 벌들」중에서
가까이에서 꿀벌을 관찰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가만히 서서 날갯짓만 하는 벌이 있는가 하면, 벌통 바깥에 붙어 느릿느릿 기어 다니는 벌도 있었고, 크게 원을 그리며 우리 머리 위를 맴도는 벌도 있었다. 이 낯선 곤충은 직접 만지고, 살피고, 냄새를 맡으며 새로운 집과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입구 근처에 가만히 선 벌은 끝이 구부러진 자그마한 발로 벌통을 꽉 잡고 거세게 날개를 붕붕댔다. 이 벌은 배 뒤쪽에 자리한 나소노프샘에서 분비되는 향기가 공기를 타고 퍼지도록 세차게 날갯짓을 했다. 입구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 날갯짓에는 ‘이쪽으로 오면 집이 있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자연과 소통하기」중에서
(…) 환경운동가 존 뮤어(John Muir)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을 잡아당겨 보면 그 한 가지가 온 세상에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인간은 행성을 지탱하는 안전핀을 손가락에 걸고 이를 뽑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지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힘을 합쳐 벌을 구할 방법을 알아보자.
---「자연에 대한 인간의 몰이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