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몇 년 전에 ‘우리 함께 이렇게 일하자’라는 가이드를 포스터 한 장으로 만드셨어요. 그게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인데요, 구성원들이 SNS에 올린 그 포스터 사진을 보고 외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A. 공감도 공감이지만 논란도 많았죠. 그런데 논란이 많다는 건 문화적으로 굉장히 좋은 거예요. 문화는 각자의 독특한 자기다움이 담겨 있는 것이니까요.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어요. 그 포스터도 그렇고요. 그걸 보고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좋은, 나은 방법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비약을 해보자면 그간 다른 회사들은 ‘큰’ 이야기를 해왔어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회사가 될 거야’ ‘인류에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자’ ‘우리 같이 잘해보자’처럼 요. 이런 비전도 나쁘지 않지만 손에 잡히는 이야기는 아니죠. ‘그럼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고, 그 대답을 각자가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우니까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조직의 구성원은 각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쓴 거예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이상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보는 분도 이상한 면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항상 이상한 건 아니죠.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떤 환경에서 불쑥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돌이켜보니 정말 이상한 행동이었는데 결과가 좋은 적도 있어요. 같은 사람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퍼포먼스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그 환경이 결국 기업문화이고요. 좋은 기업문화에는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지향하는 문화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중에서
Q. 일 잘하는 ‘척’하다가 진짜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가짜가 진짜가 된다는 건, 꼭 일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필요해요. 흔히 ‘삶에서 진짜가 되어라’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라’라고 말하잖아요. 이런 말이 있다는 건 필연적으로 가짜가 있다는 거죠. 가짜라는 건 어쩔 수 없이 무조건 만들어져요. 회사에서도 목표, 결과, 성과 등 외적으로 드러내야 하고 구색을 갖추다 보면 ‘형식적인 가짜’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죠. “일 잘하는 ‘척’하는 법”은 일과 사람의 속성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 같아요.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과나 성과 등 외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 내면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잠깐만,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고 물어보는 거죠. 삶의 중요한 순간에 가끔 질문할 수도 있지만, 매일 일하는 작은 순간마다 꾸준히 물어보고 답해야 ‘진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이란 게 자기 삶을 훈련시키는 데 좋고요.
---「“일 잘하는 ‘척’하는 법” 중에서
저희는 구성원들에게 배민다운 경험을 더 자주 느끼게 하는 경험 전문가들입니다. 일하면서 하는 경험이 수십 수백 가지일 텐데 그중에서 피플실은 소통과 존중의 경험, 이 두 가지에 집중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구성원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인가요? 나쁜 회사란 어떤 회사인가요?’ 구성원들의 대답은 크게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되었습니다. 회사의 ‘비전’이 명확하고, ‘성장’하는 회사여야 하고, ‘소통’이 잘되는 회사였으면 좋겠고, 마지막으로 내가 일개 부속품이 아니라 이 회사를 함께 키우는 구성원으로서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일하고 싶다고요.
그중 비전과 성장은 각 조직과 사업부 리더들이 주체적으로 고민하실 테니, 저희 피플실은 구성원들이 ‘여기는 정말 소통이 잘되는 회사구나’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어떤 포인트에서 만들지 고민합니다. 미친 듯이 소통하는 회사, 나를 존중하는 회사라는 것을 구성원들이 저절로 느끼도록 말이죠.
---「‘평생 잊지 못할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일'」중에서
Q. 제 커리어를 보니 회사에 다닌 지 벌써 10년이나 됐더라고요. ‘10년 차쯤 되면 일 좀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아직도 왠지 삐걱삐걱대며 일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저처럼 어느 정도 경력은 있지만 가끔 자신의 실력이 의심스럽거나 자괴감이 들 때, 범준 님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합니다.
A. 평소에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일은 수학처럼 ‘내 일하는 실력은 80점이야, 90점이야’라고 고정된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어떤 일을 맡을 때마다 항상 그 일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는데 어떤 점이 새롭고 다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는 일은 비슷해도 그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달라지면 일은 늘 새롭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달라 지면 그 일을 잘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어떤 일을 맡았을 때 아직도 불안하고 스스로 미덥지 못한’ 감정은 너무 당연하다고 봐요. 오히려 자신감이 완전하지 않을수록 일을 더 진심으로 대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일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중에서